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일상, 삶, 그리고...

왜 그러는데??바람난 가족>

오애도 2003. 9. 25. 02:50
영화 바람난 가족을 봤습니다.

자랑할 것도 부끄러울 것도 없지만, 바람은 커녕 제대로 된 연애조차 해본 적 없는 나는 당연히 이 영화에 대해 말 할 자격조차 없는지도모릅니다.

사람들이 섹스를 할 때, 그렇게 직설적이고 적나라하게 대화를 하는 지도 모르겠고, 결혼생활이라는게 그렇게 오랜동안 땅속에 묻혀있다가 발굴되는 썩은 시체에서 나오는 뼈다귀처럼 달그락거리면서도 유지될 수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가족의 해체가 단지 그런 성적인 문제에서만 기인하고, 역시나 그 방법만으로 자신의 삶이 제대로 찾아지는 것인지 짐작도 해석도 안됩니다.

이 영화는 많은 부분에서 아메리칸 뷰티와 닮아 있습니다.
아메리칸 뷰티가 미국중산층의 해체되어가는 가정의 자화상이었다면 이건 역시나 추려낼 거라고는 달그락거리는 뼈다귀 밖에 없다고 믿는 한국 중산층의 가정모습일까요?

그건 모르겠습니다.

내가 중산층이 아니라서인지 몰라도 다행히 나는 그렇게 잘 빻아진 콩가루같은 집안은 아직 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영화는 어떤 부분에서는 지나치게 寫實的이어서 보는데 상당히 꺼끌꺼끌한 느낌을 줍니다.
아버지가 각혈을 하는 장면이나, 남산만한 배에서 복수를 빼내는 장면같은 것은 물론 나중에 아이가 죽어있는 장면 같은 것은 사실적이다 못해 고어영화 냄새를 풍기기까지 합니다.
특히 머리가 깨져 죽어있는 아이모습을 보여준 것은 갑자기 영화의 중간을 댕강 잘라버리는 치명적인 역할을 합니다.
그 장면으로 인해 앞부분 내내 가졌던 영화에 대한 감흥은 산산조각이 나버리고 맙니다. -그게 무슨 실수여~~~-
그 장면에 시달리느라 졸지에 영화는 거기서부터 시작을 하는 느낌이 들고, 당연히 뭐야 왜그래 하다가 끝났습니다.

영화가 감동적이냐 아니냐 재미있느냐 없느냐도 말하기가 그렇습니다.

뭐랄까, 영화는 어떤 부분에서 현실을 그대로 무대에 올려놓고 정작 영화 자신은 팔짱끼고 앉아있는 것 같다고나 할까요?

뭐 누가 뭐라든 아주 잘 그려진 현실을 보기위해 영화관엘 가는 사람은 없겠지요.
때때로 사진처럼 그린 그림은 신기하기는 하지만 감동적이지는 않으니까요. 그걸 무마하느라 드라이한 정사장면이 그렇게 많이 나오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도 사실주의 영화에 충실하느라 엔드크레딧과 함께 울리는 노래 '즐거운 나의집'으로 휘익 비틀기까지 하는데 그 비틀었다는 느낌이 너무 강해 그만 지나치게 작위적으로 느껴지던걸요^^;;

어쨌거나 영화 '바람 난 가족'은 왜 그들이 모두 그렇게 발작적이고 고독한 모습으로 바람이 날 수 밖에 없는지 나를 설득하지 못했습니다.
아니 내가 설득당하지 않았습니다.

그리하여 나는 스스로 겪어보지 않은 것에 대하여는 끊임없이 수상해 하면서 사는 수 밖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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