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일상, 삶, 그리고...

이만하면 되지...

오애도 2011. 6. 11. 23:47

그런 날이 있습니다.

문득 아침에 세상은 그저 밝아 보이고 무엇을 하든 자알 될 거 같고 맘도 가볍고 이것저것 의욕도 불끈불끈해 지는 날 말입니다.

오늘이 그런 날이었습니다. 그냥 아침에 일어나 창문 열고 책상 앞에 앉았는데 이야~~ 사는 게 충분히 즐겁고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어제랑 달라진 것도 별로 없고 다만 날씨만 좀 청명했는데 그게 날씨 덕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요새 며칠 의욕이 불끈불끈 솟아서 드디어 조끼도 다아 완성했고 냉장고 정리도 했고 책도 주구장창 읽고 다이어트도 자알 되고 있습니다. 게다가 이런 변화무쌍하고 축 쳐진 장에서 매일매일 조금씩 일당을 벌어들이고 있고 말입니다.

늦게까지 푸욱 잘 잤습니다. 친구랑 카지노가 있는 마을로 놀러 가는 꿈을 꾸었는데 꿈속에서 일본식 집들이 주욱 늘어서 있고 일본 음식을 파는 거리를 지나가는 꿈을 꾸었습니다.

 꿈땜을 하느라 저녁무렵 혼자서 명동엘 나갔습니다. 가기 전에 며칠동안 벼르던 머리도 잘랐습니다.

우와~~ 명동에 그렇게 사람 많은 거 처음 봤습니다. 명동교자 칼국수를 먹어볼까 했다가 입구에 사람들 줄 서 있는 거 보고 포기하고 햄버거라도 먹어볼까 하다가 역시 줄 서 있길레 그만뒀습니다. 대신 어슬렁어슬렁 여기 기웃 저기 기웃 옷가게도 들어가 보고 길거리 물건들도 들여다 봤습니다.

 그리고는 스스로 생일 선물로 Convers 브랜드의 운동화를 샀습니다. 신발가게 앞을 지나면서 끈 매지 않고 발편하고 가볍게 신을 수 있는 운동화를 샀으면 싶었는데 딱 내맘에 드는 것이 있었지요. 가격은 49000원...

 

 

 날씬해서 흰바지에 입으면 어울리겠지만 뭐 안 날씬해도 신으면 편하고 예쁩니다.

 울집에 오는 여자애들이 저 브랜드 신발 많이 신고 옵니다.  대세가 된지 꽤 됐지요. 사실 브랜드에서 저건 정통 아니고 면 끈 줄줄이 매야하는 발목 올라오는 운동화가 대표 상품이지요. 수업 끝나고 집에 갈 때 신발끈 매느라 현관에서 한참을 걸려야 하는...

그러면 나는 그럽니다. 그거 안 귀찮냐? 신발이란 자고로 신고벗기 편한게 미덕이지...

그러기나 말기나 즈이 엄니가 밖에서 차문 열고 기다리고 있는데도 주구장창 신발끈만 맵니다. 게다가 저런 캔버스화가 겨울에 발이 시렵지요. 발 시렵다고 투덜대면서도 늘상 신고 다닙니다.   

 

여하간 쪽빛 캔버스화입니다. 보기만 해도 기분 좋은 색....

흠... 맨발로 저거 신고 남산도 가고 대공원도 갈 생각입니다. 양재천은 조깅화 신고 가고요... 저건 외출용으로 산거니까 말입니다.

하여 엊그제까지 주구장창 신었던 로바 트래킹화는 잠시 들여놔야겠습니다. 하하하.

 

 

새것은 늘 가슴 설레는 향수를 불러 일으킵니다.

새것 냄새가 좋아 나는 옷이든 신발이든 사오면 선뜻 신고 나서거나 입고 나서는 일을 잘 못하지요.

 

 

조울증 증세인지는 몰라도 그냥 참 기분 좋은 날이었습니다. 나가면서 머릴 자르고 스마트폰의 이어폰을 꽂고 김광석의 노래를 줄창 들으며 버스를 타고, 명동 거리를 걷고 신발을 사갖고 돌아오는데 뭐 이 정도면 자알 살고 있는 듯 느껴졌습니다.  

이만하면 된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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