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일요일 한 낮의 주절거림

오애도 2004. 7. 18. 13:47

뉴스에서는 오후를 기점으로 장마는 끝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날씨는 이유없이 심통난 성질 고약한 시엄씨 얼굴새입니다. 가끔 투덜투덜 빗방울도 떨어트립니다.

모처럼 일찍 일어나 아침 산책을 했었습니다.

후덥한 아침공기 탓에 물리적인 몸 컨디션은 별로였지만 사람 없는 거리를 터덜터덜 걷는 고즈넉함은 그런대로 맛있었습니다.

 

드러난 사람만 열 아홉이나 되는 여자들을 죽인 희대의 살인마-??-가 잡혔다는 뉴스를 우유마시다 듣고 컥!! 뱉었습니다.

자기 집에서 살해를 하고 그걸 비닐봉투에 담아 차를 타고 가서 야산에 쓰레기 버리듯 버렸다는 얘길 들으며 갑자기 생선 내장 썩는 냄새가 0.001초도 안 걸려서 머리속으로 들어갔다가 코로 맡아졌습니다.

축축한 공기 탓에 그 느낌은 대단히 적나라해서 먹은 게 없는데 식욕이 동하질 않습니다.

 

어수선하고 심란한 세상입니다.

인간이란 게 마음이거나 생각-??- 혹은 정신-???- 아니면 이성이라는 게 있어서 금수와 구별된다면 원 이건 그냥 금수로 사는 게 낫지 않을까 싶습니다.

걔네들야 이유없이 다른 대상을 해치는 짓 따위는 안 한 것이니 말입니다.

 

비는 너무 많이 왔고, 그래서 컵에 물 한 잔 따라 마시면서도 물멀미가 납니다.

속살 드러나지 않은 도시의 콘크리트 겉살-??-에는 파랗게 이끼가 끼어 있습니다.

거기서 비릿한 물 때 냄새를 맡습니다.

비 혹은 물이 가지는 원형적 상징은 슬픔, 우울, 태초의 생성, 생명감, 여성성, 흐름과 고임, 낮은 곳, 가라앉음, 편안함......

이렇게 써 놓고 보니 추욱!! 가라앉은 일상의 원흉이 비!! 입니다.

 

마른 하늘과 마른 공기와 마른 땅이 그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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