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일상, 삶, 그리고...

흐르던 날!!

오애도 2003. 8. 6. 02:48
일곱시 기상!
아침밥 먹고 학원 출근. 두 세명 씩 놓고 80분을 떠들었다.
얼굴 말갛게 고운 아이가 수업 끝나자 마자 묻는다.
'선생님 댁, 놀러 가면 안돼요?'
'그러려므나. 떡볶이 해 주마'
나를 바라보던 그 말간 얼굴이 감동적이다. 그런 얼굴로 사람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게 신기하다.
그 눈에 비친 나는 어떤 인간일까? 그가 보고 있는 나는 정말 말갛게 고울까?
그런 눈빛을 받을 자격이 나한테 있는 걸까?
오전 시간이 그 아이때문에 빛났다.

돌아오는 길에 수퍼마켓에 들렀다.
쌈꺼리를 사고, 돼지고기를 사고, 된장찌개꺼리를 샀다.
500ml 병콜라 하나를 사서 입을 댄 채 벌컥거리며 마셨다.
너무 더워 택시를 탔다. 기본요금 거리를 3000원 넘게 주고 내리면서 나나 운전사나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

돌아와 신문을 꼼꼼히 읽고, 여기저기 전화를 하고, 방청소를 하고, 빨래를 하고, 음식 준비를 했다.

손님들이 다 모여서 시끌시끌 저녁을 먹고,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모두들 돌아갔다. 그들 가는데 따라갔다 오니 두 시가 넘었다.
오후가 그들 때문에 통통 튀었다.

자야겠다.

나는 지금은 고여있지 않다.
열심히 흐른다.
내속에 졸졸거리며 흐르는 물소리를 듣는다.

그것들은 언젠가 낮은 웅덩이를 만나면 다시 고이겠지.
그러나 그것이 고여 넘치면 다시 흐를 것이고, 내 인생의 굴곡처럼 그렇게 굽이굽이 일상은 흘러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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