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목요일 동대문 시장엘 갔었다.
프레임 몇 개를 사고 지퍼를 사고 그리고 그냥... 괜히... 아무 생각 없이 패키지 하나를 샀다.
아플리케 필통, 영희...다.
사고 나서는 얼른 집에 가서 만들어야지... 했는데 막상 꺼내 놓고는 아차!! 싶었다. 겨우-???- 필통인데 생각보다 손이 갈 것을 예상 못했다.
그래도 본을 만들어 오리고, 천을 마름질하고... 시작은 늘 마음이 설렌다.
섬세하게 이어 붙였다. 아플리케의 미덕은 집중력을 요하는데 최고다. 적어도 하는 순간은 아무 생각없이 몰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다가 중간 쯤 뭐하는 짓인가... 하고 실소를 머금기도 하지만...
저렇게 말끔하게 한 장의 그림이 완성되면 그래도 카타르시스가 있다.
이건 뒷 쪽이고...
이번엔 앞 쪽이다. 바느질하는 순서를 잘 지켜야 하고 섬세하고 꼼꼼이 해야 이쁘다.
재단할 때 한 꺼번에 하지 않고 앞판을 미뤘다가 했는데 실수가!!!
얼굴 밑의 깃의 색깔이...
원래는 이 빨간 체크!!!
실수한 것을 깨닫고는 한참을 망설였고 스스로에게 화가 났었다.
튿어? 말어?
옆에 있던 아이가, 선생님 말고는 누구도 모를 거예요...
그래도 니가 알고 내가 알고 하늘이 알지 않겠냐? 하믄서 튿었다. 둥근 머리도 튿고 얼굴도 튿고 깃도 튿어 새로 달았다.
나는... 쓸 데 없는 완벽주의자이다.
남이 모른다고, 안 본다고, 안 보인다고 넘어가는 일이 거의 없다.
피곤한 성향이지만 그러나 스스로에게건, 하늘에게건 그닥 부끄러운 게 없다.
하지만 모르고 저지르는 잘못 따위야 어찌 없겠는가...
하여 늘 두리번두리번 챙긴다. 진심을 다하지 않은 게 있는가. 이유없이 남을 질시하거나 헐뜯지 않았는가 혹은 이기적은 마음으로 내 이익만 탐하지 않았는가...
그러나 아무리 조심하고 최선을 다 해도 바느질이 완벽하지 않듯이 살아내는 일도 완벽할 수는 없다. 바느질에서는 어딘가 삐뚤고 아귀가 맞지 않고 어긋나는 경우가 반드시 있다. 당연히 살아내면서도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거나 하늘과 자연을 거스르는 일이 아주 많을 것이다.
결국 초장에 힘을 너무 빼서 저기까지 해놓고 착착 접어 치웠다. 언제 완성할 지는 모르겠다.
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