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도 흐릿하고 선선한 것이 산에 가기 딱!!! 좋은 날인디 어찌하다가 오늘은 집에서 고물거리고 있습니다. 어제 날도 더운데 과하게 하고 내려왔더니 밤에 고생좀 했습니다. 저녁무렵 내려오면서 친구하고 통화를 하는디 '니가 무슨 공비냐?'라고 해서 웃었습니다. 한참만에 듣는 공비라는 소리가 문득 향수를 불러 일으켜서요. 장난으로, 그려 나 김일성수령 위해서 접선하고 오는 길이여~~ 하고 버스안에서 킬킬거리며 통화하는데 쓸쓸한 격세지감이 느껴졌습니다. 20대까지 반공이 국시였던 나라에서 살았던 40대의 다 자라 늙어가는-??- 국민으로써 말입니다. 종종 수업하다 '오랜만에 오신 삼촌 간첩인가 살펴보자' 뭐 이런 표어가 있었다고 하면 아이들 자지러집니다. 반공 방첩... 학교 교실이나 복도에 걸려있던 표어... 70년대의 상징...
결심으로는 새벽에 일어나서 산에 갔다가 학원 출근은 하자 였는데 아침까지 다리 아픈 게 안 풀려서리 수영이나 가자가 됐습니다.
그동안 밀린 빨래도 하고 여름옷도 꺼내놓고 청소도 해야 하는데 이런!! 시간은 성큼성큼 지나가 버립니다. 금욜까지는 열심히 운동했고, 토요일 일요일은 수업하고 곗날이라고 친구들 만나 광란으로 먹고 마시고...는 아니지만-^^;;- 여하간 바쁘게 지냈더니 집안이 엉망입니다.
하여 오늘은 집에서 이러저러하게 동동거리고 있습니다.
살 내리느라-??-연한 몸살기운처럼 미열에 시달립니다. 여름옷들 꺼내 다림질도 해야하고 먼지 털어내고 청소도 해야하는디...
지난 일요일 밤 시청앞 광장입니다.
곗날이라서 친구들이랑 모였다가 우연히 구경하게 된 공연인데 이런!!! 노래들이 죄 랩풍인지라 당최 시끄러웠다는... 그래도 우우 으쌰으쌰 하는 분위기에 잠시 편승해 소리도 지르고 몸도 들썩거려보기도 했습니다. 물론 오래는 몬 했구요 ^^
산딸기가 익어가더군요. 그런데 어릴 적에 내가 봤던 거 하고는 모양새가 꽤 달랐습니다.
그래도 모처럼만에 본 산딸기 모습에 화들짝 반가워서리 핸드폰을 들이댔습니다. 늘 다니던 길에 아주 작은 무덤 하나가 있는데 얼마 전에는 보니까 고사리도 솟았길래 두어줄기 꺾었습니다.
산 초입에는 감자 밭도 있는데 하얗게 감자꽃이 피어있습니다. 그 옆을 지나갈 때면, 자주꽃 핀 건 자주 감자, 하얀 꽃 핀건 하얀 감자 하는 어릴 적 읽었던 동시가 떠오릅니다. 사소하지만 애틋하고, 애틋하지만 쓸쓸한 어릴 적 풍경들과 인사하며 지내는 날들입니다. 내가 '나'인게... 오래 전에 봤던 기억의 편린들을 그대로 꺼내 살필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고마운지 모릅니다.
휴일 앞둔 그리고 우중충한 불의 날입니다.
행복하십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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