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일상, 삶, 그리고...

그렇게 살고 있다...

오애도 2010. 5. 12. 12:24

월요일엔 청계산엘 갔었습니다.

투명한 햇살과 맑은 바람과 한껏 보드랍게 흔들리는 새 나뭇잎에 햇빛 반짝이는 모습이 자못 환상적이기까지 하더군요.

 사람도 그렇게 일 년 단위로  잠시 웅크려 있다가 생기있는 모습으로 다시 솟아나는 새싹으로 옷을 갈아 입으며 살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그 여린 나뭇잎의 풋풋함이나 보드라운 감촉이나 싱그러운 자태를 보고 있자면 때로 인간이란 참 지루한 껍데기로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사실,  긴 세월 살면서 의연하게 아름다운 모습이기가 참 어려운 게 인간의 모습일런지 모르지요.

  나이 먹으며 늘상 일어나는 자연의 변화에 비로소 낮은 자세로 눈을 맞춰보며 자연의 깊은 섭리를 읽어내게 됩니다.

 

 운동 안하고 약간의 절식만으로 체중을 좀 줄였더니 확실히 체력의 저하가 느껴집니다. 늘 가던 산을 오르는데 어찌나 헥헥대던지...

예전에 운동 빡시게 하면서 더 많은 체중을 줄였을 때는 오히려 몸 가벼워져서 산에 오르는 게 좀 수월했었는데 말입니다. 확실히 운동을 으쌰으쌰 하면 식욕이 늘고 그 때문에 체중 줄어드는 속도는 줄지만-??- 체력은 굉장히 좋아집니다.

 사람의 몸이건 자연이건 사회건 인간의 삶이건 미처 깨닫지 못하거나 알려 하지 않아서 그렇지, 그렇게 뻔한 매커니즘에 의해 형성되고 굴러가는 것입니다.  

 

주말엔 어버이 날이라고 엄니 이하 식구들이 거의 다아 모여서 식사를 했습니다. 우리 집에 일차로 모였다가 손주들까지 줄줄이 슬렁슬렁 걸어 가서 밥 먹고 왔었지요. 

 차이나 팩토리엘 갔었는데 도때기 시장을 방불케 하더군요. -나도 그렇지만 평상시에 효도 좀 하고 살지... 하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는...ㅋㅋ- 음식은 보통 때에 비해 양도 줄었고 질도 별로인데다 너무 바빠서 서비스도 엉망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오랜만에 울엄니 보면서 맘이 짠하게 서글퍼지지 않았던 날이었습니다.

어쩌면 자식이란게 애물단지일 때가 훨씬 많겠지만 단 하루의 행사-??-로 그걸 상쇄할 만한 강도으; 보물단지로 변하는 게 부모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듭니다. 흠.... 자식 없는 나는 애물단지도 없지만 보물단지도 없어서 나중에 쓸쓸해질지 어떨지는 모르겠습니다. 하하.  

 

 얼마 전에 새로 들어온 알라가,

선생님 왜 결혼 안 하세요?

꼭 해야하는 건 아니잖냐?

그래도 아깝지 않으세요?

뭐가?

선생님 유전자가요.

켁!!!!   칭잔으로 듣겠다... 유전자 아깝다고 결혼할 수는 없잖냐

했지만 딱!! 나 닮은 딸 하나 낳아서 잘 키우면 어떨까 하는 생각은 늘 해 봅니다. ㅋ. 그래도 아마 이생에서의 내 몫의 삶은 딱!!!! 나만큼일 것입니다. 그게 내몫으로 주어진 삶의 양과 질이겠지요.

 

시험 끝나고 지난 주 내에 바빴었습니다. 손님맞이로 동침자가 세 번 있었고 이것저것 하느라, 이사람 저 사람들을 만나느라 입술 부르트게 분주했었지요. 늘 말하지만 그렇게 일상이란 몰려오고 몰려가는 것입니다.  

그렇게 내 삶은 점점 더 정해 놓은 틀에 맞춰집니다. 그리하여 분명, 일상으로 이루진 삶의 모습이라는 것도 내가 결정해 놓거나 기대하거나 짐작할 수 있게 되거나 하겠지요.

 

 오늘은 모처럼 아무 일도 없는 날입니다. 어제 사다 놓은 쇠고기로 육개장이나 끓여야겠습니다.

 북한산 고사리 사다가 자알 삶아 물에 담궈 놨습니다. 지난 번에 양지머리로 끓였던 육개장이 참 맛있었는데 이번엔 어찌될지 모르겠습니다. 더 맛있게 하겠다고 숙주도 사왔는데 사실 고기의 질은 별로입니다. 울엄니 갖고 온 미나리 전 부쳐서 내일은 혼자 청계산에라도 가볼까 합니다. 가서 뜨개질이나 하고 오지요...

비가 뿌려도 개않을 것이고 햇빛 반짝여도 행복할 것입니다.

 

 

 

 

어젯밤에-??- 남산엘 갔었습니다. 어둠 속에서, 일부러 조성해 놓은 화단의 꽃들이 이뻐서 후레쉬 터뜨리며 찍었습니다. 이러저러한 꽃들이 많이 피어서 현기증 날 정도로 향기를 뿜고 있는 봄밤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