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차를 타고 가건 투벅투벅 튼튼한 발로 걸어가건 말입니다.
그렇게 차를 타고 가면서 혹은 걸으면서 만나는 수많은 요소들이 무엇보다 여행이라는 명사의 화려한 관형적 요소가 아닌가 합니다.-음 국어 선생 아니랄까봐^^;;-
바람, 햇빛, 물, 나무, 이름 모를 들풀과 꽃들, 지금은 없어진 먼지 풀풀 나는 신작로, 그리고 나를 못 견디게 만드는 밭 사이로 뻗어 있는 좁고 고즈넉한 들길.....
어렸을 땐 그런 들길의 중간에 앉아 한 나절을 보내기 일쑤였었습니다.
가끔은 그렇게 앉아 있다가 늦으면 학교도 빼먹었습니다. 그리고 학교 끝나고 집에 갈 때도 넓고 빠르게 갈 수 있는 신작로 대신 산길로 접어들어 예의 그 보리밭이거나 밀밭 사이로 숨어들거나 산 속을 헤매 다니곤 했습니다.
그렇게 혼자서 쭈그리고 앉아서 투덕투덕 놀다보면 거기엔 온전히 나와 자연만이 있습니다. 그러다가 해가 뉘엿뉘엿해지면 집으로 돌아왔지요.
집에 와서는 어디서 해찰하다 왔느냐고 직살 나게 혼나기는 했지만 말입니다. -어려서는 이 해찰이라는 말을 참 많이 들었습니다. 무슨 일 중간에 딴 짓을 하거나 하면 울 엄니는 늘 어디서 해찰을 했냐고 하셨는데 이게 국어 사전에는 안 나와 있는 말이더군요-
차를 타고 가는 것은 문명의 이기를 매개로 자연을 섭렵하는 것이긴 하지만 신경 쓸 일 없이 편안해서 좋습니다. 그런 의미로 일곱시간 이상 버스 운전을 하는 아저씨들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릅니다. ^^
그렇게 차를 타고 있으면 내가 가는 곳이 그 어디든 별로 상관이 없습니다. 그게 속초든, 강릉이든...아니면 유럽의 어느 나라라도 마찬가지입니다.
몇 해 전 유럽 여행 중에 로마에 도착해서 본 다 쓰러져 가는 듯한 원형 경기장이나 무신 목욕탕이나 미술관, 그런 것보다 버스 타고 다니면서 보았던 그저 거리의 오래된 건물이나 그 안에 진열되어 있는 상품이나 거길 들락거리는 사람들, 그리고 로마 시내의 올리브 나무, 베로나의 아레나-수영복?-원형경기장 앞에서 내려 쥴리엣의 집까지 걸어가던 그 거리와 골목의 시장, 거기에 쌓여 있던 색깔 좋은 스웨터와 길거리에서 사먹던 아이스크림, 피렌체에서 밀라노까지 가던 고속도로의 휴게소, 끝없이 달리기만 했던 스위스에서 독일까지의 그 아름다운 길, 렝스 성당 입구에서 한 손을 내밀고 쓸쓸하게 서 있던 거지, 싸늘한 공기 속에 묵묵히 서 있었던 런던의 오래된 건물들...
그리고 차창 밖으로 펼쳐지던 거리 풍경이 사실 고속 엘리베이터 타고 에펠탑에 올라가 봤던 파리 시내보다 더 기억에 남습니다.
그런 것들이 여행을 여행답게 만든다고 하면 지나치게 개인적인 기준일까요? 그런 거리를 돌아다니면 아.. 내가 낯선 고장엘 왔구나 하는 실감을 합니다.
그런 이유로 유명한 관광지에서 사진 찍는 것보다 그냥 길거리 같은데 사진 찍자고 해서 짝-같은 방 쓰던 아줌씨. 그때도 혼자 간 탓에 낯모르는 아줌씨와 같은 방을 썼음-이 늘 툴툴댔는데 나중엔 자기도 닮아가더군요^^
이상한 일이지만 아주 어릴 때 내 꿈은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 보는 것이었습니다.
며칠 낮 밤을 달린다는 그 열차의 창가에 앉아 끝없이 펼쳐지는 눈 덮인 들판이며
삼나무 숲 사이를 달리는 꿈을 꾸었다면 아마 안 믿을 지도 모릅니다.
차안에는 낯모르는 사람들로 가득하고 나는 화 난 사람처럼 그들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고 앉아 있는 것입니다.
그렇게 길 위에 있을 때는 사실 목적지 따위는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내게 있어서 중요한 것은 언제나 과정이었습니다.
그런 이유로 여행을 떠나건 어딜 가건 아무리 먼 곳을 가더라도 나는 버스 안이거나 기차에서 자는 일은 전무라고 할 만큼 없습니다.
지나치게 극단적인 비유일지는 몰라도 삶이라는 것도 영원히 이런 지속적인 움직임이 아닐는지... 그리고 그 끝은 바로 죽음일 것입니다. 물론 죽음은 여행의 목적지처럼 그것을 향해 의도적으로 달려가지는 않겠지만 도달점인 것만은 사실입니다. 그 도달점에 이르기까지 우린 어떻게 길을 걷고 여행을 하는지 ... 혹시 목적만을 위해 열심히 앞만 보고 달려가는 것은 아닌지...
늘상 어딘가로 향해 달려가는 과정에 있으면서도 그 어딘가가 어디인지는 별로 의식하고 있지 않은 것은 아닐까요?
나는 달리고 싶지 않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잠들지 않기 위해 애씁니다. 안그러면 목적지에 도착해 놓쳐버린 풍경 때문에 아쉬울 것이기 때문입니다.
느릿느릿 천천히 내 앞에 주어진 것들을 들여다보고 만져보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그것이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느려터지고 굼뜨고 철이 덜든 해찰이라고 해도 말입니다.
삶은 늘 현재 진행형입니다. 그리고 길 위에 서 있으면 여행도 늘 현재 진행형입니다.
그런 의미로 여행과 삶은 많은 부분에서 닮아 있습니다.
그래서 길 위의 내가 좋습니다. 그럴 때 나는 온전히 살아있다는 것을 실감합니다.
언젠가는 목적지에 닿겠지요. 삶이건 여행이건......
그렇지만 나는 솔직히 어떤 여행이든 목적지에 다다르면 이젠 어딘가로
내려가야 하고 돌아가야 한다는 느낌 때문에 서럽습니다.
그것은 삶의 종착에서도 똑같이 느껴지겠지요.
그때 우리는 어디로 돌아가는 것일까요?
사족: 가는 길에 고속버스 안에서 오래된 성룡영화를 틀어주는 바람에 슬쩍슬쩍 보느라
경치를 꽤 놓쳤습니다. -한때 나는 그 귀여운 남자의 팬이었거든요.- 그런 의미로
배운 게 있다면 여행은 특히 아름다운 곳으로의 여행은, 지나치게 사랑하는 사람하고
가면 안된다는 사실. 그러면 경치고 뭐고 사람이 더 좋은데 제대로 뭘 보고 느끼겠습
니까?
좋은 사람하고 있으면 그것이 어딘들 아름답지 않겠는지요^^
여행을 여행답게 하려면 혼자 가는 것이 최고여유!!
그렇게 차를 타고 가면서 혹은 걸으면서 만나는 수많은 요소들이 무엇보다 여행이라는 명사의 화려한 관형적 요소가 아닌가 합니다.-음 국어 선생 아니랄까봐^^;;-
바람, 햇빛, 물, 나무, 이름 모를 들풀과 꽃들, 지금은 없어진 먼지 풀풀 나는 신작로, 그리고 나를 못 견디게 만드는 밭 사이로 뻗어 있는 좁고 고즈넉한 들길.....
어렸을 땐 그런 들길의 중간에 앉아 한 나절을 보내기 일쑤였었습니다.
가끔은 그렇게 앉아 있다가 늦으면 학교도 빼먹었습니다. 그리고 학교 끝나고 집에 갈 때도 넓고 빠르게 갈 수 있는 신작로 대신 산길로 접어들어 예의 그 보리밭이거나 밀밭 사이로 숨어들거나 산 속을 헤매 다니곤 했습니다.
그렇게 혼자서 쭈그리고 앉아서 투덕투덕 놀다보면 거기엔 온전히 나와 자연만이 있습니다. 그러다가 해가 뉘엿뉘엿해지면 집으로 돌아왔지요.
집에 와서는 어디서 해찰하다 왔느냐고 직살 나게 혼나기는 했지만 말입니다. -어려서는 이 해찰이라는 말을 참 많이 들었습니다. 무슨 일 중간에 딴 짓을 하거나 하면 울 엄니는 늘 어디서 해찰을 했냐고 하셨는데 이게 국어 사전에는 안 나와 있는 말이더군요-
차를 타고 가는 것은 문명의 이기를 매개로 자연을 섭렵하는 것이긴 하지만 신경 쓸 일 없이 편안해서 좋습니다. 그런 의미로 일곱시간 이상 버스 운전을 하는 아저씨들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릅니다. ^^
그렇게 차를 타고 있으면 내가 가는 곳이 그 어디든 별로 상관이 없습니다. 그게 속초든, 강릉이든...아니면 유럽의 어느 나라라도 마찬가지입니다.
몇 해 전 유럽 여행 중에 로마에 도착해서 본 다 쓰러져 가는 듯한 원형 경기장이나 무신 목욕탕이나 미술관, 그런 것보다 버스 타고 다니면서 보았던 그저 거리의 오래된 건물이나 그 안에 진열되어 있는 상품이나 거길 들락거리는 사람들, 그리고 로마 시내의 올리브 나무, 베로나의 아레나-수영복?-원형경기장 앞에서 내려 쥴리엣의 집까지 걸어가던 그 거리와 골목의 시장, 거기에 쌓여 있던 색깔 좋은 스웨터와 길거리에서 사먹던 아이스크림, 피렌체에서 밀라노까지 가던 고속도로의 휴게소, 끝없이 달리기만 했던 스위스에서 독일까지의 그 아름다운 길, 렝스 성당 입구에서 한 손을 내밀고 쓸쓸하게 서 있던 거지, 싸늘한 공기 속에 묵묵히 서 있었던 런던의 오래된 건물들...
그리고 차창 밖으로 펼쳐지던 거리 풍경이 사실 고속 엘리베이터 타고 에펠탑에 올라가 봤던 파리 시내보다 더 기억에 남습니다.
그런 것들이 여행을 여행답게 만든다고 하면 지나치게 개인적인 기준일까요? 그런 거리를 돌아다니면 아.. 내가 낯선 고장엘 왔구나 하는 실감을 합니다.
그런 이유로 유명한 관광지에서 사진 찍는 것보다 그냥 길거리 같은데 사진 찍자고 해서 짝-같은 방 쓰던 아줌씨. 그때도 혼자 간 탓에 낯모르는 아줌씨와 같은 방을 썼음-이 늘 툴툴댔는데 나중엔 자기도 닮아가더군요^^
이상한 일이지만 아주 어릴 때 내 꿈은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 보는 것이었습니다.
며칠 낮 밤을 달린다는 그 열차의 창가에 앉아 끝없이 펼쳐지는 눈 덮인 들판이며
삼나무 숲 사이를 달리는 꿈을 꾸었다면 아마 안 믿을 지도 모릅니다.
차안에는 낯모르는 사람들로 가득하고 나는 화 난 사람처럼 그들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고 앉아 있는 것입니다.
그렇게 길 위에 있을 때는 사실 목적지 따위는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내게 있어서 중요한 것은 언제나 과정이었습니다.
그런 이유로 여행을 떠나건 어딜 가건 아무리 먼 곳을 가더라도 나는 버스 안이거나 기차에서 자는 일은 전무라고 할 만큼 없습니다.
지나치게 극단적인 비유일지는 몰라도 삶이라는 것도 영원히 이런 지속적인 움직임이 아닐는지... 그리고 그 끝은 바로 죽음일 것입니다. 물론 죽음은 여행의 목적지처럼 그것을 향해 의도적으로 달려가지는 않겠지만 도달점인 것만은 사실입니다. 그 도달점에 이르기까지 우린 어떻게 길을 걷고 여행을 하는지 ... 혹시 목적만을 위해 열심히 앞만 보고 달려가는 것은 아닌지...
늘상 어딘가로 향해 달려가는 과정에 있으면서도 그 어딘가가 어디인지는 별로 의식하고 있지 않은 것은 아닐까요?
나는 달리고 싶지 않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잠들지 않기 위해 애씁니다. 안그러면 목적지에 도착해 놓쳐버린 풍경 때문에 아쉬울 것이기 때문입니다.
느릿느릿 천천히 내 앞에 주어진 것들을 들여다보고 만져보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그것이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느려터지고 굼뜨고 철이 덜든 해찰이라고 해도 말입니다.
삶은 늘 현재 진행형입니다. 그리고 길 위에 서 있으면 여행도 늘 현재 진행형입니다.
그런 의미로 여행과 삶은 많은 부분에서 닮아 있습니다.
그래서 길 위의 내가 좋습니다. 그럴 때 나는 온전히 살아있다는 것을 실감합니다.
언젠가는 목적지에 닿겠지요. 삶이건 여행이건......
그렇지만 나는 솔직히 어떤 여행이든 목적지에 다다르면 이젠 어딘가로
내려가야 하고 돌아가야 한다는 느낌 때문에 서럽습니다.
그것은 삶의 종착에서도 똑같이 느껴지겠지요.
그때 우리는 어디로 돌아가는 것일까요?
사족: 가는 길에 고속버스 안에서 오래된 성룡영화를 틀어주는 바람에 슬쩍슬쩍 보느라
경치를 꽤 놓쳤습니다. -한때 나는 그 귀여운 남자의 팬이었거든요.- 그런 의미로
배운 게 있다면 여행은 특히 아름다운 곳으로의 여행은, 지나치게 사랑하는 사람하고
가면 안된다는 사실. 그러면 경치고 뭐고 사람이 더 좋은데 제대로 뭘 보고 느끼겠습
니까?
좋은 사람하고 있으면 그것이 어딘들 아름답지 않겠는지요^^
여행을 여행답게 하려면 혼자 가는 것이 최고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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