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청계산엘 다녀왔습니다.
쉬는 날엔 오후에, 오늘 처럼 일해야하는 날엔 아침에 갑니다. 지금까지 혼자서 스무번도 더 갔었는데 문득 생각해 보니 한 번도 다른 길로 올라가거거나 내려와보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내가 가는 이수봉 가는 길은 옛골 쪽에서 세가지 정도가 있습니다. 하나는 깔딱 고갤 안 거치고 좀 완만한 길로 오르는 길이고 하나는 늘 다니는 깔딱고갯길, 그리고 또하나는 정식 등산로는 아니지만 샛길 같은 게 있는 모양입니다. 내려오는 방법도 앞의 방법 외에 능선을 타고 다른 봉우리를 거쳐 내려오는 방법도 있고 사뭇 여러가지 방법이 있구요.
그런데 어쩌자고 나란 인간은 한 번 뚫은 길 외엔 한번도 다른 길로 내려오는 걸 생각조차 안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니 생각은 했었지요. 하여 제법 다른 길로 한 오분 즘 빠졌다가는 아냐, 안 되겠어. 아는 길로 가자... 하는 맘으로 다시 올라갔던 길을 그대로 밟아 내려오고 말았습니다.
그러면서 문득 내 성향이 어떤 종류인지를 새삼 깨달았습니다.
변화를 두려워 하거나 거부하는 것, 익숙한 것에 대한 편안함에 대한 선호, 한 번 선택한 것에 대한 가없는 집착 내지는 신념 아니면 절개-???-, 신념-??-에 대한 거침없는 몰입, '처음'에 대한 순결한-??- 애정... 등
세상에 어려운 것이 타고난 성향을 바꾸는 일일 것입니다. 아무리 다른 누군가가 좋은 것이라고 해도 내가 아니거나 싫으면 안되는 것입니다. 싫은 것은 싫은 것이고 좋은 것은 좋은 것이지요. 단, 알지 못하거나 깨닫지 못해서 갖고 있는 호오는 물론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극단적인 예로 어떤 사람은 샐러드를 좋아하고, 나같은 인간은 숙채 즉, 익은 채소를 좋아합니다. 오이 샐러드보다는 오이 삐뚤이를 좋아하고 무생채보다는 볶은 무나물을 좋아하는 것이지요. 아무리 누가 뭐래도 그 소위 먹는 것은 성향-식성-이 의. 지. 로 달라지지는 않습니다.
그것처럼 그 사람이 갖고 있는 성향이란 게 결국은 그 사람을 지배하고 삶을 지배하는 것입니다.
하여 성향을 갖고 시비를 걸 수는 없겠지요. 다만 나하고 전혀 안 맞거나 봐 줄 수 없거나 보고 싶지 않은 성향은 안 보면 되는 것이고, 대신 잘 맞거나 봐 줄 수 있거나 보면서 오히려 나름 본받고 싶은 성향들은 소중하게 간직하며 사는 것입니다.
그런데 나일 먹고 보니 이젠 사람이건 사물이건 성향을 파악하는 능력하고, 그것을 받아들이거나 거부하는 일이 점점 예민해진다는 것입니다.
나란 인간도 뭐 썩 좋은 성향을 가진 축은 아닌지라 누군가에게는 혹은 많은 사람들에게는 거부받는 인간일 것입니다. 누가복음 6장이던가요? 모든 사람이 너를 칭찬하면 화가 있도다 라는 말도 있고, 공자의 말에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라는 칭찬을 받는 사람이 어떤 사람에겐 욕먹고 어떤 사람에겐 칭찬 받는 것보다 더 나쁘다는 것을 본 적도 있습니다. 말하자면 악한 사람에겐 나쁘다는 욕을 먹어야하고 좋은 사람에겐 좋은 사람이란 칭찬을 들어야한다는 말이겠지요.
그런데 혹 나는 나쁜 사람에겐 칭찬을 받고 좋은 사람들에게 욕을 먹는 인간????
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ㅋㅋ.
얘기가 옆길로 샜습니다.
어쨌거나 성향이란 게 그렇게 사소한 일상을 지배하고 인간은 그것에 지배를 받는 것이지요. 물론 의도적으로 그것을 잠깐씩 극복하거나 거부할 수는 있을 것입니다.
무생채보다 무나물을 좋아한다고 무생채를 안 먹는 것도 아니고 깔딱고갯길로만 이수봉을 가다가 물론 다른 길을 개발해 다음부터는 그 길에 푸욱 빠져서 그길로만 다닐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고는 해도 누구나 갖고 있는 근원적이고 선천적이며 지극히 유전학적인 기본성향이 달라지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가끔 나는 내 성향에 대해 생각해봅니다.
지극한 미덕도 있고, 당연히 지극히 혐오스런 악덕도 있습니다.
또한 보여지는 것과 보여지지 않는 미덕도 있을 것이고, 당연히 보여지는 악덕도, 그것보다 더 많이 숨겨진 악덕도 있습니다.
종종 혼자 걸으며 그렇게 발가벗겨진 내 성향을 들여다본다는 것...
악덕은 숨기고 미덕은 드러내며 사는 것이 인간의 삶인 바, 종종 보여지는 악덕들을 꽁꽁 숨기는 일은 더 노련해지겠지만 글쎄요, 발가벗겨진 채 드러나는 '나'를 타인이 본다면 어떻게 보여질지 심히 궁금합니다. ^^
내가 '나'를 본다면 당연히 반반입니다. 다만 나란 인간은 지극히 긍정적인 인간인지라 좋은 걸 더 많이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무자게 뚱뚱한데 그나마 팔다리 목 굵지 않다고 우기고-몸에 비해 길고 가늘다고 믿고있기까지 하다^^;;-, 얼굴 작은 게 어디며 어깨 좁고 엉덩이 납작해서 다행이군!!! 이러는데 그 말만 들으면 완벽한 몸매이겠지만 아뿔사!!! 이마는 좁고, 장딴지 무다리고 허리와 뱃살은 상상 초월이며 가슴 커서 미련해보인다는 것은 무시합니다. 하하하.
전자보다는 후자 쪽에 더 관심을 가져야 진보와 발전을 하는데 말입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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