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아침을 먹고 오후에 슬슬 청계산엘 혼자 갔습니다.
산행이 목적이 아니고 늘 얘기했던 쉼터에서의 바느질이 목적이었지요.
초입의 사람없는 화원에 매화가 만개했습니다.
카메라 들이대는데 향기가 코를 찌르는데 아련하다는 느낌을 온몸으로 실감했지요. 잠시 표면적 넓은 내몸에 매화 향기가 뱄습니다.
뭔가 카메라가 분명 노출이나 역광이 잘못됐을 것입니다. 크기 줄인 것만 빼고 저언혀 손 댄 것이 없는데 이렇게 뿌우옇게 찍힌 이유가 뭔지 모르겠습니다.
사람 없는 청계골 등산로의 초입...
이렇게 아기별 꽃들도 피어 있습니다. 몸을 낮춰 잠시 들여다봅니다. 모두들 저 작은 꽃송이들에 역시나 깨알같은 점들이 찍혀 있습니다. 별 실수 없이 저 점들을 찍어내는 자연의 오묘한 작업들에 경의를 표합니다.
눈 맞춰 들여다보면 그렇게 꽃들은 착한 모습으로 웃어줍니다.
싸리꽃 꽃망울입니다.
그리고 오늘의 목적지...
배낭에 넣어 가지고 온 것들.....
뜨건 물, 모처럼 산 컵 라면, 김밥 한 줄, 한라봉 한 개, 퀼트책 한 권, 바느질 거리.... 등
반짓고리.... 휴대용 반짓고리 하나 만들어야겠습니다. 꺼낼때마다 달그락 거려서요~~
별 볼일 없는-??- 김밥이지만 탄수화물 좋아하는 나는, 먹지 않고 배낭 속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든든합니다.
그리고 컵라면... 김밥 한 줄 사고 충동적으로 편의점에서 하나 사갖고 갔습니다.
그리고 믹스 커피 한 잔...
같은 음식이 환경에 따라 다른 맛을 낸다는 것을 실감하게 하는 대표적 장르....이지요.
이번 일욜 곗날에 친구에게 주어야 할 것 같아서 바느질한 선인장....
저렇게 껍닥만 잇고 왔습니다.
아이들 하나씩 만들어 주고 싶어서 시작한 고양이 필통...
이상하게 퀼트로 만든거 선물하면 알라들하고 헤어지는 징크스가 있어서 주기가 겁난다는...
그애기 했더니 가끔 달라고 떼쓰던 알라들 입도 뻥긋 안 합니다.
선생님하고 헤어지느니 안 받을래요~~ -마음이 이쁩니다.-
그래서 징크스건 뭐건 하나씩 만들어 주기로 했습니다. 설마 스무명 남짓한 알라들이 한꺼번에 그만두기야 할까 싶은데다 이젠 제법 내 영발이 쎄져서 내가 원하면 거의 다 원하는대로 이루어진다는...^^;;
저런거 받고 나랑 헤어지면 아마 전생 인연이 필통 받는 것이어서 만나게 된 것이고 그게 끝나면 헤어지는 게 당연한 것. 회자정리요 거자필반의 인간사일테니 말입니다.
저녁 수업이 있어서 원하는 만큼 머물진 못했지만 이젠 길을 텄으니 자주 갈 생각입니다.
오늘은 좀 일찍 가서 바느질을 해야겠습니다. 친구와 가기로 했으니까 느즈막히 오면 막걸리나 한 잔 마시고 산행을 해야지요. 하하.
아직 피로는 풀리지 않아서리 목이 잠겨 아주 매력있는 허스키보이스가 됐습니다.
목으로 벌어먹고 사는 인간인지라 이렇게 가끔 고장이 나면 혹 내가 뭔가 오만하거나 시건방이 들어서 자중하라는 의미인가 하고 둘레둘레 살펴봅니다.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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