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둥빈둥 산다고 생각햇는데 돌이켜보니 번잡하고 힘들게 지냈던 며칠이었던 모양입니다. 일 주일동안 서울 대공원엘 두 번 가서 세 네시간 정도를 걸었고, 시골엘 다녀왔었고, 지방에도 한 번 갔다 왔었고, 돌아와서 열 시넘어까지 수업을 했었고, 바느질도 열심히 했고-^^;;-저녁마다 사람들을 만났으니 말입니다.
엊그제는 모처럼 친구들이 와서리 왁자하게 잘 자고 놀고 먹고 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어제는 넉다운이 되어서리 감기 몸살이 겹쳐 눕고 말았습니다. 수업 없는 날인지라 친구들 돌아가고는 감기약 먹은 것도 있고 해서리 맴맴거리며 자리에 누웠는데 망할 놈의 잠은 안 찾아옵니다. 전날 친구들과 자는 바람에 당연히 잠은 함량미달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비타민 씨 한알이랑 종합감기약이랑 크로렐라정 따위를 한 주먹 먹었습니다. 식은 땀은 쏟아졌다가 들어갔다가......
밤새 부들부들 오한도 아닌 것이 나른함도 아닌 것에 시달리고 일어났더니 좀 괘않어졌습니다.
뭐 심하게 아픈 것은 아닌데 이해할 수 없이 심장이 두근거려서 괜히 이러다 꼬까닥 죽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혼자 죽으나 옆에 누가 있어 죽는 것이나 뭐 별다르랴 싶기는 하지만 어째 요샌 자꾸 죽는 것에 대한 생각이 불쑥거리며 드는 지 모르겠습니다. 생기 가득한 이 봄날에 말입니다.
작은 방 창문을 열면 앞집의 정원-??-에 심어놓은 살구나무에 몽글몽글 피어있는 살구꽃을 볼 수 있습니다.
시선을 그저 낮게 하거나 똑바로 하고 생각에 잠겨 다니다보면 그것은 뵈지도 않았다가 어느날 음식물 쓰레기 버리러 갔다가 문득 떨어져 있는 꽃송이를 보고 올려다 보면 꽃들은 남아 있지 않았었습니다.
작년에 살구 몇 개 열리는 것을 보고 그래 저게 살구나무였군... 내 년엔 꽃 필 때 올려다봐야겠어... 하고 결심했던 게 떠올라서 며칠 째 유심히 보고 다녔더랬지요. 올 해는 한 창 꽃이 필 때, 내리 이렇게 우중충하니 비가 내리거나 누런 황사가 가득 부유하는 날들인지라 연분홍색 꽃 색깔은 흐리멍텅합니다.
도시의 골목이란 게 사람들을 늘 좁은 시야속에 갇혀 있게 만들지요. 풍경은 늘 모난 건물들로 꽉 차 있는 터라 넓고 길게 보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올려다보는 하늘도 늘 조각 나 있구요. 그 속에서 부대끼며 사는 아이들은 물론이고 어른들은 얼마나 넓고 깊게 열린 사고를 할 수 있을까요.
점점 영혼의 키가 작아지는 것을 느낍니다. 올려다보는 일을 자꾸 잊는 걸 보면 말입니다. 갖고 있는 것에 집착하고 안주하고 만족하며 사는 일에 익숙해지다보니 꿈꾸는 일에 게을러진 것이 분명합니다.
지금 사는 '오늘'이 내 꿈은 아닐 터인데 말입니다.
시간은 멀리 봐야겠지요. 생각은 높게 해야겠지요. 그리고 마음은 깊게 들여다봐야겠습니다.
새 계절을 맞느라 치러내는 이 몸살이 끝나면 말이지요.
그렇게 그동안 사느라 내가 지쳤노라고 건방을 떨었던 게 부끄러운 봄날입니다.
행복하십셔!!!
'나, 일상, 삶, 그리고...'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사리가 좋아!! 외-外- (0) | 2007.04.06 |
---|---|
지난 주말... (0) | 2007.04.04 |
비가... (0) | 2007.03.24 |
비오는 날 동물원... (0) | 2007.03.22 |
...... (0) | 2007.03.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