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거대함과 미세함 사이의 초라

뮤지컬 고스트...놀라운 무대!!

오애도 2013. 11. 27. 12:38

 어제 본 뮤지컬, 고스트.

내가 찍은 것이라곤 인증샷으로 오늘의 캐스트.

참고로 캐스팅은, 주인공 샘은 트리플 캐스팅-김준원, 김우형, 주원-, 몰리는 더블-아이비, 박지연-, 칼-이창수, 이창희-과 오다메-최정원, 정영주-도 더블캐스팅.

 

 

 

커튼콜 때만 촬영이 가능한데 난 열심히 박수치느라 안 찍고 잘 찍은 사진 업어왔다.

저렇게 손 흔들흔들하며 인사해 주는데  참 구여운 청년 주원.

 

 

 

주원군 팬들이 찍은 거이니 당연히 주원 위주로...

오다메 최정원 여사 노련한 연기 최고.

 

몰리 박지연은 작은 몸에 어느 땐 파워풀, 어느 땐 청아... 난 여자 가수들 청아한 목소리 무지하게 좋아한다.

 

 

커튼콜 마지막 대미!!

 

 

 

이 사진은 프레스콜 때 찍은 거 남의 블로그에서 업어온 것.

 

 

프레스콜이니 각 배우들이 맡은 부분들 시연할 때 촬영이 가능.

 

 

 

 

얼마 전 2012년 KBS 연기대상 오프닝 공연에서 주원이 부른 각시탈 OST 중의 '심판의 날'을 듣지 않았다면 난 뮤지컬 보러 안 갔을 것이다. 그가 뮤지컬배우 출신인 건 알았지만 그저 팬심으로 무작정 볼 만큼의 나이는 아니기 때문이다.

본업 가수도 아닌데 오프닝 무대에서 조금의 당황함이나 머뭇거림 없이 당당하고 박력있게 테너와 함께 노래 부르던 스물 여섯의 청년.

이번 공연에서 달착지근한 노래는 달착지근하게 애절한 노래는 애절하게 박력있는 노래는 박력있게 부르는데 말랑말랑하고 애절한 노래 정말 잘 한다. 난 물론 박력있는 노래를 훨씬 좋아하는데 이건 음악 소리가 커서 느낌이 많이 안 산다.

흠... 다른 배우들의 공연을 못 봐서 더 잘 한다거나 그렇지 않다라거나 말 할 수는 없을 거 같고 다만 배우 주원은 과장해서 실물이 백 스무 배는 낫고 몸 전체의 비율이 인간이 저럴 수 있나... 싶게 멋있다. ㅋㅋ. 머 이건 내 뒤에 앉았던 나보다는 젊은 아줌마들이 우연이 보러왔다가 인터미션 때 소근소근 속닥속닥,  어매, 나 사심이 막 들어... 어쩌구 하는 것을 들었다.

각시탈이나 굿닥터의 연기 특히 눈물 흘리는 장면 같은 걸 보면 저 친구는 정말 대단한 배우거나 아니면 캐릭터 빙의가 올 정도의 신기-神氣-가 있구나를 느끼는데 이건 아무래도 대극장 무대이니 눈물 흘리는 장면을 자세히 볼 수 없어서 안타까웠다.

주원 샘의 미덕은 유령이 됐을 때 드는 측은지심이 모성적인 색을 띠게 된다는 것. 특히 냉장고 위에 올라가 한 쪽 다리 접고 한쪽 다리 걸치고 앉아 있을 때 꼭 버려진 곰인형 같은 느낌이 들어 조심스럽게 내려서 토닥토닥 해주고 싶은 생각이 든다. -스포 Sorry!!- 다리 길이가 길어 어색하긴 하겠지만... ㅋ

마지막 부분 샘이 점점 멀어지며 떠나는 장면이 굉장히 애절한데, 내 뒤의 주부 관객은-딸하고 같이 온 모양인데 딸내미는 저 앞쪽 좌석에 앉아 있었다- 가지마~ 가지마~ 나직하게 읊조리더라는...

 

 

어쨌거나... 뭐니뭐니 해도 이번 고스트의 압권은 무대 미술이다. 애초부터 매직컬이나 하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정말 마술쇼같은 무대가 펼쳐진다. 어느 땐 3D 영화를 보는 듯한 착각이 들 때도 있고 박진감있고 역동적인 움직임들이 마치 한 편의 영화같다.  놀라운 LED 조명의 활용이다.

소소한 소품의 움직임같은 것도 신기하고 죽으면서 영혼과 시체가 동시에 나오는 빠른 장면변화도 놀랍다.  

다른 스펙터클한 장경이 있는 뮤지컬들을 못 봐서 최고!!! 어쩌구는 할 수 없지만 요즘 무대 미술이 저 정도 인가?? 해서 놀랍다.  

 

오래 전 연극론 강의 들을 때 그 당시 잘 나가던 무대미술가를 객원교수로 초빙해 무대미술 하는 과제가 있었다. 작품은 입센의 희곡 '유령'이었는데 조건은 몇대몇의 비율이 있어서 거기에 맞게 무대장치를 하는 것이었다. 그걸 청사진에 평면도로 그리고 다른 한 장엔 스케치를 하고 다른 한 장엔 무대해설을 하는 것이었다.

 나는 당시 문예회관 대극장의 조명 담당자인가 하는 사람 찾아가 사정을 얘기했더니 흔쾌히 무대 평면도도 얻었고 언제든 공연보고 싶으면 이름 대고 찾아 오라는 특혜도 받았다. 덕분에 소극장이나 대극장 연극 공짜로 많이 봤었는데 지금 생각하니 그 분 보고 싶네...

실재 극장의 평면도에 그대로 하지 말라고 해서 정말 곱셈 해가며 계산해서 무대장치 그리고 스케치하고 무대 설명서 쓰고 하여 당당히 A 플러스 받았다. 착한-??- 나는 다른 친구들과 공유까지 했는데 나만 A플러스.

뮤지컬 보면서 나는 괜히 그 때 그 아날로그 작업이 떠올랐다.

마지막 해설이 매독에 걸린 남자 주인공이 마지막에 현기증이 나던가... 그래서 나는 그것을 아침해가 떠오르는 거실의 창문을 통해 강한 조명으로 비극성을 부각시켜한다... 어쩌구 썼었다.

그 때 난 얼마나 열정적이었는지... 어느 날은 하루에 두 편의 연극을 연달아 본 적도 있었고 늘 대학로를 어슬렁거렸는데 그 때 정말 내가 연극을 사랑했었는가는 모르겠다. 그저 그것도 한 때의 치기는 아니었는지...

그래도 어쩌면 내가 지금 가장 유능하게 끄적거릴 수 있고 또 그랬던 것은 그나마 희곡일 것이다.

 

 

사실 난 날 것보다는 익은 것을 좋아한다. 음식도 샐러드나 과일 이런 것보다는 숙채나 저냐 같은 것이 훨씬 몸에도 맞고 맛도 있다.

별 관계가 없어 보이지만 공연도 사실 나는 연극보다 영화-혹은 드라마가 훨씬 체질상-??- 맞다. 연극이-무대- 날것이라면 영화는-화면- 카메라라는 솥에 편집이라는 과정의 불에 익힌 음식이다.

20대까지 난 영화광이었고 20대의 끝무렵 연극을 만났다.

영화는 어렸을 때부터 극장 특유의 음향이 울리기만 해도 가슴이 뛰었었다. 하지만 연극은 그 떨림, 설렘 같은 게 거의 없었는데 그게 나이 먹어 그랬었던 것일까?

어쨌거나 영화나 드라마는 카메라를 상대로 대사를 하고 행동을 하는 것이라 일대일로 '나'한테 하는 것 같은데 연극은 '나'한테 하는 것이 아니라 무대 위의 인물 끼리 치고 받는 것이라 감정이입이 안되서 그럴지도 모른다.

하여 영화나 드라마를 보고 질질 운 적은 많은데 연극을 보고 운 적은 없었던 듯...

그런 의미로 보면 어제 뮤지컬에선 슬픈 것은 아니었는데 눈물 몇 방울이 났었다.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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