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무렵의 아름다운 청계산입니다.
늘 아직도 헥헥대고 올라가는 깔딱고개 계단입니다. 저길 오르면 잠시 정상이 나오고 나무 테이블과 벤치가 있지요. 처음 올라갈 때 너무 힘들어서리 무지하게 길게 느껴졌다는...
인생의 고난과 힘듦도 모를 땐 그렇게 막막한지도 모릅니다.
지금은?? 껌-??-지요... 라고 건방 떨면 안되구요. 소백산 갔다온 이래로 정말 아무것도 아니라는 느낌이 잠시 들기도 했지만 때때로 그날의 컨디션 따라 힘든 날도 좀 덜한 날도 있습니다. 힘들지 않은 날은 없어요.
맑은 물이 흐르고 있는 계곡입니다. 비가 와서 제법 물도 많고 깨끗하지요. 내 나라 산이 아름다운 것은 저렇게 산 틈을 타고 물이 흘러내린다는 것...
물의 속성은 고이면 썩는다는 것. 생명을 품고 있으되 떠들지 않는다는 것, 만나는 것들에 순응한다는 것이지요. 바윌 만나면 굽이쳐 돌아가고 절벽을 만나면 그저 떨어져내리지요. 그렇게 아래로 아래로 순순히 흘러내립니다.
하루종일 납작하게 맑은 얼굴로 흐르는 물만 바라봐도 전혀 안 심심합니다. 내 꿈은 집 앞으로 맑은 개울물 흐르는 곳에 집짓고 사는 것.
깔딱고개 다 올랐을 때는 날씨 탓도 있었고 늦은 탓도 있었던 터라 제법 어둑했습니다. 의자에 앉아 잠깐 냉커피 한 잔 마시고 눈앞에 보이는 나무를 찍었습니다. 들이나 산에서 자라는 나무는 늘 혼자서 자라지요. 다른 것에 기대지도 않고 저를 있게 해준 어떤 것에 호들갑 떨어대지 않으며 묵묵히 삶을 살아냅니다. 조악한 비틀림도 얕은 질시도 뻔한 과시도 없이 그렇게 운명에 순응하듯 눈과 비를 �고 바람에 흔들리며 묵묵히 살아내고 있습니다. 바람이 분다고 혹은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었다고 투덜대거나 자랑삼지 않습니다. 존재를 소리치지도 않으면서요. 산과 들에서 자라는 나무와 풀들을 보면서 삶의 겸손함을 배웁니다. 그리고 그렇게 나무같은 사람들이 내 주위에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비오면 올라앉아 앞의 계곡물 소릴 혼자 듣고 있거나 지인과 더불어 막걸리 잔을 주고 맏으며 새새거리는 약수터... 비오는 날 가야만 고즈넉하고 한가한 곳입니다. 어제는 가는 길에 야채파는 아줌씨가 주신 정말 맛있는 막 따낸 토마토 한 개를 씻어 후릅거리며 먹었습니다. 맛이 최고!!!!
사진에는 안 나왔지만 저 사자 입에서 약숫물 콸콸 쏟아집니다. ^^
무릎은 정말 다 나은 듯 합니다.
너무 덥고 기운 없어서리 청계산의 깔딱고개까지밖에 안 올라가긴 했지만 오늘 아침까지 멀쩡한 것이 하나도 안 아픈 걸 보면 말입니다.
인대 늘어나면 기본 삼개월인데 역시 복많은 오애도입니다.ㅋㅋㅋㅋ. 엊그제 뚝!!! 소리가 정말 어딘가 밀린 인대 제자리로 돌아가는 소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더니만... 하나님 부처님 조상님 울아부지 삼신할머니 터주님 감사합니다.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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