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은이의 일기....
엊그제, 컴퓨터 앞에 앉아 있다가 자려고 저쪽 방으로 건너 갔더니 일기를 써 놓고 재은이는 잠들어 있었다. 주말에 와서 문구점이 열린 데가 없어 월요일에 일기장을 사서 쓴 것이다.
그러다 보니 사흘동안의 총괄 기록이 됐다는....
어쩔 수 없거나 그럴 수 밖에 없는 일이라고 말 해주면 그것에 대한 이해가 완벽한 아이다. 고모가 컴퓨터 앞에서 오래 있어야 한다는 걸 알고는 그거에 대해 일체의 투덜거림도 흘끔거림도 없다.
글짓기 선생으로 보자면 마지막 겹문장인 이어진 문장의 호흡과 주술 호응이 완벽하다. 주격조사와 호응하는 서술어의 높임 선어말어미의 쓰임이 특히...
잘못하면 혹은 보통은, 쓰셔야 하고 혹은 하셔야 해서... 를 써야 하시고 라든가, 해야 하시고... 쓰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중고생들도...
물론 가르쳐야... 가 가르치셔야... 됐다면 백점이겠지만 아홉살짜리 문장의 짜임으로는 가히 천재적이다. ^^;;
저의 문제점이 글씨가 엉망이지만 그래도 정성을 다 해서 쓰면 잘 쓸 수 있어요.
뭐 그건 고모도 악필이니까 괘않어. 크면 그래도 나아진단다.ㅋㅋ
청주 터미날에서 표를 살 때 창구에서 늘 남서울이라고 했더니 재은이에게 고모집은 서울도 아니고 강남도 아니고 청주에서 부르는 남부 터미날의 다른 이름인 남서울이다. 그래서 제목이 남서울이라는....
그 다음 날 일기는 날씨까지만 적었다.
더워서 얼음이 1초에 다 녹을 정도...
한참 전에 날씨를 재밌게 쓰면 좋단다... 라고 얘기해 준 기억이 있는데 그 후에 가서 일기장을 보니 정말로 그렇게 써놨더라는...... 응용력 뛰어난 아이다.
재은이 전화를 열면 엄마는 만명공주, 아빠는 김서현, 큰언니는 선화공주, 둘째 언니는 덕혜옹주, 영은이 언니는 평강공주로 되어 있다. 엄마한테 전화가 오면 만명공주가 띡!! 뜨고 아빠한테 전화가 오면 김서현이 틱!!뜨더라는...
이게 뭐냐고 했더니 역사 책에서 본 공주 이름을 죄 갖다 붙였다는 것이다. 아빠가 김서현인 이유는 만명공주-만명부인, 김유신의 모친-가 결혼한 사람이 김서현이라서 그랬단다. 하여 나는, 그런데 덕혜 옹주는 슬프니까 다른 공주로 바꾸라고 했더니 더 이상 우리나라 아는 공주가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고모, 신데렐라나 백설공주는 이상하잖아요...
그건 그렇구나...
결국 생각해낸 것이 낙랑공주... 그래서 오늘 아침, 짠니는 낙랑공주가 됐다.
나는 재은이와 침대에서 뒹굴며, 이야, 그럼 큰언니 결혼하면 형부는 서동이겠네...
에이, 무왕이겠조...
그렇네, 서동이 무왕이 됐으니까... 그럼 짠니 형부는 호동왕자고 영은이 언니 형부는 온달 장군... 킬킬. 벌써 이름 다 지었네.
그렇네요.
이러구 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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