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일상, 삶, 그리고...

옛날 이야기 궁시렁...

오애도 2010. 7. 8. 11:23

어제 신문에, 경부고속도로 개통 40주년이란 기사가 났습니다. 1970년 7월 7일에 개통이 됐다고 하더군요.-난 분명히 신문에서 봤다고 생각했는데 아침에 아무리 찾아도 없는 걸 보니 포털사이트에서 본 모양입니다. - 

그걸 보면서 참 세월이 많이 흘렀구나를 문득 깨닫습니다.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하는 것은 개통식에 박대통령이 차타고 지나간다고 해서리 온 동네 사람이 고속도롯가로 태극기 들고 나갔던 기억입니다. 늘 올라가 바위에도 누워 있고 낮고 평평한 소나무 가지에 올라가 누워 있기도 하고-과연 그게 정말 있었던 일일까?-가을이면 도토리며 버섯 따위를 딴다고 헤매고 다녔던 동네 뒷산이 케이크처럼 잘리고 그 단면 사이로 고속도로는 생겼지요. 그 산 위로 올라가 우리는 작은 태극기를 들고 대통령이 나타나기를 기다렸는데 이런!!! 뭔가 검은 차들이 주욱 달려오긴 했는데 어디에 대통령이 타고 있었는지 볼 수가 없었습니다.  하하.

뭐 그 후로 난 대통령도 봤다고 우기긴 했지만 사실 누가 누군지 전혀 몰랐습니다.

 여하간 70년이면 내가 우리나라 나이로 일곱살이고 만으로는 여섯살일 터입니다. 그 그속도로 건설하는 인부들이 우리집 사랑에서 하숙을 했었습니다. 그 중에 어떤 인부가 하숙비 떼먹고 그냥 가 버려서 울엄니 돈 받으러 전라도 이리를 몇 번 가셨었는데 받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여 그때부터 한동안 이리라는 도시는 돈 떼먹고 도망간 놈이 사는 동네... 로 각인이 되어 있었습니다. ^^

그리고 공사 중인 고속도로에서 놀다가 동생이 넘어져 눈썹 위가 찢어졌는데 얼굴 가리고 울다가 손을 뗐을 때 얼굴위로 흘러 내리던 피가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납니다. -그런데 흉터는 왜 내 이마에 있을까??-

그리고 아브라라고하는 -아스팔트 원액인데 어째 아브라라고 했는지 나중에 알라들한테 정유과정 설명하다가 알게 됐다는... 원유를 정유하는 과정에서 가솔린, 등유, 경유, 중유-애들한테는 외우기 쉽게 가등경중으로 외우게 한다- 빼고 마지막 남는게 바로 아스팔트.... 아브라는 일본말로 기름이라는 말이니까 아마 원유에서 나왔다는 의미가 아니었을까?- 끈적한 액체를 손으로 뭉쳐 말랑말랑하게 해서 갖고 놀았는데 이 기억이 확실한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

 흑설탕이나 카라멜 녹인 것처럼 말랑말랑 했던 기억은 확실한데 그게 어째서 군데군데 고여 있었고 그 끈적한 액체를 어떻게 만져서 그렇게 했는지는 설명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흠... 몹쓸 놈의 기억... 이지요.

 어쨌든 학교 들어가기 전 기억의 언저리에는 그렇게 고속도로 공사장이 둘러 있습니다. 그 도롯가에 심어놨던 팬지며 데이지 같은 꽃이 너무나 생소해서 몰래 캐 갖고 오기도 했었지요.

 

 오늘 아침에 메일 확인을 하는데 주욱 핸드폰 고지서가 보이더군요. 다른 쓸데 없는 메일은 죄 삭제하고 고지서만 남겨놨는데 어쩌자고 그것만 나란히 여섯 통이 있었습니다. 1월부터 6월까지의 그 고지서를 보면서 열 두 토막으로 쪼개진 일년의 여섯 토막이 벌써 지나갔다는 걸 실감합니다.  

 그렇게 시간을 재는 단위는 많습니다. 요금 고지서들이 날라오거나 통장 잔고가 줄어들어 들어가보면 어느새 한 달에 한 번 나가는 적금이나 보험료가 빠져 나갔고, 계산 바른 학부형들이 날짜에 딱딱 맞춰 보내는 교육비가 들어와 있으면 한 달이 지난 것입니다. 허긴... 수업 많은 일요일이 네 번 지나면 그것도 한 달이 지난 것이지요.

 머리가 세거나 주름살이 늘거나 이런 것보다 훨씬 구체적으로 그것들은 시간을 재 줍니다.

 그렇게 토막난 시간들 말고 긴 시간을 재는 단위는 저렇게 역사적 사건-??- 따위를 마주 대할 때 문득 실감합니다. 80년 봄이나 6아8세-86 아세안 게임, 88올림픽-를 목표로 나는 무신 통역 자원봉사 같은 걸 하겠다고 그때 막 시작했던 EBS의 외국어 교육방송을 열심히 보던 것도 선명히 기억합니다. 그 교재는 아직도 가지고 있다는... -물론 안 시켜줘서 자원봉사는 못했다. 흑흑-

 나일 먹으면 자꾸 옛날 일에 비중을 두며 살아간다더니만...

이번 월드컵 때 나는 알라들한테 70년에 박스컵이나 메르데카 컵이나 킹스컵 같은 얘길 해 줬습니다.

 예전엔 아시아에 그런 축구경기가 꽤 있었지. 근데 이상한 건 그 때 우리나라는 그런 게임에서는 여러번 우승을 했는데 월드컵 예선엔 거의 전멸이었단다. 오분인가 남겨놓고 차범근 선수가 네 골인가 넣었던 경기도 있었고... 

 붉은 악마가 어디서 나왔냐길레 내 기억이 맞으면 1983년인가 세계 청소년 축구대회에서 최초로 우리나라가 4강에 들었는데 그때 외국 신문에서 붉은 유니폼을 입은 우리 대표팀 선수들을 그렇게 표현했지 아마. 프랑스 신문이었나... 영국신문이었나...

 이건 뭐 거의 옛날 얘기 수준입니다. 하하. 사실  80년대면 그닥 오래 된 일도 아닌데 생각해보니 알라들은 태어나지도 않았더군요. 가끔 친구들하고 95년에도 사람이 태어나냐?? 하고 말하기도 했는데 얼라들이 60년대도 사람이 태어나나??? 하는 느낌하고 비슷하겠지요.

 사람은 앞으로 나가면서 사는 것 같지만 그것도 일정 수준에 이르면 나아가는 것보다는 뒤돌아 짚어가는 일이 더 많은 듯 합니다.

 문득, 신발장을 열어보니 10년도 넘은 구두들이 여러 켤레 있었습니다.

  그것들은 묵묵히 시간이 어쩌구 세월이 저쩌구도 안하면서 소리 없이 삭아가고 있는데 뭐 이렇게 궁시렁거릴까요? 신발장 정리나 해야겠습니다.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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