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일상, 삶, 그리고...

열무김치를 담그다

오애도 2013. 4. 5. 22:47

어제 낮에 마트에 가서 열무 두 단을 사왔다.

한 단으로는 좀 아쉬울 거 같아서 두 단씩이나 사왔는데 다듬어 보나 어매!! 양이 꽤 많았다. 하여 사분의 삼은 자박자박한 김치로 담갔고 나머지는 물을 넉넉히 넣어 물김치로 담갔다.

 김치라는 것은 사실 일부러 자알 담그려고 정성을 다하고 심혈을 기울이면 이상하게 동티가 나는 경우가 많다.특히 배추김치가 그런데 이건 배추의 상태가 달라서 그럴 것이다. 김장용 배추와 여름에 물많은 배추는 분명 비중이랄지 하는 게 다를테니 절이는 것이 늘 일정하지 않다. 그에 비해 열무김치는 사실 껌이다. 이건 그냥 슬렁슬렁 담아도 크게 문제 없이 자알 된다.

 원래 한국 음식이라는 게 정확한 레시피라는 게 참 어려운데 그 때문에 손맛이라는 게 나왔을 것이다. 크게 짜거나 싱거운 게 아니면 짭짤하게 먹거나 슴슴하게 먹거나 크게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그냥 감으로 틱!!!! 집어 넣어도 뭐 그다지 흉한 음식이 되진 않았다. 하여 난 인터넷 뒤져 레시피 찾아보는 일 같은 것은 거의 없다.

어쨌거나....

두 번째 물김치가 말썽이었다. 너무 싱겁게 소금을 얹혔는지 아니면 국물 간을 너무 싱겁게 해서인지 어째 실실 살아서 밭으로 가려는 증세가!!!

 하여 좀 두고 보다가 내가 경멸해마지않고 해서는 안되는 짓이라고 믿는 짓 -즉 싱겁다고 다 된 김치에 소금 뿌린다거나 짜다고 맹물 부어 국이나 찌개 고치는 짓-을 하고 말았다. 그래도 소금이 부족했는지 여전히 삼투압을 거부한 채 열무는 아삭아삭 탱탱 전혀 풀이 죽지 않았다. 흠... 이거이 그야말로 내 사전에는 없었던 일이다. 하도 김치를 안 담았더니 그만 감을 잃었는가!! 물론 요번엔 좀 다른 방법으로 담긴 했지만 그래도 이건 아닌 듯....

 김치 담그고 일케 스무 번도 더 열어보기는 처음이다.

 익으면 개않아지겠지. 푸욱 익혀서 차갑게 식혀 국수 삶아 말아 먹으면 한 번 쯤은-?- 맛있다. 나는 뜨끈한 국수를 좋아해서 차게는 잘 안 먹는다. 그래도 소면은 이렇게 물이 차가운 계절에 삶아 건져야 쫄깃거린다.

  다른 열무김치 자알 익으면 고추장에 들기름 넣고 현미밥 비벼 먹어야지.

 김치 담그니까 부자 된 거 같다. ㅋ

솎음배추 사다가 된장이랑 굵은 멸치랑 들기름이랑 넣고 조물조물 무쳐서 쌀뜨물 부어 국을 끓였다.

 맛  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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