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의 살구나무의 꽃망울이 잔뜩 부풀었습니다. 터지기 직전의 꽃망울을은 딸기 시럽 넣고 튀긴 팝콘모양입니다. 저렇게 회색빛 집들이 주욱 서있는 곳에 그것들은 묵묵히 아랑곳하지 않고 제 할일을 합니다.
올해는 날씨가 꽤 변덕스러운 걸...
그러게 말야. 지난 번 더운 날에 나는 그만 확 얼굴을 드러낼 뻔 했다구...
비오니까 그래도 좋은 걸. 제법 차가운 물방울의 느낌이 좋아.
야~ 그러고 보니 너네 아주 섹시하다~~
ㅋㅋㅋㅋ
뭐 이렇게 두런두런 저희들끼리 얘기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분명 그들도-그녀들이라고하고 싶다-그들 나름의 언어가 있을 것이고 그것으로 새새 속삭일런지도 모르지요.
물기 머금은 꽃망울은 이상하게 에로티시즘의 정서를 환기시킨다는... ^^;;
저어기 큰 창문 밑이 반 쯤 보이는 창문이 있는 아래층이 내 방입니다. 창문 열면 때묻은 유리창 너머로 그렇게 살구나무 한 그루가 보이지요.
엊저녁에 마트에 들러 행운목 두 그루를 사왔습니다. 어두컴컴한 집에서 잘 자라는 유일한 식물이지요.
값이 올라서 하나에 거금 삼천 오백원... 처음 사올 때는 아마 천 이백원쯤이었을 것입니다.
물가 오르는 모양새는 때로 세월 흐름의 또 다른 단위이기도 하지요. 단지 인플레로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은 정말 긴 시간이 지났다는 것을 실감하기 때문일 겁니다.
이것은 몇년동안 잘 자라 수명 다하고 죽어가는 나무에서 떼어놓은 잎들입니다. 줄기는 다아 죽었는데 아직 푸른 잎들이 있는 것들은 차마 버릴 수가 없어서 눈 부분만 떼어 저렇게 물속에 담아 놓으면 뿌리가 나오고 잎이 자라면서 남아 있는 자기 몫의 생명을 다하고 갑니다. 종종 몇년이고 몇년이고 살아 있지요.
심리 테스트 해 준다고 수업 중에 어떤 아이가 그려보라길레 그렸던 것입니다. 뭐 대충 집이 단순한 것이 좋은 것이고-집이 화려하거나 이것저것 많이 그린다면 뭐 그게 욕망하거나 반족하지 못하거나... 뭐 그런 것이겠지- 창문은 뭐래더라... 열린 마음이래던가...소통이 잘된다고 했나... 그런 것이고 양쪽으로 열리는 문을 그리거나 입구에 계단을 그리면 출세하고자 하는 욕망이고, 산 모양이 성격이고-이건 뭐 많이 나오는 얘기- 나무를 많이 그리면 외로운 것이라는군요. 안 외롭다고 장담하는데 두 그루나 그린 걸 보면 외롭나??!!! ㅋㅋ.
근데 선생님 해는 왜 안 그렸어요?
그려야 하는 거니?
그런건 아닌데 해를 그리면 남편이 필요한 거래요.
하하하.
그럼 꽃은 뭐냐?
모르겠어요...
지금 생각해 보니 꽃은 혹시 자식이 필요하다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뭐 남편이 필요하다는 생각은 해본 적 없지만 애는 하나 있어도 좋겠다는 생각은 해 봅니다.
이건 순전히 내가 잘나서 우성이 될게 분명하니까 그냥 없어져버리는게 아쉽기 때문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 -이 오만을 어쩌란 말이냐.... -
뭐 여하간, 자식이 꽃이라면 이건 사실 슬픈 일이지요. 꽃이라는 건 피기 전까지, 혹은 피어나 봉오리가 될때까지만 예쁘고 가치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날 자식들은 그저 자랄 때 잠깐 꽃일 뿐이지요...
나중에 그늘도 기둥도 되지 못하는...
어제는 드디어 처음으로 재봉틀을 돌려 봤습니다.
드르륵....
하여 앞으로는 재봉질로 하루를 보내게 될지도...
별로 하는 일도 없는 것 같은데 시간은 성큼성큼 지나갑니다.
집안의 전구를 갈아야 하고, 하다 만 바느질도 끝내야 하고, 그리고 어째서 비오는 날만 되믄 빨래를 하고 싶은지 모르겠습니다. 그것도 하필 잘 마를 리도 없는 울 스웨터 같은 것...
오늘 같은 날은 삶는 빨래를 해서 삶은 후에 물에 담가 놓으면 기분이 좋아질텐데...
행주나 면빤스, 수건 이런 거나 찾아봐야겠습니다.
실실 혼자서 산책가듯 청계산이나 가고 깊은데 코밑 멍울이 또 잡히고 말았습니다.
내일을 위해 참아야지요... 칼국수가 땡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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