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일상, 삶, 그리고...

엄마의 서울행

오애도 2001. 8. 16. 02:28
깻잎 절임
마늘쫑 무침
장조림
어제 담근 배추김치
떠나기 전, 막 따 낸 애호박
초록매실병에 담긴 들기름 한 병
찐 옥수수 몇 개
멸치 간 것.

엄마의 보따리에서 나온 것들.

혼자 시드는 듯한 딸내미 위해
새벽 네시에 일어나
병든 남편 저녁 식사까지 한꺼번에
챙겨놓고
바리바리 싸면서
울엄마
행복하셨을까?

삶과 세월의 무게에
자꾸만
좁아지고 움츠러드는
엄마의 어깨...

나는 그 어깨에 얹힌 짐일까?

아니라고 우기지만
정말 아닐까?

엄마의 어깨에 얹힌
서글픈 미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