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 속리산엘 가기로 했었습니다.
그런데 하필 시골집 제삿날이기도 합니다. 얼굴 본 적 없는 큰 할아버지-우리 할아버지의 큰 형. 세째 동생의 막내 아들인 울아부지가 양자를 가셔서리...제사인데 며칠 전 큰올케언니한테 전화가 왔었습니다.
아가씨 월요일에 뭐 해요?
속리산 가기로 했는디...
제사인데 내가 출근해서 끝나고 가면 넘 늦을 거 같아서 부탁 좀 하려고...
우짜나...
할 수 없지 뭐.
뭐 이러고 끊었습니다.
속리산 약속도 벼르고 별렀던 것인지라 어기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울엄니 혼자 고생하시는 것도 걸리고...
엄니한데 전화했습니다.
어째요?
괜찮어... 옛날부터 혼자했는디...
그때하고 지금하고 같어유?
혼자 할 수 있으니께 걱정 말어...
결국은 친구한테 전화하고 양해를 구했습니다.
자꾸만 늙으신 내 엄니가 구부정하고 야윈 어깨로 혼자 곰실곰실 일하는 모습이 눈에 어른거려서요...
뭐 지금까지 기제사는 사실 신경써 본 적 없습니다. 큰 올케 들어오기 전에도 엄니는 혼자서 곰실곰실 하셨었고 -그때도 사실은 들어온지 십년도 더 된 며느리가 있었다. 명절 말고 네 번이나 있는 기제사 울엄니 별말씀 안하시고 혼자 하셨다. 당신 팔목을 다쳤을 때 두 번인가 내게 전화해서 제사인데 니가 와서 좀 해라... 하셨었다. 그때 그 며느리 그 전에 자기 혼자 모든 거 다했다고 억울해 한다. 하하-
며느리든 딸이든 누가 해야한다는 따위의 고리타분한 생각은 해 본 적 없습니다. 필요하믄 사돈댁 제사도 도와줄 수 있는 것이지요.
여하간 일은 자알 해결되서 오늘 가서 제사 돕고 내일 바로 청주에서 친구 만나 속리산 행을 하기로 했습니다. 이건 정말 꿩먹고 알먹고,도랑치고 가재잡고,마당쓸고 돈줍고입니다. 하하하
주술적인 인간인 나는 아마 조상님이 내가 보고 싶어서 그랬나보다.. 생각합니다.
사실 제사는 조상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사실은 '나' 잘되기 바라고 '내 자식'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일 것입니다. 그것은 어떤 종교든 아무리 허울좋게 얘기해도 궁극적으로는 역시'나' 잘되고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인 것 인 것처럼 말입니다. 의심스러우면 '내'가 하는 기도의 제목을 보면 알게 될 것입니다. 감사기도인지 갈구하는 기도인지...
어떤 것을 믿느냐는 옳고 그르고의 문제보다 어떻게 진심을 다 해 사느냐의 문제이지요.
하여 더할 수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장'을 보고 있습니다. 당연히 지금 떼돈-??-벌며 쓰고 있습니다. ㅋㅋㅋ. 이럴려고 그랬던 모양입니다.
'나, 일상, 삶, 그리고...'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몸이 천 근... (0) | 2010.10.28 |
---|---|
주절주절... (0) | 2010.10.25 |
육계장 사진... (0) | 2010.10.15 |
육계장이 끓는 동안.... (0) | 2010.10.14 |
맛있어!! (0) | 2010.10.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