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일상, 삶, 그리고...

혼자라서 좋다!!

오애도 2002. 1. 9. 02:13
앞서 얘기 했듯이 며칠 동안 어린 조카들과 지냈습니다.
어린애를 좋아하기도 하려니와 아직 성장이 덜 된 탓인지-?- 애들하고도 잘 놉니다.
사실 아이들과 잘 지내기 위해서는 아이들과 눈높이가 같아져야 합니다. 더러 질투하고 더러 시샘하고 더러는 유치하게 시비도 걸면서 말입니다.
어쨋거나 나는 선천적으로 아이들과는 잘 놀고 또한 금방 친해집니다.

초등학교 저학년인 조카들과 엉켜서 사흘 밤을 자고, 낮에는 열심히 그들과 놀러 다녔지요.
그리고 그들이 갔습니다.
그 애들이 떠난 후 나는 조용히 텅 빈 방을 둘러봤습니다.
애들이 떠났다는 사실 때문이 아닌 며칠만의 그 고즈넉함이 정말 감격스럽게 행복했습니다.

언젠가도 얘기했지만 나는 사람들 불러들여 놀기를 좋아합니다.
그저 집에서 럴럴하게 퍼질러앉아 따뜻한 밥을 지어먹거나 차를 마시거나 맛있는 빵이라도 사다가 뜯어 먹어가며 왁자하게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러다가 손님들이 이제 가야겠다고 일어나면 조금 더 있으라고 바짓가랑이 붙들고 늘어집니다. 결국 5분 10분 하다가 손님은 가 버립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그렇게 잘 놀고 재미있게 있다가 사람들이 떠나면 나는 더 행복합니다.
혼자 남게 되었을 때 말입니다.
그렇다고 사람들이 있을 때 가길 바란다거나 하는 것도 아니면서 말이지요.

수선스러움과 왁자함 뒤에, 혼자라서 오는 고즈넉함과 여유의 맛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는지......
온전히 시간은 내 것이고, 그 속에 있는 고독과, 그로 인한 한없이 달착지근한 나른함과, 어떤 것이든 온전히 나한테 몰입해도 상관없고, 그리하여 무엇이건-예를 들어 청소나 설거지 따위-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그 풀어헤쳐진 분방한 자유와 그럼에도 책상정리를 하고, 말갛게 청소를 한 후 반듯하게 책상 앞에 앉을 때의 행복!!

그야말로 살아있는게 기쁩니다.

그럴 때 나는, 어쩌면 결혼을 해서 누군가와 종일 있거나, 같이 잠을 자거나 하는 것이 불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것이 눈 뒤집히게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말입니다.

아마 혼자서 오랫동안 살아온 사람들 중에는 이런 증세-?-를 가진 사람이 많을 것입니다. 그렇지 않고 혼자 있는 시간을 견디기 어려워하는 사람이라면 진즉에 결혼을 했을 테니까요.

결혼해서 행복하게 사는 사람들 중에 혹자에게는 이런 진술이 그저 자기 위안의 호들갑스런 너스레로 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뭐 상관없습니다.
누가 뭐라던 이런 단순한 행복은 바로 우리 싱글들만의 특권이니까요.
혼자라서 좋습니다.
아니 행복합니다.
믿거나 말거나이지만 ......

아주 좋은 사람, 혹은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한 집에서 같이 안 살고 이웃집에 따로 살면 어떨까, 하는 뭐 이런 말도 안되는 생각을 해 봅니다.
그리하여 정말 그리울 때 절절한 마음으로 보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후후
맛있는 요릴 해서 불러다가 멕이고, 좋은 TV프로그램 있으면 어깨를 나란히 하고 보구, 책상앞에 앉아 머릴 맞대고 좋은 책을 읽고 말이지요. 그렇게 친구처럼 애인처럼 부부처럼 살믄 안되나?

에고, 그렇게 공상 내지는 망상 속에서 사니 결혼을 못하는 거라고 말하고 싶어하는 입들이 보이는 듯 합니다.
나는 상상력 부족으로 소설도 못 쓰는 주제인데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