찍어보자!!

책, 책, 책....책에 관한 소고

오애도 2009. 7. 30. 12:31

 친구가 딸내미가 읽던 책을 잔뜩 싣고 왔습니다. 백 권 가까이 되는데 저렇게 쌓아 놓고보니 안 먹어도 배부른 느낌입니다.

아주 어릴 적 시골에서 읽을 건 없고 어떻게 터득했는지 모르지만 글짜를 저절로 터득했던 나는 문자 중독증처럼 눈에 뵈는 텍스트들을 읽어치운 기억이 나는데 이웃집 사랑방에 벽지대신 발라놓은 신문이며 무신 새농민 같은 잡지 따위도 읽어 치웠지요.

그 당시에는  초등학교에 자유교양반이라고 해서 공부 잘하는 아이들 뽑아 네권의 책을 주고 열심히 읽힌 후에 독후감 대회에 나갔었는데 내가 하기 전 오빠들이 했었던 터라 오빠들이 받아온 책들 줄창 읽어냈던 기억이 납니다.

2학년 때를 기억하는 건 저학년이라서 내가 안 뽑혔기 때문입니다. ^^;;

 구약성서와 신약성서, 불교설화와 자경문 신윤복전, 박씨전 뭐 이런거 였는데 지금 생각해도 거의 외우다시피 했었지요.

아마 그 어릴 때 훨씬 많은 책을 읽었더라면 내 인생은 좀더 달라지지 않았을까?? 생각해보기도 하지만 사실 그런 건 별 의미가 없습니다. 많이 읽는다고, 많이 본다고, 많은 경험을 한다고 더 많이 느끼거나 깨닫거나 하는 것은 아닐테니까요. 느끼거나 깨닫는 유형은 사고의 질과 양과 밀접한 관련을 맺는데 그 사고의 질이라는 것은 다분히 선천적인 요소가 영향을 미칩니다.

여하간... 어른용 책도 아닌데 괜히 흐뭇한 것은 분명 어릴 때의 결핍에 대한 향수일 것입니다. 조카들 오기 전에 한 번씩 실실 읽어봐야겠습니다. 어린이용 책을 읽을 때의 놀라운 흡수력에 비추어보면 인간이란 건 사실 머리가 굵어졌다 하더라도 정보의 소통능력은 큰 차이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어린이용 책이라는 것도 어른들이 만든 것인지라 다분히 어른의 시선으로 그어놓은 잣대를 읽어내는 것도 재밌습니다.

 

 

 

 

 

한 때 열심히 사 모았던 책이 방 한쪽을 메우고 있습니다. 만약 지금까지 그 때처럼 열심히 책을 샀더라면 나는 방 다섯 칸도 모자랐을 것이지만 어느 순간 영화 보는 것에 시들해지고, 티비 보는 것에 시들해졌듯 책 사는 일에 시들해졌습니다. 그저 정말 필요한 책,,, 만 산다고 해도 자꾸자꾸 늘어나는데 나이 먹어 오래 살림을 하면 아무리 근검하게 살아도 살림살이 하나씩 하나씩 늘어나는 이치와 비슷합니다. 어는 것이든 일정한 수준에 이르면 적은 양을 보태도 늘어나는 부피는 기하급수적으로 보일 지경입니다.

요즘은 새로 어떤 책을 읽고 싶은 것은 없고 번역 잘된 고전들을 느릿느릿 읽고 싶은데 여유가 없습니다. 진정한 독서란 사실 내가 끌어안고 있으면서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좋은 책을 몇번이고 몇번이고 몇번이고 읽으면서 자간과 행간에서 울리는 수많은 의미들이 내는 소리를 듣는 것일겝니다. 하여 분명 나는 몇권의 책에서 들었던 소리들이 수백권의 책에서 얻어낸 것보다 삼백 육십배 쯤 많다고 자신할 수 있습니다. 많은 책을 읽는 게 좋은 것이냐, 적은 책을 많이 읽는게 좋은 것이냐... 단연 후자가 압도적입니다. 적어도 내게는...

 

 

 

 

최근 들어 가장 많이 사재끼는 책... 퀼트 서적...  수십만원이 넘는데 저걸 살 때 마다 느끼는 것은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이렇게 쉽게 할 수 있다니... 감동과 감사의 물결이....

오래 전 일본어판 영화잡지 사기 위해 용돈을 아끼고 아무것도 못했던 것에 비하면 아이고 하느님 감사합니다!!!

 

 

 

하여 책상 위에는 저렇게 바느질 작업대가 돼 버렸다는.... 그렇다고 무신 대단한 작품을 만들어 내는 것도 아니면서 그저 뒤적뒤적 책만 보고 있습니다.

                       

 

 

그래도 전혀 책을 안 읽는 것은 아니니까 최근 읽는 책들은 책장에서 빼다가 꽂아 놓는데 어느땐 잔뜩 꽂아놓기만 하고 안 읽어서 다른 것으로 그냥 바뀌어 버립니다.

 

 

여하간 어릴 때의 순수한 열정으로 다시 책을 읽게 될 날이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머리 복잡해진 오늘 날 그것은 분명 불가능할 것입니다. 하지만 아직도 문자 중독증 비슷한 게 있어서리 수영 끝내고  지하에서 올라오면서도 어린이용 하계 특별 프로그램까지 줄줄 읽으면서 올라오고 자폐증 아이처럼 어느 땐 자동차 번호판 따위도 읽으면서 다닙니다. ^^;; 

 적어도 한 가지 사실은 어릴 때 처럼 조용히 앉아서 책을 읽는 즐거움을 느.끼.는. 시기는 분명히 지나갔고 그저 책을 보.면.서. 뭔가 배워나가는 일이 훨씬 많다는 것입니다.

 

 

 사족:: 이거 쓰다가 약속 시간 되서 부랴부랴 나갔는데 지금 읽어보니 정말 가관입니다. 비문에 오타에..이런!!!!

근래 들어 최대의-??- 우스운 글....부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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