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일상, 삶, 그리고...

잘 지내니? 잘 지내고 있어...

오애도 2013. 12. 14. 01:13

아침 꿈에 스승님이 나오셨다.

나는 한 쪽짜리 페이퍼 두 개를 내야 했었는데 내용이 영화 비평이었던 듯... 최선을 다 해 쓰진 않았지만 나름 자신 있다고 건방을 떠는 마음이 있었나보다. 글씨 또박거리지 않았다는 게 좀 마음에 걸리는 분위기...

스승님은 예전에 날 많이 아껴 주시던 분이었는데 이상하게 나중에 생각하니 세 분이 합성 됐다는 느낌이 강했다. 날 아끼고 사랑해주신 스승님 1순위. 다음 내 재주에 기대를 걸어주셨던 스승님 2순위. 그리고 왠지 내겐 쿠울 하셨던 스승님 3순위.... 분명 한 사람이었는데 저 세 사람의 느낌이 공존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리고 마지막에 한 마디 하셨었다.  1년이면 충분히 끝낼 수 있는데 넌 뭐하는 거냐?

 

깨고 나서 한참을 ???????????? 하는 상태였다.

 

요즘 한참 아니 꽤 오래전부터 나는 '나'를 놓고 반성하는 중이었다. 할 수 있는 것을 안 하고 노력도 하지 않았으며 그저 한없이 게으르게 살고 있다고... 

그러면서 실재로 하는 것은 역시 하나도 없다.

나는 분명 신으로부터 제법 큰 몫의 재주를 받았다는 것을 안다. 그것도 한두 가지가 아닌...

새로 맡은 아이를 가르치면서도 다른 사람이 쓴 글을 고쳐주면서도 나는 종종 크게 노력하지 않아도 저절로 되는 재주라는 게 있다는 것을 실감하는데 문제는 그게 거기서 끝이라는 것이다. 더 갈고 닦지 않아서 그것은 그저 주위에 소소한 기여로 그칠 뿐이다. 뭐 그렇다고 크게 나쁠 것도 없지.

얼마 전 친구로부터 첨삭 부탁을 받아서 아주 조금 도와줬었다. 고친 것을 보고 그 친구 한 마디 했다.

역시 전문가가 다르네. ㅋ

나 전문가 맞는겨?

대중을 향해 그래도 오랫동안 글쓰기 했잖어. 얼마 안 남았으니까 어여 신춘문예용 한 편 써 봐~~ 

그럴까? ㅋㅋ

 

한 때 신춘문예가 또 나의 꿈의 구장이었었는데 어느 순간 그것도 잊고 지냈다.

올 해는 이미 마감됐으니 버둥거려봐야 소용없을 테고...

어쩌면 그렇게 중요하거나 가치 있다고 여겼던 것들이 시들해지면서 내 정신적 물리적 허무가 시작됐는지 모른다.

꿈에서 스승은 인생의 길잡이거나 은혜로운 협조자를 의미한다. 누군가 내게 어딘가로 가기를  혹은 무엇인가를 해 내라고 길을 가리키는 것인지도 모른다.

 

  며칠 전부터 우리말 겨루기 출연 기회가 조만간 다시 생길 거 같아서 열공 중이다. 삼세판이니까 이번이 마지막...

 방송 포맷도 변했고 기존 출연자의 출연자격도 빨라져서 잘하면 1월에 예심 볼 수 있을 거 같다. 다만 연속 3연승을 해야 달인이 된다니까 이건 정말 실력도 운도 다아 필요할 듯...

그래도 다시 으쌰~ 할 일이 있어서 행복하고 기쁘다.

 

지난 주말에 이제 아들같은 제자 셋이 다녀갔었다. 대학생씩이나 됐으니까 중국집에서 짜장면 탕수육 따위를 배달시켜 소주와 맥주 사다가 취하게 마셨다. 그 착한 제자들과 만나 얘기하면 종교와 사회와 정신과 현상 따위가 늘 화두인데 젊은 그들은 파닥파닥이고 나이 훨 많이 먹은 나는 꽤 많이 시들시들이다. 생각의 속도나 기존의 것에서 찾아내는 순발력 따위에서 점점 많이 밀려가고 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암 좋다!!!

그렇게 세월은 가고 아이들은 어른이 되는 것이다. '내'가 뒤로 밀려가는 것은 당연한 것.

다만 부끄러운 어른이거나 형편없는 스승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우리 동네가 아닌 일 주일에 네 번 씩이나 나가서 초등학교 6학년 아이 하나를 가르친다. 이 아이가 얼마나 이쁜지 생기 퐁퐁이다. 한동안 내가 어린아이한테 굶주렸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얼마 전 같이 저녁을 먹는데 자기 접시에 있는 돈가스를 덜어서 내 접시에 옮겨 주면서

 선생님 드세요... -그건 아이반찬용으로 아줌마가 만든 것이어서 내겐 따로 주지 않고 아이 접시에 밥과 함께 담아 놓았었다.-

 내가 먹을 테니까 그냥 둬...

 했더니

 에이 그러면 안드시잖아요.

하면서 자꾸자구 내 접시에 거의 다 옮겨 놓길레 얘가 낮에 속이 안 좋다더니 그래서 그런가.. 하면서 꾸역꾸역 먹었다. 내가 다 먹어가자,

 아줌마, 돈가스 한 쪽만 더 튀겨주시면 안돼요?

 헐!!! 너 그럼 나 먹으라고 일부러 그런거니?

(해맑) 네에~

아이고야. 선생님 돈가스 그닥 안 좋아하는디...

드시는 거 보니까 안 좋아하시는 것 같지 않았어요. ㅋㅋ

나야 주는 건 맛있게 먹는 인간이거든. 난 돈가스보다 이 김치찌개가 훨 좋단 말이다. ㅋㅋ

열세 살짜리 여자아이의 그 사소한 행동에 담긴 마음씀이 이쁘고 고마워 한참 동안 행복하고 감동스러웠다.

 

뭐 이만하면 살만하다.

죽기 전에 좋은 시나리오 한 편 쓰겠다는 결심이 떠 올라 집요하게 매달리고 있다. 어제 꿈에 스승님 말씀이 떠오른다.

1년이면 끝낼 것을 뭐하는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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