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부터 시험기간이다. 하여 정신 없이 바쁠 것이다.
머리는 굉장히 복잡한데 마음은 아주 편하다.
엄니가 며칠 전...
근디 꼭 이 집에 누가 있는 거 같다.
똘똘이 있잖어.
아니 사람이...
오잉? 나 있잖어.
너 말고... 잘 때 옆에 있는 거 같어. -나 수업하러 가면 엄니 혼자 먼저 주무시고 계신다-
내가 같이 자잖어.
니가 아닌 거 같어...
그려요? 그런디 기분이 나쁘거나 무섭거나 그러진 않어요?
아니
그럼 됐어요. 누가 엄니 보살펴 주는가부지. 아부진가?? ㅋㅋ
벌써 두 번째다. 저 말씀...
때로 사람 마음이라는 걸 움직이는 건 자신인 거 같지만 그게 아닌 경우가 많다.
엄니는 나한테 꽤 많이 미안해 하고 부담스러워 하신다는 걸 안다.
엄마. 내가 엄마 눈치 주는 거 같어요?
혹시 알어? 저 늙은이가 왜 저러고 있나... 속으로 그럴 지...
큭!! 그럼 엄니는 내가 아퍼서 엄니한테 갔는데, 저것이 왜 저러고 있나... 그럴겨요?
엄니는 가만히 계신다.
난 엄마에 대해 걱정은 될 망정 크게 불편하거나 힘들거나 하지 않다. 그저 늘 그랬던 것처럼 자연스러운데 내가 생각해도 신기하다. 왜냐하면 나란 인간이 워낙 이기적이어서 누구와 같이 길게 산다거나 하면 스스로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을 지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물론 이 마음은 내가 지극히 효성스럽거나 착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엄니를 지켜주는 '그 분'의 역사하심이다. ㅋㅋㅋ
어쨌거나 나는 지금까지 살면서 가장 내세울 만한 게 누구 때문에... 라는 생각을 한 번도 한 적이 없었다는 것이다. 당연히 누굴 원망하는 일도 거의 없다.
모든 것은 다아 '내 안'에 있는 것이고 '나'때문인 것이다.
그리고 오늘 아침...
야, 처음으로 아부지가 꿈에 보였는디 내 옆에 니가 이불을 머리까지 뒤집어쓰고 자고 있어서 살그머니 떠들어 보니 아부지더라. 예전에 입던 빨간 티샤쓰가 때가 새카맣게 끼어서 저걸 빨아줘야지... 하고 깼어.
기분이 나빴거나 그런 건 아니구요?
아니... 이제 죽을 때가 되서 데리러 온 건개벼~
에이... 내가 꿈해몽의 도산디 그런 거 아녀유~
나는 대충 어떤 건지 알 것 같다.
때가 낀 옷은 근심과 걱정, 고민거리인데 내대신 아부지가 입고 있었으니까 내 걱정과 근심은 아부지가 다아 가지고 계시니까 내게는 없다는 것이다. 하하하.
꿈보다 해몽?
그리고 정말 근심과 걱정 고민되는 것이 별로 없는 게 신기할 지경이다.
흠....
많이 좋아지신 울엄니...
많게는 하루 다섯 번 정도씩 나가서 운동을 한다. 나는 설렁설렁 책 보며 따라가고 엄니는 힘들어 하시지만 씩씩하게 걷는다.
앞집의 저 간이 정원은 정말 많이 무성해졌다. 매일매일 우리가 들여다봐 줘서인가...
엄니는 식물의 밑동을 헤치고 잡초가 있으면 뽑기도 하고 새로운 종류의 것들을 발견해 내신다. 엊그제는 드디어 더덕 발견...
내가, 더덕 꽃이 이쁘지.. 했더니
울엄니, 그려 꼭 요강 뒤집어 놓은 것처럼 매달려 있지...
나는 으흐흐 큭큭큭하며 박장대소. 엄니도 하하 웃으셨다.
엄마는... 비유를 해도 하필 요강이여?
그럼?
아, 종도 있잖어. 방울도 있구...
저 모퉁이를 돌면 색색의 연산홍과 철쭉이 피어 있는데 올봄엔 내에 봉오리부터 만개까지 다아 보고 있다.
한참 전에 만든 퀼트 조끼... 울엄니 유니폼이 다 됐다.
'나, 일상, 삶, 그리고...' 카테고리의 다른 글
며칠 전... (0) | 2014.05.05 |
---|---|
사고... (0) | 2014.04.29 |
때로는 신들도... (0) | 2014.04.19 |
파닥파닥!! 팽팽!! (0) | 2014.04.15 |
노인성 우울증... 무섭다. (0) | 2014.04.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