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일상, 삶, 그리고...

다시 밝은 날에...

오애도 2003. 12. 2. 05:26
열 두시쯤 울엄니가 보내준 게르마늄 방석을 침대속에 넣어 엉덩이를 대고 누웠는데 그만 따끈따끈 한 것이 잠이 스을 들었던 모양입니다.

깨어보니 푸드채널에서는 배추김치를 담는 중이었고 읽다만 채만식의 탁류가 배위에 얹혀져 있었습니다.-잠버릇도 얌전하지...ㅋㅋ-

결국 다시 책을 펼쳐들고 티비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고 모기한테 물린 팔뚝을 벅벅 긁다가 새로 모기향을 찾아 꽂았습니다.-요즘 모기는 미친 게 분명하다. 지금 때가 어느 때인데...-

그 때부터 슬슬 드는 불안감!!
잠자기는 글렀군...
내셔널지오그래픽 채널에서 영화다큐프로그램을 보다가 요리채널을 돌렸다가 괜히 앉았다 일어났다... 결국 벌떡 일어나고 말았습니다.
술도 안 마셨는데 냄비에 남아있던 선지해장국을 뎁혀 국물 한 공기를 마셨습니다.


어제 늦게 그 전날 받은 생크림 케잌 한조각을 먹고 잤는데 밤새 느글거렸습니다.
이럴 때 혼자라는 것은 슬픕니다. 환장하게 맛있는 케이크가 남아돌아 일정때우기 프로야구게임처럼 먹어치워야하기 때문입니다. 어쩐 일인지 공부하러 온 알라들도, 케잌주랴? 했더니, 라면 끓여주세요 하고 말입니다.
입에서 살살 녹는 그 케잌은 그리하여 썰렁하게 수업 끝나고 혼자서 우적우적 먹어치워야하는 비극적 사태를 겪고 말았습니다.
만약 그것을 카세트테이프 두 개를 포개놓은 크기만큼 잘라서 연한 커피와 함께 마신다면 열 명 쯤이 행복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걸 받은 날 동료 선생과 한 조각씩 먹고, 알라 한 쪽 주고, 반쯤 남았었는데 나머지를 혼자서 다 먹어치운 것입니다. 그러니 뱃속이 느글거릴 수밖에요...-그래도 무지 맛있는 케익이었다. 혼자 먹었다고 해서 짐승스럽게 보지 마시길... 사이즈는 아담했으니까...-

어쨌거나 잠은 천리 만리 달아났습니다. 그리고 날이 밝아옵니다.

나이들면 잠이 없어진다더니... 그래서 그런 걸까요?
아니면 인간으로써 죄받으리만치 지나치게 몸이 편해서 그런걸까요?

지금쯤 시골 울엄니는 일어나셔서 새벽운동을 하실겝니다.

아침신문 오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신문 보고, 차 한잔 마시고 실실 일어나 아침운동이나 가야겠습니다.

오늘 밤은 잘 자봐야겠습니다.
'다시 밝은 날에' 해보는 실없는 결심입니다. 후후



사족: 제목 '다시 밝은 날에'는 역시나 서정주의 시 제목입니다. 앞 호 칼럼의 모티브인 '추천사', '다시 밝은 날에', '춘향유문' 이렇게 3부작의 시 중에 한편입니다. '춘향의 말'이라는 부제가 붙은... 괜히 표절시비-??-에 휘말릴까 두려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