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일상, 삶, 그리고...

비오는 날 등산 오디세이... 그리고 주절주절

오애도 2007. 8. 16. 11:41

늦게 청계산엘 갔었다. 월요일엔 반 만 갔다왔고, 다음날은 모처럼 양재천 행으로 때웠었다. 괜히 어영부영하다가 산 입구에 도착하니 다섯 시가 좀 넘었다. 해도 나와서리 제법 하늘엔 푸른 바탕이 서려 있었고 내려오는 사람 올라가는 사람 제법 많았다.

몸무거운 나는 여러 사람들에게 추월 당하면서 실실 올라가다 보니 70퍼센트 쯤 갔을 때는 사람 하나 보이지 않았다. 먼데서 제법 천둥 치는 소리가 들렸으나 괜히 몸이 좀 가벼워서리 정상은 아니더라도 늘 밥 먹고 내려오는 곳까지는 갔었다. 도착해보니 거긴 우거진 나무 탓에 밤중 만큼이나 캄캄해져 있었다. 나뭇잎에 빗방울 듣는 소리가 나면서 그 자리에서 뒤돌아 내려오기 시작했다. 잠시 후부터 퍼붓는 빗줄기... 오분 도 안돼서 사람들로 인해 반들거리는 등산로에는 누런 물이 정말 콸콸 흐르기 시작해서 길도 보이지 않았다. 첨벙거리며 내려오는데 아직도 산꼭대기... 아직은 조심해야할 듯해서 함부로 내딛지도 못하는 다리를 이끌고 진짜 미친듯이 내려왔다. 금세 물은 경사도 높은 등산로를 화악 덮었다. 위에서 합쳐 내려오는 물이었던지라 콸콸거리기까지는 순간이었다. 비는 미친듯이 오고, 옷은 다 젖고 길은 안 보이고 주위는 깜깜했다. 뭐 그나마 산꼭대기 쯤인지라 물에 떠내려갈 일이야 없겠지만 이 지경으로 한 시간 쯤 내리면 계곡물은 엄청 불어있을 것이고 휩쓸려 떠나가지야 않겠지만 나중에 아무도 없는 빈산에서 옆에 싯누렇게 흐르는 계곡물 따라 걷는 것은 정말 섬�한 일이다. 말갛게 흐르는 계곡물은 얼마나 아름다운가마는 폭우로 분 물은 또 얼마나 무서운가... 그렇게 흘러내리는 물을 보고 있자면 정말 물이 살아있는 것 같기 때문이다. 박지원의 열하일기에 나오는 일야구도하기-一夜九渡河記-가 떠오르는 순간이기도 하다.  

잠시 후 비는 끄막해졌고, 내 뒤에서 수런수런 앞서 올라갔던 사람들이 비를 흠뻑 맞고 내려왔다. 역시나 걸음 느린 나는 따라잡혀서리 혼자서 털레털레 내려오는데 비온 후 컴컴한 저녁 숲은 제법 다른 세상이 되어 있었다. 어디선가 커다란 두꺼비가 나타나 어슬렁거리기도 하고 낮은 풀숲에서 처음으로 뱀 두 마리를 보기도 했다. 알퐁스 도데의 별에 나오는 것처럼 숲이나 들은 밤이면 정말 다른 얼굴을 하고 있는 듯 하다.

  어릴 때 밤 늦게 이웃집에가서 티비를 보고 돌아올 때면 마을 꼭대기쯤에 있었던 집 뒤의 숲이 늘 무서웠다. 하여 숲이 나오면 숨도 쉬지 않고 뛰어왔는데 아마 그런 속도로 달리기를 했으면 늘 하던 꼴찌는 면치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또 하나는 아랫집 마당을 거쳐 오는 방법도 있는데 거긴 그만 변소를 등뒤로 하고 와야하는 부담이 있었다. 거길 지나오자면 꼭 누가 뒤에서 뒷덜미를 챌거 같은 생각이 들었다. 하여 늘 고민이었다. 변소의 무서움이냐, 숲의 무서움이냐.... 하지만 그것은 정말 밤중의 일이었다. 낮이면 그까이꺼 숲속이 뭐가 무서운가... 나는 뒷산에 올라가 넓다란 바위에 누워있거나 잘 휘어진 소나무 위에 올라가 고속도로를 지나가는 차들을 보며 망상을 하는 것을 일 삼았는데 말이다. 하지만 역시 밤이 되면 그것은 다시 공포의 아가리를 벌리고 있는 지옥문 같다.

어쨌거나 숲에서 나왔을 때는 정말 물에 빠진 생쥐 꼴이었다. 버스를 탔더니만 에어콘이 얼마나 센지 나중엔 몸이 덜덜 떨릴 지경이었다. 차에서 내렸을 때 후끈함이 고마울 지경이었다. 돌아오는 길에 농심 멸치 칼국수 한 봉다리 사다 끓여 먹으려다 등산한 게 아까워서 참았다. 따뜻한 물로 샤워하고 뽀송한 옷으로 갈아입을 때의 기분... 올가즘이다. ㅋㅋㅋ 

그러나 배고프다.

자고 나면 제법 몸무게가 내려가 있지 않을까? 다행이,  여름 되면 봄부터 해오던 다이어트가 죄 헤벌레~ 되서 에헤라디야가 됐는데 올 해는 그런대로 별 문제 없이 2차 스퍼트에 돌입할 수 있을 거 같다.

말복도 지났고, -이제 더워봤자 아침 저녁 선선함을 어찌 막겠는가~~ - 다시 운동 열심히 하고 일도 열심히 하고 공부도 열심히 해야겠다.

 

새벽 녘 꿈에는 어쩌자고 중국혁명기의 1, 2차 국공합작을 내리 떠들었다. 그것도 학생들이 아니고 친구들에게 말이다. 물론 얼마전 가르치긴 했지만 정말 생뚱맞았는데 깨고 나서 해석해보니 뭔지 알 듯하다. 하하. -그러나 너무 엉뚱하거나 견강부회가 될 듯해 해석은 나중에...^^;;-

 

지극히 애니미즘적인 인간인 나는 요즘 날씨에게 사람에게 하듯 투덜댄다. 이제 그만 가야할 때가 되지 않았는가!!-'낙화'의 한 구절 같군. ㅋㅋ- 비오는 날씨 말이다.

 

요즘 필 받아서리 하루에 몇 편씩 글을 올린다.-물론 비공개로 쓰거나 비공개 가테고리에 넣는다- 어제는 요즘  사회적 담론이 되고 있는 학력 속이기에 대해 다다다다  썼었다. 나도 -스스로는 그렇게 생각 안하지만- 객관적으로 보기엔 별 볼일 없는 학력-??-을 갖고 있지만 뭐 그거 거짓말 시켜본적 없고 종종 너무 떠벌이고 다녀서리 오히려 재수없어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ㅋㅋ.  사실, 요새 나더러 학력 시원찮다고 공부 더하라고 뒤통수 퍽퍽 치는 친구도 있다. 그러면 나는 혹시 니가 다닌 대학 돈 내고 들어간거 아녀? 하고 받는다.

뭐 늘 말하지만 내가 열심히 공부해 서울대를 나오거나 하버드 대학을 나와도 '내'가 달라지겠는가? 그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이것 역시 못 가진 자의 변이라고 할 게 뻔하다. 내 주위에 학력 좋아서 성공하고 존경할 만한 사람이 있는가... 를 곰곰 생각해 본다.

흠....  이 얘기를 하려는 게 아닌데 또 옆길로 샜다.

 

아침에 일어나 줄자로 몸 싸이즈를 재보니 허리며 허벅지며 종아리 따위의 싸이즈가 제법 줄어 있었다. 나처럼 약간의 고도 비만인 인간이 몇 킬로그램 살 빠진 것은 사실 유난히 예민한 사람 아니고는 눈치 채지 못한다. 게다가 퍽퍽 체중이 내려가는 것도 아니고 두루뭉실 한 덩어리로 보이는 몸이 드러나게 슬림해 보이기까지는 꽤 어렵다. 그래도 오랜만에 만나서리 어!!! 살 빠졌네!! 해주는 친구가 고맙고 기껍다.

여하간 똑같은 옷 입고 열심히 사진 찍어 놓고 있다.  

 

으아아... 여름이 간 거 같아서 행복하다. 분명 푹푹 살도 빠질 것이다. 아이들도 시일 늘어서 떼돈까지 벌면 작히나 좋겠는가!!! ㅋㅋ 마는 그렇지 않다고 해도 그냥저냥 살만하다.

 해야 하고 하고 싶고 할 수 있는 일이 너무 많은 가을이 다가오고 있다.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