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 그 날...

청명한 가을 아침!!

오애도 2006. 10. 12. 10:52

며칠 째 죽어라-??-하는 운동과 열심히 가르치는 것과 늦은 밤에 일어나는 음주 덕에 분명 몸은 근 수를 줄이고 있을 것입니다. ㅋㅋ

아침 일찍 일어나 못난이 김밥을 쌌습니다.

하나는 잘게 썬 스팸을 볶아 넣고 울엄니가 볶아주신 참깨를 듬뿍 넣고, 한 쪽에는 그저 담백하게 참기름과 소금과 볶은 깨만을 넣어 완도산 구운 김으로 조물거리며 두보따리를 만들었구요. 잘 시어빠진-??-김치는 참치 넣고 지글지글 볶은 김치를 만들어 놨습니다.

그 와중에 손빨래도 했구요. 세탁기도 한바탕 돌렸습니다. 일어난 지 세 시간도 안됐는데 많은 일을 했습니다. 일찍 일어나면 하루가 길지요...

참!!! 청계산을 가기로 했습니다.

지난 월요일엔 그저 저지방 우유랑 초코파이 두 개, 포도 반송이가 식량이었던 탓에 내려오면서 두부김치랑 빈대떡, 그리고 동동주를 마셨는데 애비 에미도 몰라본다는 낮술로  머리 아파 혼났답니다. 저녁 수업은 분명 술심으로-??- 실실 가르쳤을 것입니다. 후후후

어릴 때 나는 산이라는 걸 아무 목적없이 올랐던 적은 없었습니다. 도토리나 밤을 줍거나 여름엔 버섯 따위를 따러 갔었지요. 아침나절에 나갔다가 비가 온 후 다시 나가보면 버섯들은 여기저기서 쑥쑥 솟아 있던 모습이 선명합니다. 봄이면 진달래를 꺾으러 먼 산 마다않고 올랐었구요. 겨울엔 오빠들 따라 알칡을 캐러 다녔는데 종종 뱀을 잡아오기도 했었습니다. 얼어붙은 땅을 파고 캐낸 짧고 굵은 알칡은 앂으면 씹을수록 섬유질로 된 달착지근한 알-??-들이 배어나왔습니다.  

그렇게  어릴 때 산은 그저 뒷마당만큼이나 맨발의 피부로 실감하며 살았던터라 높은 산을 씩씩대며 오르는 등산의 묘미따위는 당연히 못 느낄밖에요. 게다가 처음으로 설악산엘 갔을 때 등산로라고 반질반질하게 된 길을 떼지어 올라가던 모습은 지금도 일종의 정서적 충격으로 남아 있습니다. 산길이 그렇게 넓고 반질반질하다니...

어쨌거나 뭐 지금도 힘들게 씩씩대며 오르는 행위 자체는 별로입니다. 쌀 한 가마 가까운 무게를 이끌고 올라가는 발걸음이 가볍고 즐겁다면 거짓말이지요. 혹 나알씬 해져서 다람쥐처럼 산을 오르내리던 어린시절의 순발력이 되살아나면 씩씩대며 오르는 행위조차 즐거워질런지도 모르지요.

어쨌거나 그래도 씩씩대고 올라서 꼭대기쯤이거나 중간쯤에 앉아서 싸온 도시락을 먹거나 나무를 올려다보거나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앉아 있는 즐거움이 산에 가는 목적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ㅋㅋㅋ.

어쨌거나 나가봐야 할 시간입니다. 굳이 '산'이어서가 아니라 이렇게 아름다운 가을 날 인간의 힘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닌 것은 무엇이든 아릅답습니다.

들에서 자라고 있는 벼포기나 푸른 배추, 콩포기 따위의 가을빛이 바로 자연의 아름다움이겠지요.

늦었군요...

좋은 가을 날 되십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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