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청계산 다녀오는 길에 떨이로 아욱 삼천원어치를 사왔습니다. 두 바구니.....
안 그래도 시골집 마당에 아욱이 많이 자랐다는 말 듣고 갖다 먹어야지 하는 찰라였는데 말입니다.
하여 오늘 아침 큰맘 먹고 아욱국을 한 솥 끓였습니다.
쌀뜨물을 받아 멸치가루를 넣고 집에서 갖고 온 된장을 풀어서 말입니다. 구수한 된장국 냄새가 온 집안이 퍼졌습니다.
된장국 냄새라는 건 참 이상하게 거부감같은 것은 한 자락도 들지 않는 묘한 특성이 있습니다.
어려서부터 먹고 자란 식이라서 그럴까요?
얼마전에 솜씨 좋은 분으로부터 무려 세 가지의 김치를 받았습니다. 전라도식 배추김치랑 파김치, 열무김치...
자랑처럼 말하자면 나도 알고 보믄-??!!- 김치 담글 줄 압니다. ㅋㅋ. 열무김치, 오이 소박이, 배추김치, 석박지, 막김치, 물김치 등등... 그런데 이상하게 전라도식 김치만은 감히 흉내가 안 내어집니다. 한참 전에 전라도 진안에 머물렀을 때 마른 고추를 밥과 함께 돌확에 갈아 담는 것을 보고 감히 흉내내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접었을 것입니다.
여하간 여긴 빠졌지만 맛있는 배추김치랑 파김치가 듬직하게 냉장고에 있습니다.
이건 특별 주문했던 여수 돌산 갓김치... 알싸한 맛이라더니 정말 알싸~~하게 자알 익었습니다.
하여 단백질 보충하겠다고 원시적인 계란 후라이도 하나 하고 콩자반과 함께 아침 밥상입니다. 저렇게 소박하고 나름 정성있는 집밥을 먹으면 몸이 따뜻해지는 속도가 초고속입니다.
이건 국에 말아 김치 얹어 설정샷 한방입니다.
여러가지 음식을 많이, 자주 해먹진 않지만 적어도 대충... 되는 대로 해먹진 않습니다. 된장찌개 하나를 끓여도 자알... 최선을 다해... 끓인다는...ㅋㅋ.
지난 번 볶아놓은 야채들이 남아서 이번엔 카레 볶음밥을.... 인도네시아식 볶음밥 나시고랭보다 맜있다고 느낀 것은 온전히 '나'만 위해 준비했다는 의미가 양념으로 섞였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지난 번에 두어번 아주 거하게 질 좋은 양지머리 쇠고기 사다 끓였던 육개장....
그런데 이상하게 육개장 해 먹은 시기와 몸이 잠깐 붓는 시기가 일치해 나름 연구중인데 한 번 더 해먹어봐야겠습니다. 또 그러면 그건 과하게 넣은 북한산 고사리가 원인이 됐을 수도 있으니까요...
육개장 끓이느라 사 온 고사리와 숙주가 남아 나물 서너가지 추가해 비빔밥 만들어 줄기차게 먹었었습니다.
호박 볶음, 콩나물 무침, 당근 볶음, 무우 볶음, 숙주나물, 그리고 구운 김과 계란 후라이...
숙채 비빔밥인지라 생채는 하나도 안 들어갔습니다. 생채비빔밥보다는 분명 숙채가 나한테 훨씬 몸에도, 입맛에도 맞습니다.
제육볶음 얹어서 역시 설정샷
온전히 '나'만을 위해 최선을 다해 음식을 만들 열정이 있는 사람은 분명 다른 일에도 최선과 열정을 다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인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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