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일상, 삶, 그리고...

하루건 인생이건 오후는 쓸쓸하다!

오애도 2001. 6. 13. 01:28
미끈 유월, 어정 칠월, 동동 팔월이라던가요?

유월이 벌써 삼분의 일이 지나 버렸습니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유월은 정말 어어 하다가 가는 듯

한 느낌이 듭니다. 현충일 공휴일이 지난지 얼마 안된

것같은데요.

나이를 먹는 다는 것이, 옛말 그른거 없다는 것을 실

감하는 과정이라고 한다면 지나치게단순화시켜 말한

것인가요?

어쨋거나 유월은 일년의 한가운데를 지나는 것이고

우리네 삶처럼 오후로 접어든 시간은 유난히 빠른 속

도로 달리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아직 살아야할 날이 많긴 하지만, 남아 있는 시간은

이제 더이상 푸르고, 싱싱한 시간이 아님을 인정해야

겠지요. 그것은 뭔가 시작하기엔 늦어버린 오후 시간

처럼 애달픕니다.

인생을 팔십으로 잡는다면, 나는 지금 유월처럼 딱 중

간에 와 있는 것이겠지요.

삶은 누리는 것인지... 견디는 것인지...

아니 누림과 견딤이 누구에게나 형태는 다르지만, 공

정하게 주어졌다면 그것은 언제일까요.

모든 것에서 다 손을 놓을 수 밖에 없는 늙어 기운 없

을 때일까요? 아니면 무엇이든지 주는 것만 받는 어려

서 철 모를 때일까요?

어렸을 때라면, 그때를 좀 더 잘 보낼 걸 그랬다는 생

각이 듭니다. 그리하여, 살면서 힘들고 고달플 때 그

것을 추억하는 것만으로도 힘이 날수 있도록요.

하지만 잘 보낸다는 것이 무엇인지, 어떻게 해야하는

것인지 여전히 미혹입니다.

아니, 그렇지 않고, 아직 누리는 시간이 남아 있다고

믿어야 겠지요. 하지만 모든 것에 시들해지고, 흐릿해

지고, 헛된 욕심과 얕은 즐거움에 익숙해져, 감동받는

일에조차 무덤덤해져 버린 삶의 오후에 과연 무엇이

남아 있을까를 생각합니다.

쓸쓸한 유월 오후의 단상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