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전에 들고 온 호박을 볶아 아침을 먹엇습니다.
오기 전에 막 따낸 것이었지만 일주일이 넘게 냉장고 있었던 터라 제법 쇠기 시작하는 징후가 보이긴 했지만 호박 좋아하는 나는 들기름 넣고 달달 볶았지요.
지난 추석에 송편이며 청국장이며를 챙겨넣고 맨 마지막에 호박 두 개를 따오셨습니다.
큰 것 하나 작고 어린 것 하나....
난 작고 어린 게 더 맛있어 보여 이건 하나만 갖고 간다고 했더니 엄니는 궂이 큰 걸 넣으라고 하셨지요.
나: 이게 더 맛있어 보여~~
울엄니: 보긴 이래도 이게 더 어린겨~~
나: 이렇게 큰데 쇤거 아녀?
울엄니: (작은 것 꼭지 쪽 보여주며)봐라 이건 벌써 이렇게 쇠고 있잖어. 이렇게 꼭지 쪽에서 녹색이 뻗치기 시작하잖어.
나:..... 엥? (큰 것 꼭지 뒤집어 보며) 그러네.. 이건 아직 연두색이네...
지난 여름
밖에 비가 주룩주룩 쏟아 지는데 창문 열고 나란히 서서
나: 호박이 많이 열렸어?
울엄니: 으째 올 해는 별로 안 열린다~~
나: 나중에 더 열리겄지.
울엄니: 원가지에서 열린 걸 키웠더니 어째 션찮어...
나: 그게 무신 소리유?
울엄니:(창밖의 확 덩쿨 가르키며) 저기 저 덩쿨 밑에 큰 호박 보이냐?
나: 엉
울엄니: 저게 원래 가지에서 나온 건데 갈에 쓸라고 그냥 늙히는 중이여.
나: 엄청 크네...
울엄니: 저렇게 원가지에서 열린 걸 늙히면 다른 가지에서 나오는 것들은 션찮은 겨~~
호박이란 게 원래 자꾸 곁가지를 뻗고 거기서 열리는디 그래서 원 가지에서 열리는 호박은 따 주는겨~
나: 오호!!! 그렇겠네. 저것이 영양을 다 뺏어 먹어서 그런거 아녀?
때때로 나는 이렇게 울엄니의 무연한 말투에서 쾅!! 하고 깨닫는 게 많습니다.
배우고 알고 깨닫는 것은 이렇게 사소한 것에서 이루어진다는 사실까지도 깨달으면서 말이지요.
호박볶음을 하면서 했던 생각입니다.
머리 파마를 하러 갈 생각입니다.
이상하게 머리 스타일이라는 건 도저히 부스스해서 못 참겠다. 다듬어야지 하고 생각하고 나가려고 하면 멀쩡해 보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런...
엊그제는 색깔 좋은 후드티를 사러 갔다가 그만 후드 가디건을 사고 말았습니다. 이게 소위 애기 분홍이라고 하는 선명한 분홍색인데 무지하게 이쁘더군요. 후후.
간절기에만 잠깐 입을 정도로 실용성은 떨어지지만 그렇게 입으면 아마 평생 입을 것입니다.
확실히 나일 먹나 봅니다. 그리 선명한 색깔이 눈에 화악!! 드는 걸 보면...
요즘 날씨는 삼한 사온도 아니고 이틀 맑고 이틀 흐리고...
변덕이 죽 끓듯 합니다.
감기 조심하십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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