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핸드폰 기종을 바꿨습니다.
통신사 이동 안하고 기종만 변경하려니까 공짜로-??- 살 수는 없었고 정교하게 공짜인 듯한 느낌 받게 단돈 천원 어쩌고 해서 샀습니다. 물론 천원일 리는 만무하고 24개월동안 7500원씩 기기값이 나가니까 18만원 정도 준 것이 되겠지요. -이렇게 비싸게 주고 전화기 바꾼 것은 처음이다...-
여하간, 어제 저녁에 도착해서리 아직 개통은 안 했습니다. 안내장에 써 있는대로 하믄 되겠지만 이런!!! 휴일엔 서비스가 안됩니다. 하여 엊저녁 내에 대충 하드웨어 셋팅만 했습니다.
바-Bar- 형태의 전화기를 안 좋아해서리 이번에도 풀더형입니다. ㅋㅋ. 순전히 선입견이겠지만 바 형태의 전화기는 꼭 무전기 받듯이 받아야 할 것 같아서리 한 번도 써 본 적이 없는데 대세가 바 형인지라 조만간 폴더형은 단종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는...
바람인식 기능이란게 있어서 후~ 하고 입김을 불었더니만...
켜 있던 촛불이....
꺼졌습니다. ㅋㅋ
어쨌든 핸드폰에 관한 소고 1을 보니 2003년 5월1일에 썼고, 핸드폰에 관한 소고 2는 2006년 11월 1일에 썼더군요. 오늘이 2010 5월 5일이니까 정확하게 3년 육개월이 한계인 듯 합니다. -내 삶의 역사를 보는 듯...-
뭐 기능상 문제가 있거나 불편하거나 새로운 기능에 대한 호기심, 혹은 유행 같은 것은 전혀 상관 없고 밧데리 수명이 점점 짧아져서 좀 불편했을 뿐입니다.
나란 인간이 원래 어떤 것이건, 특히 기계는 고장내거나 떨어트리거나 망가뜨리는 일 없이 주구장창 수명 다할 때까지 쓰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여 웃기는 일이지만 내 물건은 언제나 신형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요번에 새로 들어온 일학년 알라가 내 이전 핸드폰을 보더니,
선생님 이런 기종 처음 봐요!!
허거걱!!!!
산업사회와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소비는 분명 미덕이지만 무한한 상업성과 경박한 유행에의 몰두가 재앙을 몰고 올 게 뻔한 낭비를 일삼게 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흠.....
사족::
3년 육개월 전에 쓴 새 핸드폰에 관한 소고2 입니다.
새 핸드폰을 샀습니다.
이러저러하게 따져보고 골라보고 해서 정말 사고 싶었던 SKY IM S110모델로 샀습니다. 얇고 날렵하게 생긴 창백한 체리핑크 컬러입니다. 처음 바꿔야지 했을 때 가격은 최하 35만원 쯤이었는데 오랫동안 숙고한 결과 64,000원쯤 줬습니다.
이전에 쓰던 핸드폰은 '핸드폰에 관한 소고' 하고 썼을 때를 보니 정확하게 2003년 5월 1일이었으니 그래도 3년 6개월 쯤 쓴 것입니다. 나란 인간이 원래 기계를 얌전히 오랫동안 별 탈없이 쓰는데 유능한지라 사실 쓰는데는 별 문제 없고 고장난 데도 없고, 다만 밧데리 수명이 너무 짧아졌을 뿐입니다.
통신사를 이동하고 -지난 번 통신사는 101개월을 썼다- 새 통신사에 가입을 햇는데 처음 개통하고 첫 문자메세지가 '그동안 LG텔레콤을 이용해주셔서 감사합니다...'어쩌구 하는 것이었는데 괜히 맘이 영 쓸쓸해졌습니다. 사람과 헤어질 땐 사실 우리 그만 헤어지자, 그동안 고마웠어... 어쩌구 하는 인사따위 없이 서로 실망하고 뜨악해지면 끊어지는 것에 비해 으외로 쿨하게 상업적으로 맺어진 관계는 전혀 쿨하지 않고 아련한 가슴저림이 일던걸요.
기계라는 건 어쨌거나 날이면 날마다 진보와 발전을 하는 터라 새것은 늘 놀랍습니다. 그 편리함과 내구성에 대해 말입니다. 하여 아직 다아 옮기지 못했지만 150여명 쯤 되는 주소록을 일일히 수작업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대리점에 가서 기기변경만 했다면 단숨에 옮겨지겠지만 인터넷을 통해 산 것이고 게다가 주소록 옮기기 어쩌구 하면서 새로 배워가며 옮기기도 귀찮고 해서 되는대로, 필요한대로 그때그때 옮기는 중입니다. ^^;;
그러다보니 하나하나 이름과 전화번호를 들여다보게 됐습니다.
물론 가장 먼저 옮긴 것들은 외고 있는 번호들, 즉 자주 걸거나 받는 전화일테니까 가족, 가까운 친구들이었습니다. 다음은 사업상-??-걸어오는 전화들,-이것은 특별한 절차없이 그냥 저장을 누르면 된다-, 그리고 나머지는 하나하나 먼저 전화를 가나다순으로 검색해서 옮기는 작업을 했습니다. 그 중에는 오랫동안 통화하지 않았지만 번호만 봐도 가슴이 뛰고 아련해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이제는 잊혀질 것 같은 오래전에 가르쳤던 아이들, 그리고 한 때 다정했지만 이젠 왠지 옛날의 다정함 따위는 회복 불가능할 것 같은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그런 번호들은 괜히 옮기는 것도 저어돼서 그냥 그대로 두고 말았습니다.
가르치는 아이들은 당장 필요한 것이니까 빠지지 않고 옮기면서 생각합니다.
'그래, 그렇구나. 어쩌면 오늘 날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정의적인 관계보다는 목적적 관계가 더 우선시 되는지 몰라...'
레비 스트로스나 움베르토 에코같은 기호학자의 이론이 아니어도 어쩌면 세상은 그렇게 기호의 시대인지도 모릅니다. 사람을 떠올리는데 그 사람의 이름과 숫자만으로도 그 사람에 대한 내 마음의 비중이 떠오르는 걸 보면 말입니다. 거기엔 떨림과 아련함, 슬픔과 기쁨. 뿌듯함과 실망감, 밋밋함과 들끓음따위를 적나라하게 느끼기 때문입니다.
하여 아직도 갈등하고 있는 전화번호 몇 개가 있습니다. 이걸 옮겨야 하나 말아야 하나...
더이상 전화할 것 같지 않고 다시 만나지지 않을 것 같고 일부러 만나고 싶을 것 같지도 않은 사람이나 앞으로 만나거나 연락이 와도 기쁘거나 반갑지 않은 몇몇 사람들에 대해서 말입니다.
그래도 훨 많은 것은
'잘 지내지요? 나도 잘 지냅니다' 라든가 '지금 이런 때 옆에 있다면 정말 좋겠어. 오늘 같은 날 술이나 한 잔 하게...' '그냥 언니 생각이 나서... 잘 지내지요?' 하고 몇 달에 한 번 씩 보내는 메세지 외엔 없지만 그 관심과 애정과 마음 따뜻함에 감동하게 하는 사람들의 이름과 숫자들입니다. ^0^ 그것들을 보며 나는 입끝이 올라가고 눈가가 축축해집니다.
그리고 40통 쯤 보관되어 있는 문자 메세지들... 사랑하는 선생님...어쩌구 하는 것들과 사랑하는 친구야, 혹은 잘자라 사랑한다... 어쩌구 하는 것들... 차마 지우기엔 따뜻하고 가슴 떨리게 하는 문장들입니다.
새것 앞에서 오래된 것은 늘 초라해집니다.
하지만 그안에 아직 삭제하지 않고 있는 기억과 기록과 추억 때문에 한동안 낡은 내 옛 전화기는 새 전화기와 함께 할 것입니다.
엷은 체리 핑크의 새 핸드폰은 그야말로 사랑스럽습니다. 그리고 편리함과 내구성 때문에 그 사랑스러움은 가중되는 듯 합니다.
그렇게 나는 또, 살아 숨쉬지 않지만 또 다른 나름의 정서가 깃들어질 사물 하나를 친구삼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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