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영화를 두 번 보게 되면 첫 번째 볼 때와는 전혀 다른 감흥을 느끼게 됩니다.
처음 영화를 볼 때는 어차피 영화라는 것이 스토리텔링이 주가 되는 터라 이야기의 진행상황에 초점을 맞추게 되고 그러다 보니 영화의 다른 여러 요소들을 간과하게 되는 것이지요.
그런데 그걸 다시 보게 되면 두 번 째는 처음 볼 때 그렇게 간과해 버렸던 여러 가지 것들이 놀라우리만치 잘 드러나 보입니다.
저런 장면이 있었나? 저 사람이 저런 옷을 입었네. 옷이 멋있는 걸....
뭐 이런 씨잘데 없는 생각이 들 정도로 구석구석 볼만한 것들이 말입니다.
왜 이 이야기를 장황하게 했냐하면 여행도 이와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흔히 사람들은 여행을 할 때 어딘가 목적지를 정해놓고 그곳을 향해 필사적으로 중단 없는 전진을 합니다. 막상 도착하면 그렇게 필사적으로 올라온 게 무색하게 그다지 감격해 하는 것 같지도 않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묵묵히 목적만을 향해 가다보면 그 길 중간중간에 있는 여러 가지 것들을 미처 보지 못하게 됩니다. 그렇게 놓친 것들은 돌아오는 길에 불쑥불쑥 보여지게 되고 어떨 땐 올라갈 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지요. 마치 사람의 뒷 모습처럼 말입니다.
그런 의미로 나는 여행의 묘미는 목적지에 이른 후 내려오는 길에 보여지는 것들을 제대로 보아내야 하는 것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 번 해 보십시오.
헉헉대고 산에 올랐다가 야호 상쾌하구나 하고 소리 지른 후 내려와, 그저 밭둑이나 들길에 피어 있는 이름 모를 들꽃, 키 작은 제비꽃 따위를 조용히 들여다보는 일 같은 것 말입니다.-또 옆길로 샜네^^;;-
어쨋거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린 설렁설렁 절 경내를 돌고, 기념품 가게에 들러 기념품을 하나씩 사고는 터덜터덜 내려왔는데, 내려오면서 그저 이런저런 얘기를 하느라 오는 길에 본 것은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지금 생각하니 하나도 떠오르는 것이 없습니다.
다만 길 가 오뎅 가게에서 오뎅 두 개 씩을 먹고 오뎅통안에 있던 물컹하게 익은 무를 건져서 후후거리며 먹던 영미님 모습만 선명합니다.
결국 남아 있는 것은 해인사가 아니라 사람이었던 것이지요.
해인사 관광-??-의 기억에, 해인사보다 인간 김영미나 묵직하게 대화를 나누던 덤프가 더 떠오르는 것은, 우리가 그곳에 워낙 잠깐동안 머물렀던 탓이기도 했겠지만 그것보다는 어쩌면 이제 막 새로 만난 '사람'에 대한 기대와 흥분이 더 컸던 때문이 아니었을까요?
그런 의미로 새로운 사람을 만난다는 것 역시, 또 다른 의미의 여행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궤변같은 생각을 해 봅니다.
언젠가도 얘기했듯이 참으로 좋은 곳으로 여행을 할 때는 절대 사랑하는 사람과는 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또 깨닫습니다.
아직은 사랑하는 사이가 된 것도 아닌데, 옆에 있었던 사람에 대해 더 많은 기대와 호기심과 흥분과 여운이 남는 것을 보면, 어느 땐 그 무엇보다 '사람'이 가장 아름다운-???-것이 아닌가 합니다.
누가 뭐라든 해인사는 오래 전 그러니까 몇 백년전부터 거기에 있었지만 우리 셋은 오로지 '지금'우리 생애에만 만날 수 있는 일회성 만남일 수밖에 없을테니까요.
그런 의미로 우린 참으로 귀한 인연이라고 생각합니다. 수억의 사람들 중에 여러분과 저는 어떤 인연으로 만나, 이 시간에 이렇게 함께 하게 되는 것일까요.
산다는 건 찬찬히 살펴보면 놀라운 깨달음-??-의 연속입니다.^^
처음 영화를 볼 때는 어차피 영화라는 것이 스토리텔링이 주가 되는 터라 이야기의 진행상황에 초점을 맞추게 되고 그러다 보니 영화의 다른 여러 요소들을 간과하게 되는 것이지요.
그런데 그걸 다시 보게 되면 두 번 째는 처음 볼 때 그렇게 간과해 버렸던 여러 가지 것들이 놀라우리만치 잘 드러나 보입니다.
저런 장면이 있었나? 저 사람이 저런 옷을 입었네. 옷이 멋있는 걸....
뭐 이런 씨잘데 없는 생각이 들 정도로 구석구석 볼만한 것들이 말입니다.
왜 이 이야기를 장황하게 했냐하면 여행도 이와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흔히 사람들은 여행을 할 때 어딘가 목적지를 정해놓고 그곳을 향해 필사적으로 중단 없는 전진을 합니다. 막상 도착하면 그렇게 필사적으로 올라온 게 무색하게 그다지 감격해 하는 것 같지도 않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묵묵히 목적만을 향해 가다보면 그 길 중간중간에 있는 여러 가지 것들을 미처 보지 못하게 됩니다. 그렇게 놓친 것들은 돌아오는 길에 불쑥불쑥 보여지게 되고 어떨 땐 올라갈 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지요. 마치 사람의 뒷 모습처럼 말입니다.
그런 의미로 나는 여행의 묘미는 목적지에 이른 후 내려오는 길에 보여지는 것들을 제대로 보아내야 하는 것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 번 해 보십시오.
헉헉대고 산에 올랐다가 야호 상쾌하구나 하고 소리 지른 후 내려와, 그저 밭둑이나 들길에 피어 있는 이름 모를 들꽃, 키 작은 제비꽃 따위를 조용히 들여다보는 일 같은 것 말입니다.-또 옆길로 샜네^^;;-
어쨋거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린 설렁설렁 절 경내를 돌고, 기념품 가게에 들러 기념품을 하나씩 사고는 터덜터덜 내려왔는데, 내려오면서 그저 이런저런 얘기를 하느라 오는 길에 본 것은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지금 생각하니 하나도 떠오르는 것이 없습니다.
다만 길 가 오뎅 가게에서 오뎅 두 개 씩을 먹고 오뎅통안에 있던 물컹하게 익은 무를 건져서 후후거리며 먹던 영미님 모습만 선명합니다.
결국 남아 있는 것은 해인사가 아니라 사람이었던 것이지요.
해인사 관광-??-의 기억에, 해인사보다 인간 김영미나 묵직하게 대화를 나누던 덤프가 더 떠오르는 것은, 우리가 그곳에 워낙 잠깐동안 머물렀던 탓이기도 했겠지만 그것보다는 어쩌면 이제 막 새로 만난 '사람'에 대한 기대와 흥분이 더 컸던 때문이 아니었을까요?
그런 의미로 새로운 사람을 만난다는 것 역시, 또 다른 의미의 여행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궤변같은 생각을 해 봅니다.
언젠가도 얘기했듯이 참으로 좋은 곳으로 여행을 할 때는 절대 사랑하는 사람과는 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또 깨닫습니다.
아직은 사랑하는 사이가 된 것도 아닌데, 옆에 있었던 사람에 대해 더 많은 기대와 호기심과 흥분과 여운이 남는 것을 보면, 어느 땐 그 무엇보다 '사람'이 가장 아름다운-???-것이 아닌가 합니다.
누가 뭐라든 해인사는 오래 전 그러니까 몇 백년전부터 거기에 있었지만 우리 셋은 오로지 '지금'우리 생애에만 만날 수 있는 일회성 만남일 수밖에 없을테니까요.
그런 의미로 우린 참으로 귀한 인연이라고 생각합니다. 수억의 사람들 중에 여러분과 저는 어떤 인연으로 만나, 이 시간에 이렇게 함께 하게 되는 것일까요.
산다는 건 찬찬히 살펴보면 놀라운 깨달음-??-의 연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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