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의 오래된 친구가 왔었습니다.
남자들 표현을 빌리자면 그야말로 불알친구지요.
맘 속으로는 늘 생각하지만 곰살궂지 않아서 전화 한 번 제대로 안 하지만 태산처럼 듬직하게 그녀 생각을 하면 '친구'라는 말이 오래된 포도주나 길든구두와 같은 편안함으로 마음의 울림을 줍니다.
아홉살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유난한 친구였으니까 30년 묵은 친구입니다.
그 30년동안 한번도 들쑥날쑥 실쭉샐쭉 없었던 늘 먹는 밥 같은 친구지요. 그건 순전히 나보다 열 다 섯 배쯤 인간성 좋고 겸손하고 성실하며 너그러운 그 친구 덕일 것입니다.
일이 있는 날이었던지라 친구 데려다 집에다 놓고 나는 일하러 갔었습니다. 아이들 가르치는 동안 빨리 끝내고 집에 가고 싶어서 일이 손에 안 잡히던걸요. 후후
친구와 저녁을 먹고 커피집에 가서 맛있는 커피 마시고 그리고는 밤새 수다를 떨었습니다. 어릴적 친구들 얘기 학교 얘기...
중간중간 튀어나오는 어릴 적 친구들 이름이 얼마나 정겹던지요.
내가 입으려고 사 놨던 오리털 파카랑 살빼서 입겠다고 쟁여뒀던 바지 같은 걸 챙겨주면서 그건 또 얼마나 행복하고 기쁘던지요.
전생에 아마 우린 우애 좋은 자매였거나 사이좋은 동업자였을 것입니다. -물론 그 친구는 독실한 크리스챤인지라 이런 말 하믄 펄쩍 뛰겠지만...- 아니믄 하느님을 수호하던 유난한 동료 천사였거나.. ㅋㅋ.
사실 며칠 전부터 꿈에 자꾸 보여서 무슨일 있나... 전활 해 봐야겠군... 하고 있었거든요. 이심전심...ㅋㅋ
농익은 가을 끝자락이 그녀 덕분에 말할 수 없이 행복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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