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일상, 삶, 그리고...

물 속같은 날들...

오애도 2012. 9. 11. 11:20

 혼자서...-거의 혼자이지만- 인사동을 어슬렁거렸다.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으며 종로의 귀금속 상가의 쇼윈도도 들여다보고 길거리의 악세사리도 만져보고... 이런저런 사람들 구경하는 것도 재밌다. 

그리고는 파리 크라상에 들어가 늦은 점심겸 저녁으로 샌드위치랑 스페셜 핫도그-맛있다- 그리고 잉글리쉬 블랙퍼스트 티-이것도 아주 맛있다. 그러고 보니 한참전에 유럽 여행 중에 사와서 아주 자알 마셨는데 흠... 백화점 가서  하나 사와야겠는 걸- 랑 시켜서 먹어가며 두어 시간 책을 봤다.

샌드위치는 사실 그닥 몸에 맞는 음식이 아니어서 -속이 쓰리거나 신물이 넘어온다는....-주문하는 일이 잘 없는데 제법 건강스런 재료땜시 시켰다가 역시나 먹고 나서 약간의 속쓰림에 시달렸다.

그런데 어째서 홍차는 개않은데 커피는 블랙으로 마시면 속쓰림이 오는지 모르겠다.

 

그렇게 인사동을 어슬렁거리고 종로 뒷골목도 한없이 돌아다니다가 집에 오니 열 시였다.

덕분에 자알, 몸에서 지방이 연소되는 걸 느끼며 잤다. ㅋ

 

요즘은... 내가 무신 킬리만자로의 표범도, 하이예나도 아니면서 저녁만 되면 아니, 벌써 낮부터 몸이 근질근질한 것이 어디로 나갈까를 궁리한다. 어제처럼 장도 지리멸렬한 날에는 일찌감치 머릴 굴렸었다. 청계산? 대공원? 남산?  혼자서 갈까? 아니면 언제든 부르면 올 수 있다는 친구를 부를까? 청계산 가면 김밥을 사갈까? 아니면 뜨건 물에 컵라면이랑 커피 들고가서 책보다 먹고 올까? 산엔 올라가지 않고 입구의 쉼터에서 앉았다가 집까지 걸어오면 운동 꽤나 되겠는걸.... 하여 배낭에 챙겼다가 커다란 쇼퍼백에 챙겼다가 결국은 올림푸스 퀼트 가방에 영어책이랑 작은 연습장이랑 필통만 들고 나갔다.

아아, 사실은 지금도 똑같이 머릴 굴리고 있다. 어쩐다??

바람난 여자처럼 요즘 집에 있을 수가 없다. 발편한 운동화를 신고 한없이 한없이 걷고 싶고 서늘하고 맑은 그늘에 앉아 책을 보고 싶다.

덕분에 지난 주 내에 아주 자알 잤다.

 

오늘은 거래는 관두고 그냥 관망해야 하는 날.  사놓은 종목이 조정 중이다. 욕심같아서는 확!! 더 사고 싶지만 스스로도 욕심이라걸 아는데 시장이 어찌 탐욕을 모르겠는가!!

시장은 탐욕을 허락하지 않는다는 것을 배운다. 사실, 안 지는 꽤 됐지만 깨달은지는 오래되지 않았다. 깨달았다면 실천도 가능한 것. 그것을 실천해보는 중이다.

뿐만하니라  겸손과 성실함이 참으로 중요하다는 것도 말이다. 그것은 단지 시장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모든 일에 다아 적용되는 것이리라.

  엊그제, 오랫동안 가르치는, 명색이 고 3이 하도 불성실해서 일갈했었다. 너같이 공부한 아이가 합격하면 그건 옳지 않은 것이다. 왜냐? 너보다 스무배는 성실한 학생들한테 너는 죄를 짓는 것이 되거든. 죄는 그것이 어떤 형태의 것이건 댓가를 치르는 법이다. 내가 널 가르치지만 요행으로 니가 합격하는 것을 빌진 않겠다. 라고...

 

업이든 덕이든 닦고 쌓은대로다.

나이 먹어 좋은 점은, 그다지 겁나는 것이 없고 걱정되는 것도 없고, 부끄럽고 수치스럽게 느껴야 하는 것도 없을만큼 판단의 능력이 있다는 것이다.

 

아주 나쁜 것은 그다지 존경할 만한 사람이 없어진다는 것!!! 흠...  

 어떤 것들에도 -욕망이든 걱정이든 분노든- 들끓음 따위는 없는 물속같은 날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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