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례행사로 부석사엘 다녀왔습니다.
계획은 사람들 많이 몰리는 단풍철 피해서 한창 열린 사과나무 보러가자... 였는데 너무 일러서 사과는 대부분 퍼러둥둥했고, 날씨는 꽤 후덥했습니다. 그래도 한가한 거 하나는 확실해서 나름 고요한 절 보러가자...는 성공적이었습니다.
맘씨좋고 친절한 기사 아저씨 덕분에 맛집도 갔었고, 맛있다는 기지떡도 한 팩 사고, 생강 넣은 찹쌀도너츠도 사 먹었습니다. 사과에 대한 이런저런 정보도 얻고 말이지요.
제목이 왜 소수서원이냐면 어찌어찌하다보니 부석사 사진을 하나도 안 찍었습니다. ㅋㅋ
소수서원에서도 그냥 얼렁뚱땅 찍었더니만 그만......
오래된 나무 난간이나 서까래 에서 풍기는 소박한 단아함, 편안함, 너그러움, 부드러움... 몇백년이 지나도 흉물스러워지지 않는 것은 분명 자연재료에서 오는 힘이다.
선비촌안에서...
'새 것'이 주는 생경함은 때로 껄끄럽다. 새 기왓장이 주는 깔끔함을 어릴 때라면 더 멋있다고 생각했을까?
입신양명
몸을 세우고 이름을 널리 알린다.. 때로 유교사상이 거침없이 매도되는 사상이긴 해도 어떤 무엇이든 빛과 그림자가 없겠는가.
불편함을 참아내는 바른 몸가짐이 있었고, 옳은 것을 위해 목숨 바치는 신념의 아름다움도 있었고 물질의 천박함에 고개 돌릴 줄도 알았고...
부당하고 불합리한 부분이 있다고 몇 백년 세상을 지배해 온 것들을 싸그리 싸잡아 쓰레기통에 쳐넣자고 하면 글쎄, 남아있고, 이어지는 사상이나 신념이 있겠는가... 편안한 것, 옳은 것, 정의로운 것은 대체 무엇인가. 결국 그것도 오랜 세월이 지나 새로운 가치가 세상을 휩쓸 때면 또한 쓰레기통에 쳐 넣어지지 않겠는가.
'역사'를 보면 '지금'을 알 수 있다. 늘 새로운 것 같지만 그것은 때로 쳇바퀴다.
지금? 편한 것, 즐거운 것이 최고의 미덕이고 그걸 실현하는 것은 황금이다. 오늘 날 신봉하는 신은 사실 황금이다. 명예도 진리도 정의도 아닌...
나도 황금이 좋다!!! ㅋㅋㅋ
그리고... 사과나무....
사실 난 꽃 보다 열매가 좋다. 나무도 당연히 열매 열리는 나무가 좋다. 누가뭐라든, 열매는 꽃보다 훨 감동적이고 아름답다. 주렁주렁 열린 사과처럼 그렇게 내 삶의 결실도 주렁주렁이면 좋으련만......
그리고 그곳에서 사온 올사과...
부사는 아직 맛있을 때가 아니고 작고 빨간 것은 홍옥이다. 위에 큰 것은 종자를 모르겠고...
큰 사과는 보기와는 달리 아삭아삭 물많고 달았다. 홍옥은 상상초월로 밀도 높은 과육에 새콤했다. 베어 물을 때마다 표정이 생기는....... 우와!!! 침 고인다.
선비촌에서 사온 향나무 홍두깨...
저걸로 칼국수를 밀어 먹어야지. 그 먼 곳에서 저걸 사서는 신문지로 둘둘 말아 핸드백 속에 넣고 왔다.
가끔 한 번 휘둘러볼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ㅋㅋ
기운좋은 오애도!!! 돌아와서 켈켈거리며 세시간 넘게 떠들며 수업했다.
열심히 잘 살아냈던 가을 초입의 하루였다.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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