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축축한 바람이 불고 있다. 날씨 예보를 안 봤으니까 비가 더 올지는 모르겠다.
슬슬 몸을 풀고 청계산이라도 가야지. 내일 산행 약속이 있는데 미리 웜업을 해야하지 않을까 싶다.
한동안, 자다가 화장실 가고 싶어서 깨는 일이 없어진 대신 낮에 몸이 좀 무겁다. 어디에서 보니 밤중에 요의 때문에 깨는 경우는 심장 쪽에 약간의 이상이 있는 경우도 있다고 했는데 그럼 그거 없어졌으니까 심장 대신 신장에 죄끔 문제가 생긴건가.... 흠.... 참 어렵다.
그렇긴 해도 사실 이 나이만큼 별 문제없이 잘 썼으니 어딘가 낡아서 성능이 떨어지는게 당연한지라 뭐 크게 걱정되지는 않는다. 다만 불편한 게 싫을 뿐... 마음 쓰이는 불편과 그것때문에 깎여 먹히는 일상의 정열 같은 것에 심술이 나는 것이다.
죽는다 한들 뭐 그리 애통할 것인가.. 다아 때가 되믄 가는 것이고 애통해 한들 미루거나 거두어질 것도 아닌데 말이다. 게다가 나 혼자라는 것은 또 얼마나 다행인가 말이다.
하여 요즘 종종 어딘가 정리를 깨끗히 해 놔야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나 죽어서 여기저기 누덕누덕 욕심의 증거처럼 뭔가 쌓여있다면-예를 들어 함부로 어딘가 버리기 뻘쭘해 쌓아 놓은 빤쓰나 브라쟈, -울엄니 오시믄 싸들고 가서 불에 태운다- 오만과 때로 심술이 담겨 있는 오래 전 일기장, 돈 없는 통장, 때 안 빠진 양말 기타등등....- 죽은 후에도 참으로 쪽 팔리는-??!!-일 아니겠는가... 살아서야 대충 가려 놓거나 속일 수 있지만 죽어 드러나는 치부는 별로다. -흠... 그러믄 여기 써놓은 비공개 글도 죄다 삭제해야겠군- 그래서 적어도 교통사고나 뭐 이런 걸로 준비없이 획!!!! 비명횡사하고 싶진 않다.
그래도 알라들한테 받은 작은 쪽지나 편지 이런 건 절대 안 버린다. 아니 못 버린다. 이것도 일종의 강박증이겠지만 어딘가 마음이 담겨있다고 생각되는 것들을 버리면 마음을 버리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하여 내집엔 별 가당찮은 물건들이 꽤 많다. 하여 혹 죽음의 예감 같은 게 오믄 자알 싸 놨다가, 같이 태워주쇼~~ 하믄 될 듯...
어쨌건 잘 죽어야될텐데... 내 삶의 화두다.
하늘 저 쪽이 훤해지는 걸 보니 날이 개고 있는 모양이다. 열어 놓은 창문으로 바람이 들어와 행운목 이파리를 흔드는게 참 좋다.
어제 초콜릿 색 땡땡이 필통을 하나 만들었는데-벌써 세 개 째다- 지극히 초보적 방법임에도 불구하고 참 여러가지 실수 투성이다. 그걸 보면서 아무리 오래 해도 늘 노련할 수 없고, 완벽할-얼마나 큰 건방인가!!!-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삶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살아내고 죽어갔지만 정답도 정도도 지름길도 편법도 없다. 그저 묵묵히 자신 앞의 길을 가다보면 끝에 다다를 것이고 거기서 돌이켜 보면 다아 비슷해 보이지만 '내 삶'만은 내것이었노라고 온전히 말하게 되겠지.
그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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