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일상, 삶, 그리고...

회색빛 저녁에...

오애도 2009. 2. 24. 18:24

 청계산엘 다녀왔습니다.

빗방울은 가끔 떨어졌고 날씨는 따뜻해서 겨우내 입고 다니던 겨울용 등산바지가 제법 답답하게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오랜만에 못난이 김밥을 싸고 뜨거운 커피를 탔습니다.

풀어진 날씨 탓에 계곡물은 높낮이 없는 음계로 부르는 노래처럼 소리내며 흘렀습니다

꼭대기에서 점심 먹고 내려와 사람 드문 청계골 입구에 있는 쉼터에서 남은 커피를 마셨습니다. 

아직 커피는 뜨거웠고 한참 부드러워진 공기 속에 우린 앉아 있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가는 것이지요.

 

 

 

좀 더 날씨가 따뜻해져서 한참 앉아 있어도 발 시리지 않고, 또는 모기나 애벌래들이 창궐하기 전, 그도 아니면 선선한 바람 가득한 가을 한 복판 쯤...

배낭 가득,  책과 커피와 아니면 바느질거리 넣어가지고 가서 한나절 보내고 와야지 벼르는 곳입니다.

사람들은 별로 다니지 않는 길이고, 초입이니까 앉아서 쉬는 사람들도 드물고 설사 쉬더라도 자리 넓어 방해 받지 않을테니 상관없습니다.

 아니면 친구랑 대낮에 막걸리 한 통이랑 김치부침개나 호박부침개 같은 안주거리 들고 가서 킬킬거리며 이런저런 얘기하다 슬슬 술심으로 산엘 올라가면 제법 유쾌하지 않을까도 생각합니다. 하하.

 조만간 논술하는 아이들 데리고 한 번 가볼까 생각 중입니다.

 디킨스의 두 도시 이야기나, 송기원의 월행같은 문학작품 읽고 가볍운 토론같은 걸 하믄 좋을 것입니다.

 

 

 

 

어제 만든 초콜릿 색 주머니입니다.

저거 만들고 있는데 이틀 후 큰 수술 앞두고 있는 친구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보고 싶어요... 언니...

언제 갈까?  지금 갈 수도 있는데...

아니 수술 끝나믄 와줘요...

나이 먹어 아프면 부모에게조차 알릴 수 없는 고뇌가 생길 수 밖에 없는 모양입니다.

아직은 난치병인 큰수술을 앞두고 집에조차 안-못-알릴  수 밖에 없는 쓸쓸함.

 

그리고는 그 친구를 생각하며 네잎 클로버를 수놓았습니다. 애초에는 색도 그렇고 해서 수 놓지 않고 깔끔하게 만들려다 그냥 행운을 비는 마음으로 ...

 낼모레 갖다  줄 생각인데 기분 생각해서 밝은 색을 줄까 하다가 그 친구 취향 쪽에 맞추기로 했습니다. 

학교 선생님이니까 밝고 화려한 필통 하나 더 만들어야겠습니다.

 

안 아프고 살면 좋으련만....

 

 

'나, 일상, 삶, 그리고...'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래... 그렇군  (0) 2009.03.06
.....  (0) 2009.03.05
산낙지를 어찌 먹는가!!!!   (0) 2009.02.23
나무의 날. 그래피티...  (0) 2009.02.20
결국...  (0) 2009.0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