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얘기한 것처럼 나는 어릴때는 물론 다 자라서까지 유난한 기억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남들은 생각도 못하는 아주 사소한 것을 기억해 내는 탓에 그것으로 인해 가끔 천재-?-라는 오해를 받기도 했었지요.
그런데 그 기억력이란 것이 남들 다아는 것은 기억을 못하고 다른 사람이 신경도 안쓰는 사소한 것들을 기억해 어떤 때는 당사자를 당혹하게 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사람을 만난후에 누군가 그사람이 어떻게 생겼냐고 물으면 설명을 못합니다.
안경을 썼는지, 키가 큰지 작은지 무슨 옷을 입었는지 등등...-그에 비해 그가 무슨 말을 했는지, 어떤 행동을 했는가에 대한, 그것도 아주 사소한 것은 놀라우리만치 잘 기억을 해 냅니다.
그런데 이 자랑할만한 기억력은 이제 쇠퇴에 쇠퇴를 거듭해 사소한 것도 중요한 것도 잊어버리는 것에 더 유능해지고 말았습니다.
금방 본 책에 나오는 주인공의 이름이라든가, 어제 본 영화의 주연 배우 이름같은 것도 머리 속에서 배앵뱅 돌 뿐 말이 되어 나오지 않습니다. 게다가 그 배우는 아주 오래된 배우인데도 말이지요.
그런데 더 끔찍한 일은 아이들을 가르칠 때 입니다. 내 직업은 학원에서 국어를 가르치는 것입니다.
국어라는 학문의 특성이 수학이나 영어만큼-?- 어렵거나 까다로운 것은 아닌데 가르치는 사람입장에서 보면 골치아프게 주저리주저리 떠들어야 하는게 많습니다.
문제는 그 주저리 주저리에서 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버벅거림이 있다는 것입니다.
염상섭과 현진건의 작품을 헷갈리고 봄봄과 감자의 내용이 섞이고, 채영신은 흙에 나와 아이들에게 글을 가르칩니다.
풍수지탄과 맥수지탄이 왔다리 갔다리 같은 내용으로 설명되고...으아아!!!
그뿐만아니라 우리나라 말인데도 적당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아 헤매고... 다섯 음절 이상되는 말은 괜히 입에서 엉키고...참으로 통탄해마지않을 일이지요.
전에는 장담하지만 이런 일은 없었습니다.
말을 하다가 단어나 개념이 생각이 안나 거 뭐냐를 연발하는 일 말입니다.
그전에 갖고 있던 기억력은 어디로 가 버린 것일까요?
마치 머리속 어딘가가 막혀서 그 한 구석 어디쯤이 서서이 굳어가는 듯한 느낌을 떨쳐버릴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까닭모를 두려움과 쓸쓸함으로 나를 흔들고 지나갑니다.
이렇게 나라는 존재는 보이지 않는 부분에서조차 닳아지고 사라져가는구나...
이것이 나이 먹어 오는 쇠퇴와 마모의 결과인지, 아니면 젊었을-혹은 어렸을-때보다 사는 일이 훨씬 복잡하고 어려워서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후자 쪽이라고 믿어야겠습니다. 그래야 나이먹어 닳아지는 것에 대한 쓸쓸함이 덜 할 테니까요.
누가 뭐라든 어렸을 때야 전기요금이나 신용카드 결제일이나 백화점의 세일 날짜나 할부금이나 뭐 그런 것 따위는 신경 안 써도 됐을 테니까요.
이빨 말고도 이렇게 닳고, 사라지는 것들은 앞으로 더 많아지겠지요.
그리고 그것에 대해 쓸쓸해 하는 일조차 어쩌면 우리 감정의 새로운 소모적 요소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나중엔 이런 사소한 감상조차 안 일어나 퍼석거리는 가슴으로 살게 되는 것은 아닌지...
그런데 그렇게 닳고 사라지는 것들은 우리들의 시든 몸을 떠나서 어디로 가는 것일까요?
누군가 새로운 생명에 닮긴 영혼위에 얹혀지는 걸까요?
그런데 그 기억력이란 것이 남들 다아는 것은 기억을 못하고 다른 사람이 신경도 안쓰는 사소한 것들을 기억해 어떤 때는 당사자를 당혹하게 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사람을 만난후에 누군가 그사람이 어떻게 생겼냐고 물으면 설명을 못합니다.
안경을 썼는지, 키가 큰지 작은지 무슨 옷을 입었는지 등등...-그에 비해 그가 무슨 말을 했는지, 어떤 행동을 했는가에 대한, 그것도 아주 사소한 것은 놀라우리만치 잘 기억을 해 냅니다.
그런데 이 자랑할만한 기억력은 이제 쇠퇴에 쇠퇴를 거듭해 사소한 것도 중요한 것도 잊어버리는 것에 더 유능해지고 말았습니다.
금방 본 책에 나오는 주인공의 이름이라든가, 어제 본 영화의 주연 배우 이름같은 것도 머리 속에서 배앵뱅 돌 뿐 말이 되어 나오지 않습니다. 게다가 그 배우는 아주 오래된 배우인데도 말이지요.
그런데 더 끔찍한 일은 아이들을 가르칠 때 입니다. 내 직업은 학원에서 국어를 가르치는 것입니다.
국어라는 학문의 특성이 수학이나 영어만큼-?- 어렵거나 까다로운 것은 아닌데 가르치는 사람입장에서 보면 골치아프게 주저리주저리 떠들어야 하는게 많습니다.
문제는 그 주저리 주저리에서 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버벅거림이 있다는 것입니다.
염상섭과 현진건의 작품을 헷갈리고 봄봄과 감자의 내용이 섞이고, 채영신은 흙에 나와 아이들에게 글을 가르칩니다.
풍수지탄과 맥수지탄이 왔다리 갔다리 같은 내용으로 설명되고...으아아!!!
그뿐만아니라 우리나라 말인데도 적당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아 헤매고... 다섯 음절 이상되는 말은 괜히 입에서 엉키고...참으로 통탄해마지않을 일이지요.
전에는 장담하지만 이런 일은 없었습니다.
말을 하다가 단어나 개념이 생각이 안나 거 뭐냐를 연발하는 일 말입니다.
그전에 갖고 있던 기억력은 어디로 가 버린 것일까요?
마치 머리속 어딘가가 막혀서 그 한 구석 어디쯤이 서서이 굳어가는 듯한 느낌을 떨쳐버릴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까닭모를 두려움과 쓸쓸함으로 나를 흔들고 지나갑니다.
이렇게 나라는 존재는 보이지 않는 부분에서조차 닳아지고 사라져가는구나...
이것이 나이 먹어 오는 쇠퇴와 마모의 결과인지, 아니면 젊었을-혹은 어렸을-때보다 사는 일이 훨씬 복잡하고 어려워서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후자 쪽이라고 믿어야겠습니다. 그래야 나이먹어 닳아지는 것에 대한 쓸쓸함이 덜 할 테니까요.
누가 뭐라든 어렸을 때야 전기요금이나 신용카드 결제일이나 백화점의 세일 날짜나 할부금이나 뭐 그런 것 따위는 신경 안 써도 됐을 테니까요.
이빨 말고도 이렇게 닳고, 사라지는 것들은 앞으로 더 많아지겠지요.
그리고 그것에 대해 쓸쓸해 하는 일조차 어쩌면 우리 감정의 새로운 소모적 요소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나중엔 이런 사소한 감상조차 안 일어나 퍼석거리는 가슴으로 살게 되는 것은 아닌지...
그런데 그렇게 닳고 사라지는 것들은 우리들의 시든 몸을 떠나서 어디로 가는 것일까요?
누군가 새로운 생명에 닮긴 영혼위에 얹혀지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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