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일상, 삶, 그리고...

벌써...

오애도 2007. 5. 24. 00:59

이번 주 들어 사흘 째 산행입니다.

이젠 제법 길이 들어서 다이렉트로 쉬는 시간 거의 없이 꼭대기까지 올라갔다 내려옵니다. 뭔가 하나에 빠지믄 미친듯이 식음 전폐하고-이상하군!!!- 달려드는 지라 이게 두 달 만 딱 유지돼서 10킬로그램 쯤 빼는 것이 목적입니다. 물론 요원한 일이겠지요.  친구는 늘 술 마시자고 부르고, 맛있는 밥은 그 향기롭고 매끈한 자태로 유혹하며, 좋은 사람들과 먹을 음식들은 지천이니 말입니다.

엊그제는 드디어 인간답게 일찍 일어나 아침 산행을 했습니다. -학원 출근하는 날...-

가는 길에 천냥김밥도 김밥도 두 줄 사고, -아침 점심용- 커피도 타고 혼자서 씩씩하게 청계산 이수봉을 올라갔다 왔습니다.

기호적으로는 땀나게 씩씩대며 올라가는 것은 별로이지만, 생물학적이고 물리적이며 지극히 육체적인 관점에서 보면 이것은 나같은 살 많은 인간에겐 대단히 어울리는 체지방 감소용 운동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떤 운동이 그렇게 농도 짙은 땀방울을 흘리게 하며 또한 어떤 운동이 그렇게 참을 수 없을만큼 심박수를 올릴 수 있을까요? 쌀 한가마 가까운 몸을 이끌고 올라가자면 이거이 뭐 하는 짓인가 하는 생각도 들지만 그렇게 해서 내려오면 거짓말 안 보태고 뱃가죽이 제법 가벼워진 느낌이 들 지경입니다.

 내 친구는 종종 비난했었습니다.

네가 아무리 오래 걸으면서 운동한다 해도 그걸 선호하는 것은 힘들지 않기 때문이다....

명민한 친구지요...

힘든 것 싫어하는 게 인지상정이라고 우기지만 겸손하게 인정하자면 맞는 말인지도 모릅니다. 힘든 게 싫어서, 고통 받고 상처 받는 게 싫어서 나는 얼마나 많은 것들을 외면하거나 모른 척 하면서 안 하고 살았을까요?

히스토리언이던가요?

참을 수 없을만큼 고통스럽지 않으면 그것은 진정한 고통이 아니란다...

아니면 작은 나무의 교훈에도 나옵니다.

네 발로 스스로 일어설 수 있다면 그것은 괜찮은 거란다... -그 말 때문에 작은나무는 피가 질질 흐르도록 얻어터지지만 꿋꿋이 일어서지요. 모처럼 꺼이꺼이 눈물을 흘리면서 울었던 장면-

어떻게 엄살을 부리고 어떻게 소리쳐도 깔딱고갤 오르며 헉헉대는 것쯤이야 분명 삶의 그 수많은 질곡과 허덕임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지도 모릅니다.

 

퀼트 바늘을 다시 잡을 때 사실은 딱!! 한달만 하자가 그만 두어달 동안 아무 것도 안하고 오로지 바느질만 해댔습니다.

청계산 산행을 하면서 사실 아무 것도 안 하고 그것에만 집중합니다. 새벽이면, 혹은 일없는 날 오후만 되면 시일 등산화 끈을 졸라매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예전에 양재천을 다닐 때도 그랬고, 수영장에 다닐 때도 그리하였습니다. 물불 안가리고 어떤 무엇도 끼어들 틈을 주지 않는다는 것... 내 인생의 걸림돌입니다. ^^;;

하여 유월까지만 열심히 하고 더운 여름이면 다시 수영장엘 다닐 생각입니다. ^^;;-물이 좋아!!!-

 

오늘은 우리 집 정화조 수리를 하느라 종일 한 방울의 물도 쓸 수 없는 날이었습니다.

먹는 것 만큼이나 배설이 중요하듯, 물을 쓰는 것만큼이나 버리는 것도 얼마나 중요한 지 실감한 날...

자아 이젠 자야겠습니다.

내일 또 맘 내키면 질끔 등산화 끈을 졸라매고 이번엔 좀 강도 높은 고개를 넘어야지 하고 나설 지도 모르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다시 책이 재밌어지고, 운동이 재밌어지고 살 내리는 것이 재밌어 살만한 날들입니다.

무울론 어딘가 내 힘으로 안 되는 것들 때문에 괴로운 날들이기도 하지요. ^^

행복하십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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