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일상, 삶, 그리고...

손뜨개 단상...

오애도 2009. 9. 13. 08:35

어떤 부분에서 난 틀림없이 장애이거나 지체인 게 확실하다.

두 개의 소품을 뜨는데 모자는 시작 무렵부터 엉켜서 죄 풀렀고, 넥 워머는 70퍼센트 쯤 해놓고 풀러야할 위기에 처했다.

모두 풀러서 스스로 복구를 할 것인가... 그대로 두고 있다가 다음 수업 시간에 다시 시작을 할 것인가... 그것이 문제로다.

 뻔한 고무 뜨기가 왜이렇게 엉키는 것인지 모르겠다. 차라리 니가 하는 방식으로 고무뜨기 네단을 뜨라고 하면 하겠는데 지극히 정상적인 손놀림으로 하려니 머리도 손도 엉킨다.

 난 특별히 머리가 나쁘다는 생각은 안 해봤다. 어떤 부분에서는 물론 머리가 모자라는 것도 사실이지만- 말하자면 난 얼굴이 크다거나 다리가 짧다거나 하는 걸 알아채는 것은 상당히 느리다- 다른 직관이나 통찰력은 그다지 나쁘지 않은데 이건 정말 중증 지체 증상이다.

 무엇이건 머릿속에서 완전히 이해하지 않으면 실행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상당히 심각한 문제다. 어째서 고무 뜨기가 뒤집히거나 정상이거나 왔다갔다 하는지를 완벽하게 이해하지 않고는 당최 개선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흠...

여하간 나같은 무식한 인간을 위해 선생이 필요한 법...  그래도 배우는데 유능한-??- 나는 착하게 모든 것을 '무식'으로 일관한 채 잘 배운다. 어떤 것이든 모르는 것을 인정하지 않으면 사실 배우는 것은 불가능하다. 물론 잘 배우는 사람이 자알 가르치는 것일테고...... 세상에 내가 모르는 일은 얼마나 많은가 말이다.

 

하여 분명 나는 다시 뜨개질 이론서를 뒤지고 실의 품질과 기능과 특성을 찾아내게 될 것이다.

 문제는 그러나 용잡는 기술이 될 지도 모른다는 것... 나는 물론 자알 뜨고 싶긴 하지만 이걸로 업을 삼을 생각은 없다. 퀼트도 홈패션도 손뜨개도 정말 제대로 자알 하고 싶긴 하지만 업을 삼기엔 지나치게 집요한 면이 없잖아서 스스로 지쳐갈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허접과 경박을 용서 못하는 드러운 성질도 있고...

 과외선생이 밥벌이인데도 역시 프로페셔널 하지 못해서 문제인데 대체 나란 인간은 뭐를 해야만 하는지 가끔은 ???????????다. 물론 여러가지를 할 수 있다는 것은 아무 것도 못하는 것보다는 나을 지 모른다. 문제는 모든 것을 다 아는 바보... 도 있다는 것...

 

여하간, 뜨개실이 고급스럽고 이뻐서 의욕 불끈이긴 한데 이건 퀼트 천보다 훨씬 비싸다. 취미로 뭔가를 하는 것에는 정말 많은 돈이 든다...

 어쨌거나 전생에 인클로저 운동 성행하던 유럽에서 태어나 양 키워 실잣는 일로 일생을 살다 죽었는지 양모실만 보면 침 질질이다.

 아직 입지도 못하고 들어갔다 나왔다만 하는 수십 벌의 질 좋은 양모 스웨터를 보면 가슴이 쓰리긴 하지만 -그걸 언제 입는단 말인가- 그래도 예쁜 가디건이나 숄 따위를 질 좋은 실로 짜고 싶다.  

 뭐 여하간 시작이 어려우면 끝이 좋다고 했다. 금요일까지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두 개를 다아 원상복구 해 볼 생각이다.

 하여 어떤 것이든 선생은 정말 중요하고 고마운 존재다. 배운다는 것은 기쁨이 샘솟는 우물과 같고...

세상은 넓고 배울 것은 많다.

 

 

잘 짜낸 포도즙 같은 색깔의 실로 뜨는 워머...

작년 올 해 패션계를 휩쓸었다는데 별로 본 적이 없는 건  내가 한동안 지나치게 방안퉁수로 살았기 때문이리라. 뭐 여하간... 과장해서 야구 방방이 만큼 굵은 바늘로 네겹으로 뜨는 중....인데 

 

 

처음 네 단이 고무드기여야 하는데 저 모양이다. 저것이 어찌 고무 뜨기라고 할 수 있겠는가...

-파란색 실은 튿어낼 것-

 

 

 

어쨌거나 강사가 날씬하고 예뻐서 샘플들을 휘휘 걸치는데도 멋스럽다. 하여 나도 그렇게 가늘가늘해져야 한다는 생각이 불끈!!!!!!!!

 내일 하루 굶고 반식 다이어트를 해봐?? 하는 생각이다.

 

처음 강의 끝나고 두 번째 강의 까지는 한시간 가량의 텀이 있어서 실실 백화점을 돌거나 야외 테이블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거나 한다. 혼 자 서....

첫째 날엔 블라우스 한 벌을 샀고 두번 째 강의가 있는 날엔 살구색 잠옷이랑 무지 귀여운 캐릭터 그려진 실내복을 사는 둥...돈을 물쓰듯-??- 했다. 백화점에 있는 수영장이나 문화센터에서 강의를 듣는 것의 문제점은 이렇게 충동구매를 유발한다는 것!!!  하하.

그렇게 스멀스멀 간지러운 평화와 기쁨이 퍼지는 가을날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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