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조카 셋이 왔었습니다.
첫날은 너무 추워서 집안에서 종일 보냈습니다. 나가고 싶어 주리를 틀었지만 비디오 빌리러 나갔다가 맛배기로 본 추위에 모두 고개를 흔들었습니다.
다음 날은 추위가 누그러진 탓에 영화관에 가서 해리포터를 봤고 다음엔 아쿠아리움인지 뭔지 하는 곳엘 가서 멀미나게 물고기를 봤습니다.
밥상 위의 물고기전을 하고 있더군요.
우리가 언제나 먹을 수 있는 명태-생태, 동태, 북어, 코다리, 노가리, 황태-며 멸치, 대구, 아나고, 아귀, 쥐치 같은 생선들이 그야말로 살아서 어항에 갇혀 우아하게-?-유영을 하고 있었습니다.
언젠가부터 나는, 혹 다음 생이라는 게 있다면 물고기로 태어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했었습니다.
푸르고 깊고 어두운 바닷속이거나, 아무도 없고 누구도 모르는 조용한 산 속의 맑은 계곡물에서 헤엄치며 사는 물고기 말입니다. 그렇게 살면 물고기에게 생각이나 마음이 있거나 말거나 행복할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두 항아리나 세 항아리 정도 되는 바닷물 속에서, 혹은 바닷물과 똑같은 성분을 하고 있으면서 자신이 가두고 있는 물고기에게 최적의 환경으로 바다인 체 하고 있는 거대한 인공의 수족관에서 헤엄치는 물고기를 보면서, 갑자기 내가 그렇게 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밖에서는 엄동설한의 눈보라가 치거나 말거나, 십 미터 넘게 파 놓은 땅 밑에서는 흥건한 먹자거리와 후끈한 열기와 첨단의 시설로 움직이는 물고기의 감옥과 그것들을 향유하러 온 사람들로 왁자했습니다.
나는, 혹은 우리는 그렇게 편안하고 편리한 것에 길들여지고 사육되는 것은 아닌지...
다음에 간 곳은 롯데월드였습니다.
야간에 입장을 한 탓에 그나마 사람들이 적었습니다.
혹시 3층의 바위인체 하고 있는 곳에서 그 꼭대기를 올려다 본 적이 있는지...
멀리 집이 한 채 서 있고 천장-하늘인 체 하고 있는-의 한 쪽은 노을 빛이고 그 반대쪽은 어스름한 회색빛이었습니다. 그 밑으로 공룡 모형들이 서 있습니다. 낮인지 밤인지 분간할 수 없습니다.
밖에는 이미 열시가 넘은 한 밤중인데 우린 이렇게 불야성 속에서 살고 있구나.
좀 전에 티비에서 트루먼쇼를 했습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트루먼이 다다른 수평선이 알고 보니 푸른 하늘을 그린 벽이라는 것을 깨닫고 절망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걸 보면서 엊저녁에 본 그 천장이 생각났던 것입니다.
만약에 아이들을 그런 인공의 하늘 밑에 키운다면 그들도 그것이 하늘인 줄 알겠지요?
그러나 그곳에선 여기가 안이냐 밖이냐 하는 것에 신경쓰는 사람은 하나도 없는 듯 했습니다.
나는 지하철을 안 좋아합니다. 그래서 좀 멀거나 시간이 걸려도 버스를 타고 가는 편이지요. 그런데, 세상은 점점 땅속으로 생활의 영역을 넓혀갑니다.
언젠간 지상의 모든 것이 피폐해지면 땅속에 들어가 두더지 생활을 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 무슨 투웰브 몽키스에 나오는 미래의 인류처럼 말입니다.
나는 땅속이 싫습니다.
아무리 불을 환히 밝히고, 아무리 아름답고 화려하게 치장해도 거기엔 어딘가 곰팡내 나는 어둠의 냄새를 풍기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어둠이 품고 있는 답답함이 가슴을 누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그 어둠의 세상을 지상인 것처럼 꾸며놓은 문명이라는 것이 가끔은 소름끼치게 무섭습니다.
나는 아름다운 지상에서 살고 싶습니다.
종일 지하세계와 실내를 탐험하고 돌아온 날의 단상이었습니다.
첫날은 너무 추워서 집안에서 종일 보냈습니다. 나가고 싶어 주리를 틀었지만 비디오 빌리러 나갔다가 맛배기로 본 추위에 모두 고개를 흔들었습니다.
다음 날은 추위가 누그러진 탓에 영화관에 가서 해리포터를 봤고 다음엔 아쿠아리움인지 뭔지 하는 곳엘 가서 멀미나게 물고기를 봤습니다.
밥상 위의 물고기전을 하고 있더군요.
우리가 언제나 먹을 수 있는 명태-생태, 동태, 북어, 코다리, 노가리, 황태-며 멸치, 대구, 아나고, 아귀, 쥐치 같은 생선들이 그야말로 살아서 어항에 갇혀 우아하게-?-유영을 하고 있었습니다.
언젠가부터 나는, 혹 다음 생이라는 게 있다면 물고기로 태어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했었습니다.
푸르고 깊고 어두운 바닷속이거나, 아무도 없고 누구도 모르는 조용한 산 속의 맑은 계곡물에서 헤엄치며 사는 물고기 말입니다. 그렇게 살면 물고기에게 생각이나 마음이 있거나 말거나 행복할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두 항아리나 세 항아리 정도 되는 바닷물 속에서, 혹은 바닷물과 똑같은 성분을 하고 있으면서 자신이 가두고 있는 물고기에게 최적의 환경으로 바다인 체 하고 있는 거대한 인공의 수족관에서 헤엄치는 물고기를 보면서, 갑자기 내가 그렇게 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밖에서는 엄동설한의 눈보라가 치거나 말거나, 십 미터 넘게 파 놓은 땅 밑에서는 흥건한 먹자거리와 후끈한 열기와 첨단의 시설로 움직이는 물고기의 감옥과 그것들을 향유하러 온 사람들로 왁자했습니다.
나는, 혹은 우리는 그렇게 편안하고 편리한 것에 길들여지고 사육되는 것은 아닌지...
다음에 간 곳은 롯데월드였습니다.
야간에 입장을 한 탓에 그나마 사람들이 적었습니다.
혹시 3층의 바위인체 하고 있는 곳에서 그 꼭대기를 올려다 본 적이 있는지...
멀리 집이 한 채 서 있고 천장-하늘인 체 하고 있는-의 한 쪽은 노을 빛이고 그 반대쪽은 어스름한 회색빛이었습니다. 그 밑으로 공룡 모형들이 서 있습니다. 낮인지 밤인지 분간할 수 없습니다.
밖에는 이미 열시가 넘은 한 밤중인데 우린 이렇게 불야성 속에서 살고 있구나.
좀 전에 티비에서 트루먼쇼를 했습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트루먼이 다다른 수평선이 알고 보니 푸른 하늘을 그린 벽이라는 것을 깨닫고 절망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걸 보면서 엊저녁에 본 그 천장이 생각났던 것입니다.
만약에 아이들을 그런 인공의 하늘 밑에 키운다면 그들도 그것이 하늘인 줄 알겠지요?
그러나 그곳에선 여기가 안이냐 밖이냐 하는 것에 신경쓰는 사람은 하나도 없는 듯 했습니다.
나는 지하철을 안 좋아합니다. 그래서 좀 멀거나 시간이 걸려도 버스를 타고 가는 편이지요. 그런데, 세상은 점점 땅속으로 생활의 영역을 넓혀갑니다.
언젠간 지상의 모든 것이 피폐해지면 땅속에 들어가 두더지 생활을 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 무슨 투웰브 몽키스에 나오는 미래의 인류처럼 말입니다.
나는 땅속이 싫습니다.
아무리 불을 환히 밝히고, 아무리 아름답고 화려하게 치장해도 거기엔 어딘가 곰팡내 나는 어둠의 냄새를 풍기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어둠이 품고 있는 답답함이 가슴을 누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그 어둠의 세상을 지상인 것처럼 꾸며놓은 문명이라는 것이 가끔은 소름끼치게 무섭습니다.
나는 아름다운 지상에서 살고 싶습니다.
종일 지하세계와 실내를 탐험하고 돌아온 날의 단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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