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일상, 삶, 그리고...

흐린 날... 거지같은 날... 젖은 날... 그리고 밝은 날

오애도 2011. 8. 15. 10:58

지난 주에 울엄니 낡은 싱크대 교체한다고 바가지로 계약해 놨다는 말 듣고 가라앉은 기분이 며칠 갔습니다. 시골 장사꾼의 그악스러움-인터넷 뒤졌더니 반값이면 딱 떨어지더라는...-이 짜증이 나더니 결국은 그 따위로 장사하면 망하지... 하는 생각으로 결론을 냈습니다.

  나이 먹으면서 조심스러운 점은 함부로 생각하고 함부로 마음 먹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어쩐 일인지 마음 먹은대로 이루어지는 게 많아서 좋은 것은 좋은 것대로 나쁜 것은 나쁜 것대로 댓가가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자식, 남편 없기 망정이지 나쁜 맘 먹어 받는 댓가를 '나'만 받을테니 말입니다. 후후. 사실 정당한 분노는 하나님, 하느님도 내는 것이니까 내가 내는 분노가 내 이익만을 위한 사한 것이 아니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여하간, 비는 더럽고 지겹게 오래 와서 온 동네 골목길에 퍼렇게 이끼가 끼었습니다. 자연 현상에도 감정이입이 되는 터라 실실 짜증과 넌덜머리를 넘어서 증오가 일기 시작했습니다.

 누구는 시장이 떨어져서 그럴 거라고 우스개 소리를 했지만 어쨌든 날이 갰으면 좋겠습니다.

오늘은 장도 안 열리는 날이라서 느긋하고 한가합니다. 며칠 동안의 가라앉은 기분도 다시 떠올랐구요. 앞 집에 광복절이라고 태극기를 달았는데 그것조차 뿌듯합니다.

시장에 참여하면서 나는 스멀스멀 내 나라에 대한 애정과 고마움과 존경심이 솟는 것을 느낍니다. 누가 뭐라든 파워풀한 힘을 느끼게 되고 그 많은 산업을 일으킨 사람들에 대한 고마움과 존경심이 저절로 생깁니다. 변방의 작은 분단국가에서 수많은 어려움과 불리함 속에서 이루어낸 것들을 보면서 대체 '나'는 무엇을 했는지, 국가와 사회를 위해서 어떤 생각을 갖고 무슨 노력을 했는지 반성을 하게 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만약  나라를 망치고 흥하게 하는 것이 비단 정치나 정치가에게만 있다면 우리는 지나치게 많은 권력을 그들에게 부여하고 있는 것입니다. 나라를 망치고 흥하게 하는 것은 국민 각자의 생각과 행동이 70퍼센트 이상이고 나머지가 아니 20퍼센트가 정치와 정부의 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만큼의 권력만 그들에게 주고 나머지를 국민 스스로가 해내야 하는 것이지만 글쎄요. 그 국민의 70퍼센트는 또 이기적인 것도 사실입니다. '내 것'은 단 일퍼센트도 안 빼앗기려 하고 손해보려 하지 않으면서 대체 누구에게 무엇을  요구하고 바라는 것인지.... 악법도 '나'에게 이득이 있으면 되는 것입니다. 흠...

 뭐 이런 얘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었는데 광복절 태극기를 보다가 그리고 시장을 보면서 느낀 것을 말한다는 것이...

 어쨌거나 지난 주말에 친구들이 와서 1박2일로 유쾌하고 신나게 놀다 갔고 역시나 밀린 수업을 했고 외국 갔다가 들른 아이들 한 팀이 다녀갔고, 그러다보니 목이 맛이 가서 수업 두 타임을 오늘 저녁으로 미뤄놨습니다. 한 녀석이 아빠가 주신 피자 선물권으로 피자 사드리러 오겠다고 하는 걸 말려서 오늘 먹기로 했습니다.

 지난 목요일에 온 고양이-똘똘이-는 아직도 얼굴을 안 내밀고 내 코만 간지르고 있습니다. 어제 오늘은 보시락보시락 소리를 내는 것이 조만간 나오겠지요. 참 쿨한 종자입니다.

 자... 살면서 해야할 일이 많습니다. 할 수 있는 일도 많고 하고 싶은 일도 많은데 우째 이렇게 게으른지 늘 머리를 쥐어뜯으며 반성합니다.

 곧 해가 나겠지요.

맵고 짭짤하고 감칠맛나게 끓인 된장찌개랑 밥 한 공기 먹고 배 두드리며 하는 애기입니다.

이야~~ 살만하고 행복한 아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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