며칠 엄니가 혼자서도 살살 걸어 한바퀴씩 돌 정도로 좋아지셨다. 그래도 걱정이라서 계단 오르내릴 때는 돕고 현관하고 창문 열어놓고 올라올 때 부르셔요~ 해도 어느 땐 훌적 들어오셨는데...
사단은 엊그제 일요일...
시험기간인지라 시험문제 프린트 하느라 엄니 혼자 나가서 돌고 오겠다고 하시길레 그러세요 하고 창문 열고 작업하는데 정면으로 보이는 엄니 걸음걸이와 탁탁탁하는 빠른 소리가 들렸다. 그건 엄마 뜻대로 걸음이 걸어지지 않은 소리다. 창밖으로 엄마!! 하고 부르는 순간 엄니는 이미 넘어지셨고 뛰쳐나갔더니 엄니는 일어나려고 안간힘 쓰고 계셨다. 엄마는 그 와중에 괜찮어. 괜찮어... 하시는데 그럴리가... 이미 피는 낭자하게 쏟아지고 이마는 부풀어 오르고 코는 더 빠른 속도로 부풀어 올랐다.어찌 된건지 감을 잡을 수 없었다.
코에서 왈칵왈칵 피는 쏟아지고 나는 어떻게 할 수 없어 소리지르고 있는데 위층에서 119를 불러줬다.
세브란스 응급실 행... 그 놈의 응급실... 뭐든 한 번 시작하면 자꾸 가버릇 하는 모양이다.
CT 찍고 X레이 찍고... 피는 멈추지 않고... 다행이 머리는 다치지 않았고 코뼈가 부러졌단다. 성형외과 예약하고 돌아왔다.
밤새 엄니 얼굴은 참혹하게 부풀었고 아스피린계 항응고제때문에 집에 와서 저녁때까지 피는 멈추지 않았다.
어제 아침엔 얼굴이 말이 아니게 부어서 거의 눈도 안 떠졌다. 병원가는데 엄니는 다시 무기력증... 걷는 것도 제대로 안되고 몸도 못 가누고...
다시 그 분이 오신 것이다. 말짱해진 이성으로 돌아왔던 엄니는 다시 우울의 심연으로 빠지신 듯...
걱정이다.
성형외과 소견으로는 코뼈 골절된 건 맞는데 연세도 있고 다른 지병들도 많고 하니 수술은 하지 말자고 했다. 수술 안해도 지장없는 거냐고 했더니 콧대가 좀 낮아지는 것이라고 했다. 평생 울엄니 콧대는 높지 않았는데요. 뭘...
이것저것 걱정 때문인지 엄니는 말이 없으시다. 아프냐고 물어도 안 아프다고, 계속 안 아프다고만 하신다.
정말 그런 걸까?
대체 뭘까?
산을 넘으면 평지를 볼 거라고 믿었는데 어매.... 산이 다시 가로막고 있는 느낌.
대체 하느님은 얼마나 큰 걸 주시려고 날 일케 마음의 부피를 넓히는 지 그것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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