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일상, 삶, 그리고...

새 생명...

오애도 2007. 5. 14. 11:27

작은 방의 어항에 작년에 낳은 새끼 구피를 키웠더랬습니다.

어미는 너무 많은 새끼를 낳느라 그만 죽고 어린 물고기들만 여남은 마리 살고 있었지요. 제법 커지면 큰 어항으로 옮겨야지 했었는데 못 옮긴 것은 예전에 제법 컸다고 옮긴 새끼들이 그만 공포에 질려 숨어 있다가 최후를 마친 일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여 이번엔 그냥 마냥 내버려두었지요. 먹이 주는 것도 가끔 잊었지만 열 한 마리에서 일곱 마리 일곱 마리에서 다섯 마리, 종국엔 세 마리만 남아서 제법 중멸치 크기 정도로 자랐습니다.

암컷 한 마리에 수컷 두마리...자연이란 게 오묘해서 나름 순환의 질서를 염두에 두지 않았나 싶습니다.

아직 성어라고 하기엔 작았는데 얼마 전부터 암컷의 배가 불룩하기에 혹 임신인가 했었지요. 설마 아직 다 크지도 않앗는데 그럴 리 없어... 하고 있다가 엊그제 보니 이런!!! 작은 새끼가 네 마리씩이나 고물고물 유영을 하고 있지 뭡니까?

나란 인간이 전혀 어울리지 않게 세심한 데가 있어서-??- 예전엔 암 컷이 새끼를 가져서 낳을 대 쯤이 되면 양파망으로 따로 집을 만들어 모래를 깔고 거기서 새끼를 낳도록 했습니다. 시간시간 들여다 보고 혹 낳아서 어미가 잡아 먹지 않도록 어항의 불도 꺼주고 다 낳으면 잽싸게 어미를 꺼내놓지 않으면 죄 잡아 먹어버립니다. 하여 늘 지켜보고 있다가 어미가 새끼를 다 낳은 듯하면 얼른 꺼내 놓았지요. 그리고 어린 새끼들을 위해 아침마다 티 스푼으로 물고기 밥을 잘게 부수어 가루처럼 만들어 따로 주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볓 번을 해서 중간 쯤까지 키워놓으면 어찌어찌한 사연으로 허무하게 죽어버리곤 했는데 이번엔 드디어!!!!!!! 손주 물고기까지 보고야 말았습니다. 이번엔 신경도 안 썼는데 아직 어미나 다른 수컷들이 다 자라질 않아서 새끼 물고기 잡아먹을 만큼은 안되었던 모양입니다.

하여 지금은 작은 어항에 엄마 아빠 물고기와 더불어 일곱 마리가 자알 살고 있습니다.

저 네 마리가 다아 성어가 되리라곤 생각지 않습니다. 많아야 두 마리 정도가 성어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도 생명현상에 대한 경이 때문에 하루에도 몇 번씩 들여다 보고 있습니다.

어떤 무엇이든 귀하고 신비하지 않은 생명이 있겠는지요.

게다가 물고기의 성향이란 개나 고양이와는 달리 아주 쿠울한 탓에 그 또한 마음에 듭니다.

늘 생각하지만 나 죽어 다음 생이란 게 있으면 물고기가 되고 싶단 생각을 종종 할 정도입니다.

깊고 푸른 바다이거나 산속의 맑은 계곡물 속에 운명에 순응해가며 사는 물고기 말입니다.

친구는 가끔 들여다보며 말합니다.

곰두 구르는 재주가 있다더만...ㅋㅋㅋ

 

월요일이군요.

엊 저녁 울 오라버니와 우울한 통화를 해서인지 밤 새 심란한 꿈에 시달렸습니다.

누가 뭐라든 각자 스스로 잘 살아낸다는 것이 정말로 감사한 일이라는 걸 새삼 깨닫습니다.

어항 속에 물고기처럼 말입니다.

 치대고 엎어지고 변덕 따윈 없지만 그저 존재만으로도 위로가 되는 것들을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이 만날 수 있을까요? 사람이든 사물이든...

 

 

행복하십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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