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일상, 삶, 그리고...

도우넛 이야기... 그리고 기인 뱀발!!

오애도 2004. 3. 24. 13:58

엊그제 수영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던킨 도우넛 가게에 들렸었다.

내가 좋아하는 도우넛 몇 개를 골라 사들고 냉큼냉큼 집어먹으면서 걸어왔다.

혼자일 때 좋은 점은 도우넛 가게에서도 있다. 순전히 내 취향대로 내가 먹을 거만 고를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후리터를 좋아하는데 지인들 중에 그걸 좋아하는 사람이 없는 터라 그건 꼭 혼자 먹을 때 사게 되는 것이다.

후리터 한 개에 종류별로 작은 것 몇 개를 샀다. 난 크림이랑 초콜릿이랑 관계있는 것들은 안 좋아해서 하나도 안 산다.

 뭐 그 쵸콜릿 도우넛이나 크림 넣은 도우넛이야 무슨 잘못이 있겠는가...

걔네들이 원해서 초콜릿이나 바닐라크림 아니면 딸기쨈따위를 몸에 품고 나온 것도 아닌데 나같은 인간한테 눈길조차 받지 못한다는 것도 순전히 그것들의 운명이다.

그래도 세상일이란 외곬로만 흐르는 것이 아니어서 당연히 시나몬 향내 풍기는 후리터보다는 가루설탕 잔뜩 묻힌 채 크림 품고 있는 도우넛을 선호하는 인간들도 훨씬 많을 것이다.

그러고 보면 인생이라는 것도 비슷하다.

나를 무조건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괜히 이유없이 나만 보면 껄끄러워서 별 웃기는 걸로 긁어대고 싶어하는 인간도 있다. 그건 뭐 그들이 후리터를 좋아하는데 내가 가루설탕 묻힌 크림도우넛이라 그런건가 어쩐건가 모르겠다. 하지만  역시나 그것도 내 운명이다. 그렇다고 내가 그들에게 잘 보이려고 설탕 털어내고 크림 없애고 후리터로 변신할 수는 없는 일. 뭐 그냥 나는 나대로 살련다. -이 이야기가 아닌디 옆길로 샜다...-

어쨌거나 그렇게 도우넛을 들고 와서 우유 한잔과 함께 우적거리며 신문을 본다.

남은 도우넛을 베란다로 옮기며 나는 그저 혼자 사는 평화에 대해 깊이 감사했다.

이건 어차피 운명이고 팔자이다.

누가 등 떠밀고, 혹은 회초리로 치면서 도우넛따위나 사들고 와서 혼자 먹으며 행복해 하란다고 할 수 있는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뭔 얘기냐??-

하여 봄도 오고, 날씨도 맑고 뭐 사는 게 즐겁다는 얘기다.

 

사족::

어제 저녁 좀 심하게-??- 운동을 했다.

낮에는 모처럼 청소기 아닌 빗자루로 방 세 개를 꼼꼼이 쓸고 닦았다.

지난 번 도둑 사건 때문에 드디어 주인집에서 세콤을 달았다.

창밖으로 함부로 손 내밀어 이불 털거나 하지 말라는 주의를 주러 오셨길래 잠시 들어오라고 해서 국화차를 마셔가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다.

처음 인상과는 달리 성격좋고 푸근하고 재미 있는 분이셨다. 지지리 복두 많지... 언제나 좋은 이웃을 만난다.

그 분, 세입자 집에 들어와 보는 건 처음이란다.

 

그렇게 저녁까지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얘기하다가 양재천으로 운동겸 산책을 갔었다. 좀 과하게 뛰고 걷고 했다.

 

한동안 그림자처럼 납작하게 눌려 있었는데 실실 꿈틀꿈틀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그동안 과외선생 신고도 교육구청에 했고-사실 그동안 나는 세금 포탈자-??-였다. ㅋㅋ. 뭐 소급적용해서 세금 때릴 리는 없겠지... 잘 안 읽히는 하루키의 책도 드디어 읽어 치웠다. -해변의 카프카!! 정말 웃기고 바보같아서 화내면서 읽었다. 빌려준 제자의 성의를 생각해서리... 난 하루키를 좋아하긴 하지만 뭐 재미 없고 공감할 수 없고 느낌 없는 책은 싫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해서 혹은 오래 아는 사람이라고 해서 경우없고 이기적인 거까지 다 좋아하고 사랑하지 않는 것처럼...-

운동도 꼬박꼬박 했고,  곰실곰실 영어공부 준비도 했다. 그리고 정말 진지하게 열심히 가르쳤다.

 

사족에 뱀발:

이걸 쓰고 있는데 컴퓨터가 엊저녁에 퍽 나갔다.

다행히 이거 임시 보관함에 넣었다가-학원 가느라 쓰다 말았다- 줄줄 쓰는데 나가서 뒤늦게 줄줄 쓴 거 빼고는 남았길래 이어서 쓴 것이다.

오늘 AS맨이 와서 고쳐주고는 36000원 달랜다.

이놈의 컴퓨터 내내 말썽이다. 열받으믄 확 노트북으로 바꾼다!!

갑자기 미친듯이 라면이 먹고 싶어서 구멍가게에 가서 한 개 사 왔다.

실실 끓여 먹고 운동이나 가야겠다.

나른한 봄 한나절을 보낸다. 꼼틀꼼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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