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일상, 삶, 그리고...

마음이 몸에게... 미안하고 미안하구나!!

오애도 2002. 2. 7. 02:05
아무리
타이레놀을 집어 삼켜도
참을 수 없는
오한은 사라지지 않는다.

아무리
쌍화탕을 꿀꺽거려도
온몸 사르는
열은 식지 않는다.

그렇게 밤새 나는
보이지 않는 그 무엇과 싸운다.

어쩌면 신체적 질병은
영혼이건
정신이건
마음이건
실체없는 것들을
감당하느라 지친,
육체의 비명 같은 것일지 모르지!

그렇게
원초적인 아픔 속에서
꼼꼼히 나는 나를 들여다본다.

육체의 시듦과
정신의 시듦은 같이 가는 것처럼 보인다.
육체의 소멸은
곧 정신의 소멸과 이어지는 것은......아니겠지...
그럼 소멸된 육체를 떠난 정신은
어딘가 다른 육체 위에 얹혀지는가?
...모르겠다...

가끔 질병은
나 자신을 발가벗긴다.
그러나
보여지는 것은 없다.

이렇게 살다가
시들어가는지도 모르지!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짐을,
지고 가는데......

미안하고 미안하구나!!




지난 번 호되게 앓을 때 병원대신 찾아간 약국에서 그러더군요.
-혹 무리하셨어요?-
- 글쎄요. 며칠 보통때 하고 다른게 무린가요?-
-나이가 있잖아요.-

그말에 나는 피식 웃고 말았습니다.

피로물질이 쌓여도 젊을 땐 금방 해소-??-되는데, 나이가 들수록 그것들이 몸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괴롭힌다고 하더군요.

그렇구나. 내가 옛날하고 다르구나!
날밤 새고도 잠 안오는 걸 자랑삼아야 할 게 아니라, 내 몸에 미안해 해야 하는 거구나.

그래도 사십년 가까이 내 마음을, 정신을, 영혼을 싣고 다니느라 저 나름으로는 지친 모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