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일상, 삶, 그리고...

명품 토깽이 ^^

오애도 2008. 8. 19. 17:13

 어제 비가 주룩주룩 오길레 이맘 때 쯤 시작해서 좀 전에 끝낸 커피토끼 인형....

커피 타서 엷게 염색해야 하는디 우선 엑스레이-??!!- 한 방...

 

이건 누드... 마름질 하고 그런 건 별로 힙들지 않는데 이상하게 솜 채우는 일은 영 지루하다. 밥상 차릴 때 수저 놓는 게 싫은 것처럼...

구체 관절인형처럼 팔다리가 따로 움직인다. 한뼘이나 하는 돗바늘로 푸욱!!! 찔러서 팔다리를 꿰매고 있자면 다분히 엽기적인 느낌이 들기도 한다. 벗겨 놨는데도 혐오스럽지 않은 건 동물이라 그런가... 사람 인형은 영 아니올시다인데....

 

 

작은 것이 아름답다....

무엇이든 싸이즈가 작은 것은 예쁘고 사랑스럽다. 사람이든 짐승이든 옷이든...

한 벌 원피스...

 

 

이건 속바지까지 셋팅....

 

 

 

이건 좀 우스꽝스럽지만 모자까지 셋팅....

 

 

그리고 드디어 성장한 토끼.... 제법 근엄해보이는 얼굴이 되고 말았다. 의상과 안 어울리게... ㅋㅋ

 

 

 

 

 

얼굴 클로즈 업!!!! 이상하다!! 정이 가는 얼굴.... 하하하.

 

 

 

옆모습도 한 컷!!!  이쁜 속눈썹... ^^

 

엊 저녁에 친구 만나 바느질에 다시 심취해 있다고했더니 소일거리냐고 물었다.

소일거리?? 어째 그 말이 그렇게 생경하게 들렸을까?

소일이라는 것은 하루를 보내다... 라는 뜻이고 거기엔 분명 시간을 때운다라는 뉘앙스가 담겨 있다.

나는 지금까지 소일거리라는 말을 나한테 써 본 적이 없다. 하루하루가 늘  시간이 모자라는 것처럼 느끼며 살아왔는데 소일거리라는 말이 가당치도 않기 때문이다. 비록, 별 하는 일 없이 빈둥거려도 무료해, 심심해, 어떻게 시간을 보내지? 라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으니까. 맹세코...

하여 문득 곰실곰실 바느질 하면서 생각했다. 좀 더 나이 먹으면 한가하고 공기 맑은 곳에 집 한 채를 지어 방 한 칸을 작업실을 만들어야지... 재봉틀도 한 대 들여놓고, 털실이며 원단이며 패턴 따위를 잘 정리해 놓고,  세상에 눈 두는 짓을 거두고 남아도는 시간이 있으면 그야말로 '소일거리'로  바느질도, 뜨개질도 하리라...

자식이 없으니 손주가 생길 일은 없겠지만 혹여 지금 가르치는 아이들 중에 그때도 지금처럼 지나가다 불쑥 애도샘!! 하면서 자신들의 어린 아이들 데리고 놀러 온다면 인자한 할머니 표 인형이라도 하나씩 들려보내는 것도 좋겠지...

무엇이든 배워두면 좋은 것이고 쓸모가 있을 것이다.

친구가 듣더니 가소롭다는 듯이 웃었다.

난 진심인디... 

늙어 기운 없어지면 내가 할 수 있는 일로 누군가에게 무엇인가 기쁨을 줄 수 있으면 좋겠다.

바느질 하면서 그렇게 마음을 닦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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