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백산을 다녀왔다. 삼년전 쯤 올랐던 비로봉을 다시 오른 것이다. 역시나 고약한 성질 때문에 거의 잠 한숨 안 자고 올랐지만 그런대로 씩씩하게 정상을 밟았다.
이상하게 산이라는 것은 청계산만 올라도 오르는 동안은 제법 먼 세상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만들어낸다. 첩첩이 발밑의 봉우리들을 보면서 인간이란 얼마나 얄팍하고 가볍고 짤막하고 얕은 존재인지를 실감한다.
존재를 자랑삼지도 않으며 피 흘리고 경쟁하지도 않으며 시기와 질투와 미움과 분노 없이 서로 어깨를 겯고 있는 나무들에 비하면 말이다.
보호받거나 관심받지 않고도 저 혼자 자라는 나무들은 얼마나 묵묵하고 꿋꿋한가!!!!
들끓는 욕망과 채워지지 않는 욕심, 얄팍하고 가벼운 질시 때문에 혼탁한 인간세계에 비하면 숲은 조용하고 청정하고 꿋꿋하고 청렴하다. 그 숲에서도 역시 시끄러운 것은 인간이다.
돌길 내려오느라 허벅지며 장딴지가 고생을 했는데 의외로 자고 나니 말짱하다.
전 날 못 잔 잠까지 보충해 열 시간 쯤 자고났더니 새 살이 돋듯이 몸은 괘않아졌다. 아픈데도 피곤한 데도 없이......
다만 과하게 사용한 근육들 땜에 전해질이 쌓여서 그런지 몸이 부은 듯한 느낌이 들었을 뿐이다.
아침 열 한시부터 수업해서 거의 열 두시간을 떠들고 좀 전에 수업이 끝났다.
소백산 산행을 했던 어제는 귀빠진 날이었다.
전날 자기 전에 케익에 약식으로 촛불 하나 켜고 생일 세리머니도 했고, 산에 오를 때 오늘은 니 생일이니까 공주가 되라고 무거운 건 죄 친구들이 들어다 주는 바람에 확실히 고생을 덜했다.
열심히 산에 오르는데 미역국은 먹은겨?? 하고 울엄니 전화 왔었다. 집으로 아무리 전활해도 안 받고 핸드폰도 안 받으니-산 위라 터지지 않아서....- 별별 불길한 생각에 울음이 나오더라고... 나는 하하 웃었지만 울컥!!!! 목밑으로 무엇인가 치솟는다. 세상에 어느 누가, 나 연락 안된다고 울음이 터질 것인가!!!
내 어머니 돌아가시면 난 얼만큼의 시간을 혼자서 견딜까를 생각해 봤다. 회자정리의 인간사가 당연한 것이겠지만 문득 쓸쓸해진다.
자알 죽고 싶다.
가끔, 예날 나 어릴 적에, 하지 않았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아니 다시 돌아간다면 더 열심히 자알 하고 싶었던 일들이 많긴 하지만 나는 내가 '나'라는 것이 기껍고 자랑스럽다. 다시 태어나도 나는 나로 태어날 것이고 나로 살다가 죽겠노라고 일초도 생각 안하고 말할 수 있다.
누구 말대로 삶과 죽음은 하나다. 어떤 이의 죽음을 애도하는 날이 어떤 이 탄생을 축하는 날이 되기도 하거든.
모든 것은 지나가리니... 변하지 않고 사라지지 않는 것은 어디에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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