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 그 날...

비오는 물의 날. 실없는 소리들...

오애도 2006. 11. 15. 11:42

감기가 찾아오셨다.

아직은 초기임이 분명한데 식욕이 떨어졌다. 뭐 오래갈 것 같진 않지만-식욕부진-괜히 식욕이 떨어지면 어딘가  불안해서 더 먹으려고 한다. 백년을 다 살면 삼만육천 오백일인데 그 쇠털같이 많은 날에 식욕 없어서 며칠 굶은들 어떠랴 싶은데 말이다.

살면서 식욕부진에 시달려 본 적은 거의 없는데 삼년에 한 번 쯤 지독한 감기 몸살을 앓을 때 가끔 온다. 

그렇게 식욕이 떨어지면 저절로 다이어트 되네... 하고 희희낙락 해보긴 하지만 효과는 거의 없다. 왜냐하면 식욕부진이란 게 나한테는 길어야 이틀을 못 넘기기 때문이다. ^^;; 게다가 아프니까 괜히 영양가 있는 걸 먹어얄 것 같은 생각에  이것저것 꾸역꾸역 사다가 먹기까지 하는데 생각해보니 아플 땐 많이 먹는 게 안 좋은 것이다. 몸이, 들어온 병마-??-와 싸우느라 전심전력하고 잇는 터에 먹을 거 들어와서 소화대사까지 겹치게 하믄 더 힘이 들테니 말이다. 먹는 걸 소화 시키는 것도 몸에서 보면 큰 일이 아닌가... 

야생동물은 몸에 병이 나거나 상처가 나면 다 나을 때까지 스스로 굶는다는데 아마 그런 이유가 아닐듯 싶다. 하여 어찌보면 사람도 사소한 병에 식욕이 떨어지는 것도 자가치유의 한 방법이 아닐까?

보통 아이들이 심하게 열이 나거나 아플 때는 아무것도 먹지 못하다가 다 나으면 정말 거짓말처럼 많이 먹어댄다. 그러면서 쑤욱 자라는데 꼭 아프면서 자라는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나는 한 번도 성공 못하는 -^^;;- 소위 다이어트라는 걸 하면서 놀라운 인체 매카니즘을 깨닫는다. 저혼자 조정하는 대사율이나 길들여지는 운동의 강도 따위를 보면서 성능좋은 센서가 어떤 건지를 실감하는 것이다. 

뭐 여하간 주저리가 길어졌는데 보통 살이 찌는 인간이 대사율이 낮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며칠 전 체성분 검사를 하고 보니 내 기초대사율은 겨우 1259정도였다. 하여 근육운동을 해서 기초대사량을 늘려야 한다는 결론이 났는데 생각해보니 대사율 높은 게 썩 좋은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이건 짐승이건 각자 주어진 생체 에너지라는 게 있는데 대사율 높은 사람들은 휙휙 빨리빨리 써 버릴테니 늙으믄 분명 더 빨리 기운이 소진되어 드러눕게 되는 건 아닐까 하는  돌파리 의사적인 결론을 냈기 때문이다. 그럼 이렇게 뚱뚱한 몸으로 대사율 낮게 살아야 하는가... 그라몬 물리적인 부분들이-무릎이나 발목- 닳아 없어져 당연히 비명을 지르겠지. 흠....

결론은 뻔하다. 실천하기는 어렵지만 배부르게 먹지 않고 생체 에너지 초고속으로 소진시키지 않을만큼 운동하면서 오랫동안 천천히 몸의 근 수를 줄이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는 것!!

그러면 오래 사는 건 차치하고 건강하게 살다가 죽을 것이다. 나처럼 대사율 낮아서 무엇이든 아끼는 인간은 말이다.

하지만 문제는 실천이 안된다는 것이다.

하루 쯤 식욕 떨어져도 어딘가 불안하니 어쩌란 말인가...

게다가 무엇이든 맛있게 먹어대는 축복까지 받았으니 원....

그래도 하하하!!!

건강할 때 식욕 왕성해서 감사하다. 건강할 때 강한 식욕은 그래도 삶의 의욕과 비례한다고 믿으니 말이다.

나란 인간은 식성과 사람의 성격도 닮았다고 믿으니까 식성 까다롭지 않은 나는 분명 성격도 좋은 인간이 틀림없다. 후후후. ^^;;;

흠... 그렇긴 하지만 아직도 절대로 적응 안되는 식재료가 파인데 그것처럼 내 성격 어디쯤  절대로 괜찮지 않은 부분이 있다는 것도 인정한다. 클클.

그렇다고 성격 좋아지기 위해 그걸 극복할 생각은 없다. 누구든 다아 괜찮지 않고 특별한 구석 쯤은 있을테니 말이다. 사람은 돼지거나 지렁이 또는 아메바 짚신벌래 유글레나 플라나리아 같은 단세포 생물이 아니니까....

뭐 여하간 인류의 역사는 누가 그러는데 식욕과 성욕에 의해 발전해 왔단다.

이렇게 식욕과 식성이 좋은 이상 나의 역사도 진보와 발전을 하겠지... 하하하!!

물론 식욕 없는 오늘 같은 날은 당연히 지체와 퇴보의 날이 되리니.... 흠...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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