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일상, 삶, 그리고...

낡은 티비여, 안녕히...

오애도 2011. 2. 19. 19:33

새로 티비를 샀습니다.

자려고 눕거나 아침에 일어나서 잠깐 침대에 있을 때 외에는 안 보는데 저렇게 화면 모서리가 둥글다고 해야 하나... 하는 탓에 홈쇼핑 화면에서 전화번호 같은 게 짤려 나옵니다. 그리고 경제방송에서 늘상 떠 있는 다우지수나 코스피 지수 같은 것도 아랫부분은 대부분 가려져서 안 보인다는...

 게다가 눈도 나빠져서리 잘 나오는 자막도 티미~ 한 것이 영 불편했습니다. 이래저래 보니 이십년도 더 된 티비더군요.

 

 

 

LG로 바뀐지가 언제인데 언제적 금성-Gold Star-입니다. ㅋㅋ

 

 

 

 

 

역시 새것은 좋습니다. 방안도 넓어졌고 LED화면도 최고이구요. 증권방송 볼 때 침대에 누워서도 챠트 자알 보이고 자막도 또렷하게 보이고 나이 든 배우들의 검버섯까지도 확연하게 보입니다. 

 

아주 어릴 적-70년대 중반 쯤...- 동네에 티비가 처음 나왔을 때 오원 내고 그걸 보러 다녔었습니다. 돈이 없었던 나는 방안엔 못 들어가고 마루에 앉아 작은 유리로 추운데 덜덜 떨며 몇시간을 보곤 했었지요 그때 정말 간절히 티비가 있었으면 했습니다.

 그러면 울엄니가 부엌에서 저녁밥을 짓는 동안 우리는 방안에서 그 환상적인-???- 만화영화를 보며 기다리는 꿈을 얼마나 그림처럼 바랐는지 모릅니다.

그 후 울엄니랑 떨어져 살게 됐을 때 그나마 아무 생각없이 지냈던 건 분명 티비 덕이었을 것이고 내 지식과 사고와 세계관을 형성하는데 반을 기여한 것도 분명 티비일 터입니다. 어쩌면 독서보다 더, 친구며 지인들이며 가족들보다 더 내가 세계를 인식하는 방식을 형성하는데 기여했을 것입니다. 신문과 함께.....

 지금은....

그러나 신문도 그닥 안 보고 티비도 그닥 안 봅니다. 한동안 미쳐 있던 영화가 더 이상 마음을 끌지 못하는 것도 그렇고 어째서 그리 됐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렇다고 사는데 불편하거나 한 적도 없고 무료하거나 심심하거나 한 적도 없습니다. 그냥... 시간을 바쳐 티비 앞에 있는 시간이 아까울 뿐입니다. 그렇다고 그 시간에 딱히 하는 일도 없는데 말이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 티비는 참... 고맙고 반갑고 흐뭇합니다.

 이전 티비를 밖에 내어 놓으면서,  잘가라... 그동안 고마웠다... 하고 마음 속으로 인사했습니다. 어떤 사물이건 오래 되면 어딘가 영혼이라는 것이 생기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퇴출되어 가는 티비 모습이 쓸쓸해 보였거든요.

 새 티비 때문에 작은 서랍장의 자리를 옮기며 변할 방안 분위기 때문에 잠시 불안합니다. 그러고 보면 나란 인간은 확실히 변화를 좋아하는 인간은 아닙니다. 하여 늘 고즈넉한  안방이 어딘가  좀 수선스러워진 듯 합니다.

 

 늘 그렇듯이 시간은 성큼성큼 지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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