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울엄니가 보낸 택배가 도착했습니다.
칭칭 감은 박스테잎을 떼어내면서 시골 마당의 수돗가와 그 옆에 잔뜩 열린 고추와 마당 한가운데를 가르는 빨랫줄과 담을 타고 올라가고 있을 울타리콩줄기와 저혼자 열려서 커 가거나 늙어가는 것들을 달고 있는 호박줄기와 텅빈 마당을 혼자서 비추고 있을 조용하고 따가운 햇빛과 이걸 싸기 위해 잰걸음을 하셨을 울엄니를 떠올립니다.
음... 막 따낸 그야말로 애호박 세 개-이거 무지 반지르르합니다. 감히 썰어서 요리하기도 아까울정도로...- 빗 속에서 따낸 호박잎. 복숭아 네 개. 깻잎 절임. 두부절임-이건 내가 무지 좋아한다.다른 식구들은 짜다고 안 먹는데 나는 서울 가져오면 없어질 때까지 그것만 먹는다. 제사 지내고 남은 두부부침에 조선간장 그냥 부어놓은것인데 짭짤하고 콤콤하고 고소하다. 밥도둑이다.-열무김치 한 봉지. 배추김치 한 봉지. 얼린 사골 국물. 역시 C 1소주병에 담긴 생수 두 병.... 아 또 있다. 솔잎 안 떼낸 송편 몇 개.
한동안 냉장고 열면, 두유하고 이러저러하게 사다놓은 맥주랑 덕용포장 젤리만 있었는데... 드디어 나도 인간다운 삶을 살게 되었습니다. 후후
요즘 며칠은 어쩐 일인지 외식이나 술마시는 것 아니면 끼니가 편의점에서 파는 삼각김밥입니다-두 개 사면 망고 음료 한 캔이 공짜다. 그래서 냉장고에 그것도 여러개 있다^^;;-
어쨌거나 오늘의 요리는 호박잎으로 끓인 된장국입니다. 어릴 때는 그 호박잎의 꺼끌함때문에 싫어해서 어떻게 국물만 먹을 수 없을까를 고민했던 기억도 있습니다.
먼저 쌀뜨물을 받아 된장과 고추장을 적당히 풉니다. 거기다 멸치를 넣고 팔팔 끓으면,감자를 하나 깎아서 썰어넣고, 씻어놓은 호박잎을 뚝뚝 손으로 잘라 넣습니다. 호박잎은 좀 꺼끌꺼끌하니까 손으로 바락바락 주무르면 부드러워지기도 하고 또한 풋내도 없어집니다. 파와 마늘을 넣고, 나중에는 수제비를 반죽해 가끔 보이게 떠 넣는 겁니다.
먹을 때 가끔 보이는 수제비가 왕건이로 보입니다. ^^;;
나는 호박잎 쌈보다 이걸 훨씬 좋아합니다.
아마 이 요리는 별 국거리가 없을 때 궁여지책으로 울엄니가 개발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언젠가 친구에게 얘기했더니 이상할 것 같다고 그러더군요.
뭐 어쨌건 내가 끓이면 시골서 울엄니가 끓인 것처럼 맛은 안 나지만 그래도 비슷은 합니다.
그리고 동그란 애호박은
1번, 후라이팬에 부쳐서 양념간장에 무친다.
2번, 굵게 채 썰어 부침개를 해 먹는다.
3번, 호박하고 새우젓만 넣고 찌개를 한다.-이거 쓰면서 무지 먹고 싶어졌다. 아침에 해 묵어야지...-
4번, 들기름에 볶아서 그냥 먹거나 열무김치와 함께 비빔밥을 해서 먹는다.
5번, 양파와 볶아서 멸치로 만든 맑은장국 국수에 고명으로 얹어 먹는다.
6번, 홍합이나 미더덕 넣은 된장찌개 끓일 때 쬐끔만 넣는다.
7번, 수제비에 감자랑 함께 넣는다.
8번, 칼국수에도 넣는다.
9번, 이건 가장 나쁜 건데 어영부영하다가 썩혀서 버린다.
마음에 드는 핸드백이 있으면 그걸 위해 이건저것 옷을 사듯이 애호박 몇 개가 장황한 요리를-???-창출해냅니다.
사족: 으으...무지 졸립다.
양재천에 운동 갔다가 비 쫄딱 맞았습니다. 이 나이에 어디서 그리 맞겠습니까?머리부터 스멀스멀 몸속으로 흘러들어가는 빗물이 간지러워서 혼났습니다.
칭칭 감은 박스테잎을 떼어내면서 시골 마당의 수돗가와 그 옆에 잔뜩 열린 고추와 마당 한가운데를 가르는 빨랫줄과 담을 타고 올라가고 있을 울타리콩줄기와 저혼자 열려서 커 가거나 늙어가는 것들을 달고 있는 호박줄기와 텅빈 마당을 혼자서 비추고 있을 조용하고 따가운 햇빛과 이걸 싸기 위해 잰걸음을 하셨을 울엄니를 떠올립니다.
음... 막 따낸 그야말로 애호박 세 개-이거 무지 반지르르합니다. 감히 썰어서 요리하기도 아까울정도로...- 빗 속에서 따낸 호박잎. 복숭아 네 개. 깻잎 절임. 두부절임-이건 내가 무지 좋아한다.다른 식구들은 짜다고 안 먹는데 나는 서울 가져오면 없어질 때까지 그것만 먹는다. 제사 지내고 남은 두부부침에 조선간장 그냥 부어놓은것인데 짭짤하고 콤콤하고 고소하다. 밥도둑이다.-열무김치 한 봉지. 배추김치 한 봉지. 얼린 사골 국물. 역시 C 1소주병에 담긴 생수 두 병.... 아 또 있다. 솔잎 안 떼낸 송편 몇 개.
한동안 냉장고 열면, 두유하고 이러저러하게 사다놓은 맥주랑 덕용포장 젤리만 있었는데... 드디어 나도 인간다운 삶을 살게 되었습니다. 후후
요즘 며칠은 어쩐 일인지 외식이나 술마시는 것 아니면 끼니가 편의점에서 파는 삼각김밥입니다-두 개 사면 망고 음료 한 캔이 공짜다. 그래서 냉장고에 그것도 여러개 있다^^;;-
어쨌거나 오늘의 요리는 호박잎으로 끓인 된장국입니다. 어릴 때는 그 호박잎의 꺼끌함때문에 싫어해서 어떻게 국물만 먹을 수 없을까를 고민했던 기억도 있습니다.
먼저 쌀뜨물을 받아 된장과 고추장을 적당히 풉니다. 거기다 멸치를 넣고 팔팔 끓으면,감자를 하나 깎아서 썰어넣고, 씻어놓은 호박잎을 뚝뚝 손으로 잘라 넣습니다. 호박잎은 좀 꺼끌꺼끌하니까 손으로 바락바락 주무르면 부드러워지기도 하고 또한 풋내도 없어집니다. 파와 마늘을 넣고, 나중에는 수제비를 반죽해 가끔 보이게 떠 넣는 겁니다.
먹을 때 가끔 보이는 수제비가 왕건이로 보입니다. ^^;;
나는 호박잎 쌈보다 이걸 훨씬 좋아합니다.
아마 이 요리는 별 국거리가 없을 때 궁여지책으로 울엄니가 개발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언젠가 친구에게 얘기했더니 이상할 것 같다고 그러더군요.
뭐 어쨌건 내가 끓이면 시골서 울엄니가 끓인 것처럼 맛은 안 나지만 그래도 비슷은 합니다.
그리고 동그란 애호박은
1번, 후라이팬에 부쳐서 양념간장에 무친다.
2번, 굵게 채 썰어 부침개를 해 먹는다.
3번, 호박하고 새우젓만 넣고 찌개를 한다.-이거 쓰면서 무지 먹고 싶어졌다. 아침에 해 묵어야지...-
4번, 들기름에 볶아서 그냥 먹거나 열무김치와 함께 비빔밥을 해서 먹는다.
5번, 양파와 볶아서 멸치로 만든 맑은장국 국수에 고명으로 얹어 먹는다.
6번, 홍합이나 미더덕 넣은 된장찌개 끓일 때 쬐끔만 넣는다.
7번, 수제비에 감자랑 함께 넣는다.
8번, 칼국수에도 넣는다.
9번, 이건 가장 나쁜 건데 어영부영하다가 썩혀서 버린다.
마음에 드는 핸드백이 있으면 그걸 위해 이건저것 옷을 사듯이 애호박 몇 개가 장황한 요리를-???-창출해냅니다.
사족: 으으...무지 졸립다.
양재천에 운동 갔다가 비 쫄딱 맞았습니다. 이 나이에 어디서 그리 맞겠습니까?머리부터 스멀스멀 몸속으로 흘러들어가는 빗물이 간지러워서 혼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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